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력의 손, 잿더미로 변한 공장 다시 세워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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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9  |  수정 2014-12-29 07:25  |  발행일 2014-12-29 제3면
■ 타이코 에이엠피의 교훈
노·사 협력의 손, 잿더미로 변한 공장 다시 세워
타이코 에이엠피 전 직원이 지난해 10월20일 사내 식당에서 물류창고 화재 이후 정상을 되찾은 기념으로 점심을 함께 하며 위기를 극복한 것을 자축하고 있다. <타이코 에이엠피 제공>

지난해 7월3일 오전 11시54분쯤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인 타이코 에이엠피 물류창고에서 큰 불이 났다. 불이 나자 직원들은 평소 화재훈련을 통해 배운 매뉴얼에 따라 신속히 대피했고, 단 한명의 부상자도 없었다. 대피한 직원들은 소방차가 도착할 동안 응급 진화에 나섰다. 또 화마 앞이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류창고 내에 있던 기자재를 밖으로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1만㎡ 규모의 물류창고는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직원들은 망연자실했다. 물류창고에 쌓아 둔 재고품이 모두 불에 타 납기차질은 불가피했다. 관련 업계에선 ‘타이코 에이엠피의 위기’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다.

노·사 협력의 손, 잿더미로 변한 공장 다시 세워

화재발생 다음날 아침 ‘타이코 정상화를 위한 노사비상협력단’을 만들었다. 협력단의 공동단장은 한치희 사장과 윤정일 노조위원장이 맡았다. 노사가 손을 잡고 힘을 합친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번에 새로 위촉된 경북도 노·사·민·정 협의회 신임 위원이다.


지난해 물류창고서 큰 불
직원들 화마의 위협속에
기자재 밖으로 옮겨날라

비상협력단 신속히 가동
휴일도 반납하며 구슬땀
3개월만에 정상화 ‘기적’


비상협력단을 중심으로 직원들은 스스로 화재 극복에 대한 결의부터 다졌다. 생산현장과 사무국, 임원진 할 것 없이 모든 직원이 자발적으로 휴일과 퇴근시간은 물론, 하계휴가까지 반납하고 생산라인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소된 물류창고 대신 임시창고를 가동하는 한편, 부서별로 유기적으로 협력해 고객사의 납기요구를 최대한 맞추는 데 주력했다. 소실된 원자재를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원재료 변경이 가능한 고객사의 승인을 받아 내는가 하면, 고객사가 긴급히 요구하는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24시간 대기조도 운영했다.

노조 게시판에는 ‘우리에겐 위기를 큰 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 일궈낸 삶의 터전, 반드시 지켜냅시다’라는 대자보도 붙었다. 불이 난 회사를 살리기 위해 경영진은 물론, 노조까지 나서 직원을 독려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화재 당시엔 불탄 물류창고 현장이 전국적으로 보도되면서 회사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노사가 똘똘 뭉치니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타이코 에이엠피는 3개월 만에 100% 납품을 성사시켜 정상을 되찾았다. 무너질 것이란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고객사로부터 신뢰까지 덤으로 얻었다.

한 사장은 “어느 기업이나 뜻하지 않은 위기가 찾아온다. 위기 앞에서 무너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살아나는 기업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규모도 자금력도 기술력도 아닌, 노사 간의 신뢰”라고 말했다.

타이코 에이엠피 노사가 화합으로 기적처럼 위기를 이겨낸 것은 물류창고 화재사건뿐만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미국 본사에서 86개 지사에 정리해고를 통보했지만, 한국지사인 타이코 에이엠피는 노사 간 소통과 협력으로 ‘단 한명의 해고도 없는 생산현장’이란 기록을 썼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구조조정을 비켜갔다. IMF 외환위기 이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노사가 한데 뭉쳐 본사를 설득한 결과였다.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연 매출액이 100억원 정도였던 타이코 에이엠피은 현재 1조원에 달한다.

이런 성과의 밑바탕엔 노사 상생을 위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자리했다. IMF 외환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던 1996~97년 임단협에선 모든 권한을 회사에 위임하는 데 노사가 합의를 봤고, 2010~2014년 임단협은 1차 교섭으로 타결했다.

윤 위원장은 “회사의 경쟁력 제고가 고용안정과 근로자 복지증진으로 이어진다는 섭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회사가 위기 때마다 무사히 극복하고 무한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투쟁과 공생의 균형을 이룬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노사의 화합과 소통이야말로 타이코 에이엠피의 최대 경쟁력이라는 사실에 긍지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노사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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