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 금형 중국서 제작…기술이 샌다

  • 입력 2014-09-21 00:00  |  수정 2014-09-21 10:49  |  발행일 2014-09-21 제1면

상당수 안경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아끼려고 중국에서 금형을 제작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아예 중국에 금형 설계도를 보내기만 하고 관리를 하지 않아 기술을 통째로 바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형은 재료를 일정한 모양의 제품으로 가공하는 데 사용하는 금속제의 거푸집이다.


 국산 안경테는 대부분 울템, TR 등 플라스틱 소재를 녹여 금형 속에 사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때문에 사출 안경 제품의 금형에는 디자인, 기능 등 모든 기술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이 한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금형에는 구석구석에 높은 난이도의 기술이 숨어 있는데 중국에 설계도를 보내는 순간 기술이 줄줄 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자체 제품 개발능력을 갖춘 일부 업체는 2천만∼3천만원대의 고급 금형을 국내에서 제작하지만, 이런 업체는 전체의 10%에 못 미친다.


 나머지 업체들은 비용 절감, 단기 제작 등의 이점 때문에 중국에서 금형을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00만원짜리 안경테 금형을 중국에 맡기면 70만∼80만원에 만들 수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카피에 의존하는 이들 업체는 제품 개발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없어 기술 유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역설계'를 통해 남의 제품을 최대한 모방하고 살짝 변형해서 금형의 설계도를 그리다 보니 비용 절감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에 의해 중국으로 넘어간 금형 설계도는 곧 '짝퉁제품' 역수입, 해외시장 잠식 등의 결과를 낳는다.


 그나마 국내 업체들이 가진 세계적인 수준의 표면처리기술이 완성도에서 중국산제품과 미세한 품질 차이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남아 있다.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가 지난해(16개)에 이어 올해 12개 업체에 금형 제작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업체당 제작비용의 80%(최대 1천만원)를 지원하지만, 연간 지원예산 규모는 1억원에 불과하다.


 신청서류 준비, 사후 감사 등을 꺼려 아예 지원자금을 외면한 채 중국으로 눈을돌리는 업체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원센터는 올해부터 사업계획서 대신 신청서를 받는 등 절차를 간소화해 업체들의 신청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사업에 참여한 일부 금형 제작업체가 오히려 중국 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대진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연구개발본부 선임연구원은 "영세업체들이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중간 소재까지만 금형으로 사출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완제품은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A) 등 깎아서 만드는 소재를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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