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석유안보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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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08   |  발행일 2014-12-08 제31면   |  수정 2014-12-08
[자유성] 석유안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던 휘발유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올해 초 ℓ당 평균 1천800원대에서 지난 10월엔 1천700원대로 내렸으며, 현재 일부 주유소에선 1천500원대까지 판매하고 있다. 현재 휘발유 ℓ당 평균 가격은 1천600원대로 2010년 10월 이후 약 4년만에 최저치이다.

이유는 몇 달 사이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 친 탓이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으나 12월초 현재는 66달러대로 급락했다. 지난 6월 이후 무려 40%나 떨어졌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지난 달 말 하루 3천만배럴 생산이라는 현 쿼터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유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하루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에 위협을 느껴 취한 조치로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시각도 있다. 유가를 낮춰 미국 셰일오일 생산기업들의 채산성을 떨어트려 셰일오일의 시장잠식을 막겠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비용은 배럴당 5~6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데 비해 미국이 셰일 가스나 오일을 생산하는 데는 배럴당 50~80달러의 비용이 들어 지금의 유가하락이 계속되면 미국 셰일오일 생산기업들은 도산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가하락은 석유를 무기로 한 자원전쟁 성격을 띠고 있다.

에너지원으로 석유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유가하락이 희소식이다. IMF로 빛이 바랬지만 1980년대부터 20년 가까운 저유가시대로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없는 호경기를 누리면서 선진국 문턱까지 치고 올라갔다. 저유가가 고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석유안보에 매우 취약한 것이 엄청난 불안요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석유안보 취약성 지수는 0.745로 태국에 이어 둘째로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않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산유국 간의 고래싸움으로 인한 유가하락기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언제 고유가 국면으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는 방위산업 비리 못지않은 중죄(重罪)다.

박종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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