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세월호 특별법, 타협이 아니라 설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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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3   |  발행일 2014-09-03 제30면   |  수정 2014-09-03
[수요칼럼] 세월호 특별법, 타협이 아니라 설득으로

정기국회 시작됐으나
정치계 꽁꽁 얼어붙어
세월호특별법 입법문제
정치적 타협보다는
상호설득 논리 펼쳐야

며칠 전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의 입법 문제를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7·30 재보선 참패 이후 자중지란을 거듭하던 야당은 아예 지리멸렬한 모습이고, 그 대신 협상장에 들어선 유가족 대표들은 집권 여당의 매몰찬 버티기에 하나 같이 질린 표정이다. 취임한 지 100일이 되도록 처리한 법률안건이 하나도 없다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푸념은 생산성 제로의 대한민국 정치를 증언하는 듯하다.

민생 법안들을 먼저 처리하고 세월호 특별법은 미루자는 주장도 있지만, 나는 세월호 특별법의 문제를 풀지 않곤 현재의 국면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300여 명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안게 된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이는 더 이상 옥신각신할 문제가 아니다. 특별법의 입법이 늦어지면 진상조사도 늦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나중에 제아무리 유능한 특별검사를 동원하더라도 진상을 밝히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정국의 대치를 풀고 입법과정을 진전시킬 묘안은 어디에 있는가? 주지하듯 세월호 특별법의 입법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이 문제에 관해 타협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지금부터 모든 정치 집단과 언론이 한마음으로 정치적 타협이라는 용어를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유가족 대표들이 “이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을 두 번 죽이게 된다”고 울부짖는 가운데 법률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합의이다. 이를 위해선 어떤 경우든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명분 대신 실리를 취한 것처럼 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공감대가 마련된다면, 입법과정의 참여자들이 서로를 설득해 합당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전망하는 상호설득의 논리는 이렇다.

일단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대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서 온전한 형태의 수사권이 진상조사위원회에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 관해선 빨리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 사안의 성격상 각종 권력기관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을 조사할 개연성이 높은 상황에서 수사권 없는 진상조사위원회는 누가 보더라도 기능 불능에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소권에 관해서는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직접 기소권을 행사할 경우, 진상조사위원회는 그 기소 및 불기소 내용 전체에 대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진상조사를 진행한 주체가 기소 이후에는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일방 당사자로 축소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하면, 진상조사위원회는 온전한 형태의 수사권을 가진 채 진상조사에 주력하고, 기소여부의 결정 및 공소유지에 관한 권한은 그 결과를 넘겨받은 특별검사가 행사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이 방안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한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진상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경쟁하도록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상황 전개에 따라 양자의 경쟁이 대립으로 치달을 수도 있으므로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에 예외를 둬 특별검사의 불기소 결정 등에 대한 추가 수사 및 재정신청을 가능하게 만드는 등의 보완 조치를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밖에 진상조사위원회나 특별검사 추천위원회의 구성 방식 등에 관해서는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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