[다시, 지역을 넘어 세계로] 지역 수출명품 새마을운동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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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01   |  발행일 2015-01-01 제7면   |  수정 2015-01-08
르완다에서도 “잘 살아보세”…습지를 농지로 기적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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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 재학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새마을정신 실천의 날’을 맞아 캠퍼스 곳곳을 열심히 쓸고닦고 있다. 이들은 교내 청소를 통해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을 다지고 있다. <영남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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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에서 새마을운동 공부를 한 페루 연수단이 최근 가진 수료식에서 페루민요에 새마을 노랫말을 담아 흥겹게 부르고 있다. <영남대 제공>

#1 “많이 배웠습니다. 한국의 형제여, 감사합니다.” 지난해 12월10일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 대강당. ‘잉카의 심장’ 페루에서 온 10여명이 페루민요 ‘마카하라’ 곡조에 한국 사랑의 노랫말을 담아 기타 반주에 맞춰 합창하고 있었다. 대학 총장, 교육감 등인 이들이 배운 건 다름아닌 ‘새마을운동’. 페루의 낙후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의 농촌·산업현장에서 ‘성공 노하우’를 익힌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페루가 새마을운동이 전파된 국가의 일원이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2 대구 달성군 대동공업과 1억달러 규모의 농기계 수입계약을 맺은 미얀마의 테인 세인 대통령. 개혁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의 ‘워너비’는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그는 지난달 대동공업을 깜짝 방문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새마을’이라는 말을 연발했다. 미얀마 농기계 공급계약의 뒤엔 ‘대한민국표 새마을운동’이 있었던 것이다.

‘근면·자조·협동의 아이콘’ 새마을운동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고 하던 새마을운동이 ‘글로벌 새마을운동’으로 승화, 지구촌 공동번영의 선도적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개발원조 수혜국이던 한국이 2010년 공여국으로 바뀌면서 기존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에 나눔·봉사·창조의 뜻을 더해 지구촌 빈곤개선과 지속가능한 개발협력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새마을 운동은 국격 업그레이드에도 한몫을 톡톡히 하면서 대한민국의 잠재적 영토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경북 새마을운동 세계화 10년째
작년 8개국 24개 마을 개혁사업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서
해외 유학생 수백명이 연수중
“본국에 돌아가 근면·자조·협동”

◆지구촌 빈곤개선의 선도적 모델로

새마을운동의 본향인 경북도는 2005년부터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에티오피아·르완다·탄자니아·필리핀·스리랑카 등 8개국 24개 마을에 새마을리더봉사단 122명을 보내 의식개혁, 환경개선, 소득증대 사업을 벌였다. 외국인 유학생과 개발도상국 지도자 190여명을 초청해 새마을 연수회도 열었다. 지난해 8월 연수를 온 에티오피아의 묵타르 게디르 압두 오로미아 주지사는 새마을운동을 배운 뒤 자국에 돌아가 ‘에티오피아판 새마을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쌀이 귀한 르완다에선 봉사단원들이 2011년부터 주민들과 함께 습지를 개간해 농지를 만들었다. 이전엔 상상도 못했을 ‘천지개벽’이다. 주민들은 생애 처음으로 벼를 수확하는 기쁨과 보람을 맛봤다.

경북도는 올해도 10개국 27개 마을에 봉사단을 보내 새마을시범마을을 조성한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중단된 대학생 새마을해외봉사도 올해 7월에 아시아, 아프리카 3개국에 90명을 보내기로 했다.

정연철 경북도 새마을봉사과 주무관은 “부엌을 개량해주는 ‘모던 스토브’사업에 대한 아프리카 주부의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라며 “새마을운동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아프리카 5개 마을에 대해 최근 현지점검을 한 결과 마을 주민과 공무원들이 사업을 계속 추진해 주길 바라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새마을 배우자” 외국인 유학생 러시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다.’

지금 한국의 글로벌새마을운동은 과거 원조수혜에 대한 ‘보은의 국제원조’로도 평가된다. 이왕이면 대상국이 필요로 하는 것, 즉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정신과 경험을 ‘교육’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 교육 역할의 중심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원장 박승우)이 있다. 현재 대학원에선 지구촌 50개국에서 온 유학생 130여명이 새마을학 등 한국의 발전경험을 배우고 있다. 올해 단기연수를 받은 유학생만도 37개국 279명에 이른다.

파키스탄 공무원 출신의 대학원생인 투파일 마흐모드씨는 “새마을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 캠퍼스를 내 집처럼 청소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곳곳을 쓸고닦다 보면 공동체 정신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온 나바로 사라 엘라인씨는 “새마을 학위를 꼭 따내 고국에 돌아가면 고향사람들에게 반드시 새마을운동과 정신을 전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희 새마을대학원에선 지금까지 63명이 새마을학을 배우고 본국으로 돌아가 새마을운동 실천과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영남대 박정희새마을연구원(원장 최외출)도 글로벌새마을운동의 이론적 토대 강화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채영택 박정희새마을연구원 연구실장은 “새마을운동 세계화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받아들이는 국가와 주민의 문화, 관습에 맞춘 ‘배려의 자세’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같은 새마을운동의 현지화를 위해선 관련 전문인력의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창호기자 leec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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