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3주차…기대보다 적은 보조금이 휴대폰 구매 패턴 바꿔

  • 정재훈
  • |
  • 입력 2014-10-16  |  수정 2014-10-16 08:11  |  발행일 2014-10-16 제15면
저가형 외국산 인기…중고폰 판매도 급증세
단통법 시행 3주차…기대보다 적은 보조금이 휴대폰 구매 패턴 바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후 휴대전화 구매 비용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가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오픈마켓 등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중고제품을 이용하는 한편 쓰던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하며 케이스나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인터파크의 해외휴대폰 판매 페이지(왼쪽)와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산 스마트폰 샤오미 Mi3. <홈페이지 캡처>

단말기 보조금 투명화를 위해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3주차를 맞으면서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입 형태가 변하고 있다. 당초 시장 유통 구조 변화를 위해 시행된 법이지만 이동통신사는 기존의 보조금을 크게 줄이기만 했을 뿐 출고가 인하나 요금제 변경 등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만 커져 누리꾼은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인 ‘호갱’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를 쓰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보조금 투명화로 통신비 절약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전 국민이 이동통신사의 호구가 되는 ‘대호갱시대’가 열렸다고 언급하며 단통법 시대에 맞는 구매 형태를 찾아가고 있다.


중국산 샤오미 등 잘나가
중고시장도 관심 끌어
“지금 쓰던 폰 오래 쓰자”
보호 액세서리도 불티


◆ ‘묻지마’ 구매에서 ‘저가형’ 구매로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저렴한 단말기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점이다. 통신사들이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입 시 지급하는 보조금이 10만원대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같이 브랜드를 우선시하고 스펙이나 가격 등을 고려하지 않았던 구매 형태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일부터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단말기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공기계를 인터넷으로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노트4 출고가가 95만7천원이고 보조금이 10만원 수준에서 지급되고 있는 것에 비해 오픈마켓 등에서는 중국 업체의 최신 스마트폰 공기계를 평균 20만∼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파크는 지난달 초부터 샤오미를 비롯해 화웨이, 원플러스원 등 중국산 스마트폰 공기계를 해외 구매 대행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서 1천800만여대가 팔린 ‘샤오미 Mi3’는 33만6천720원이며 ‘홍미 노트 3G’ ‘홍미 1S’ 등 다른 샤오미의 제품도 20만원 안팎이다. 중국폰은 판매 개시 이후 약 한 달간 수백 대가 팔렸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과 맞물려 최근 일주일간 중국 스마트폰 상품 클릭수가 전 주와 비교해 약 2배 증가하는 등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지난 7월 해외 스마트폰 직구 전문업체인 리퍼비쉬, G마켓과 손잡고 샤오미 스마트폰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홍미 노트는 G마켓에서 국내 업체 폰을 제치고 공기계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합 측은 현재 1·2차 공동구매를 마감한 상태다.

중국산을 포함해 외국산 스마트폰 공기계에 대한 수요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G마켓에서 외국산 휴대폰 공기계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해 국산 공기계 판매 신장률(11%)을 웃돌았다.

이 외에도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이베이(ebay) 등 국내외 사이트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저가형 스마트폰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 중고 휴대폰·케이스 판매 늘어

단통법 시행 이후 중고 휴대폰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11번가에 따르면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1일 이후 13일까지 11번가의 중고폰 매출은 지난해 대비 167%, 전월 대비 8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통법 시행 이후 저렴한 휴대폰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중고폰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오픈마켓들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1번가는 중고폰 재활용 촉진을 위해 설립된 행복한 에코폰과 손잡고 중고폰 매입·판매 서비스를 강화한다. 행복한에코폰은 입고한 스마트폰 안에 개인정보를 완전히 삭제하고 거래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현재 11번가에서 중고 휴대폰으로 판매중인 ‘갤럭시 노트2’는 29만원, ‘갤럭시S4 LTE’ 33만9천원, ‘갤럭시S2’는 12만9천원으로 저렴하다.

11번가는 휴대폰을 판매하고 싶을 경우에도 복잡한 상품 등록 절차 없이 신청만 하면 수거부터 검수까지 전문업체가 대행해주는 스마트폰 매입 서비스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국내외 유명 스마트폰을 상태에 따라 최대 43만원까지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것이다.

정건길 11번가 중고상품 담당MD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중고제품도 새것이나 다름 없는 최상의 상태를 갖춘 것이 인기 요인이다. 단통법 시행 후 중고폰, 공기계로 통신 서비스를 가입하게 되면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비롯한 관련 액세서리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혜택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이 사용 중인 스마트폰을 오래 쓰기 위해 케이스를 비롯한 액세서리를 구매한 것이다. 패션 전문 쇼핑몰 아이스타일24에 따르면 단통법이 시행된 1~6일 스마트폰 케이스와 액세서리 판매량을 이전 6일(9월24~30일)과 비교했을 때 스마트폰 케이스는 179%, 관련 액세서리는 178% 늘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케이스의 트렌드도 달라졌다. 카드 수납이 가능한 이점 때문에 스마트폰 케이스의 대표격으로 자리잡은 지갑형 케이스의 인기를 캐릭터·패턴 디자인의 케이스가 앞지른 것이다. 업체 측은 이를 최신 기기로 변경이 어려워진 대신 선호하는 캐릭터나 화려한 패턴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함으로써 애착을 갖고 오래 사용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 액정보호필름의 판매량은 25% 늘었으며 보조배터리 판매량은 13% 증가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