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항공수요 조사 결과 발표 후 남부권 신공항이 다시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갈등의 저류(底流)에는 입지를 둘러싼 대구·경북과 부산의 극단적 이견이 깔려 있다. 1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공항 문제가 거론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정치권이 신공항 갈등에 기름을 붓는 행동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도 “과거 입지 선정과 관련해 지역 간 엄청난 갈등을 야기했고, 그 중심에 정치권이 있었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이런 잘못이 또 연출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공항 입지 대립은 이미 해묵은 난제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된 이후 가덕도를 고집하는 부산과 밀양을 주장하는 대구·경북은 단 한 번도 접점을 찾지 못했고 간극도 좁히지 못했다. 밀양은 영남권 어느 지역에서든 자동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인 데다,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 가덕도에 비해 공사비가 적게 들고 공역(空域)이 중첩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은 신공항이 들어서면 해로, 육로, 공로가 연계된 트라이포트를 형성할 수 있고,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해양공항의 이점을 내세운다.
이 때문에 지금 대구·경북과 부산이 서로 입지 타당성만 주장해봐야 분란만 키울 게 뻔하다. 객관적인 용역기관에 맡겨 투명한 절차에 의해 평가를 받는 것 외에는 달리 묘안이 없다. 용역 결과 승복만이 신공항 갈등과 논란을 잠재우는 유일한 해법이다. 국토부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 입지 타당성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단, 결과에 승복한다는 영남지역 5개 시·도의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이 이럴진대 정치권에서 신공항에 대해 정략적 언급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국토부의 입지 타당성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TK와 PK의 세(勢) 대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략적 접근은 어렵사리 재추진되고 있는 신공항의 발목만 잡을 뿐이다. 2011년 이명박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도 공식적인 이유는 경제성이었지만, 지역 간 입지 갈등이 동인(動因)이 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공항 조기 건설이라는 큰 그림의 완성을 위해 5개 시·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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