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어머니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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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2   |  발행일 2014-09-02 제30면   |  수정 2014-09-02
1년 전부터 어머니 모셔
아내와 어머니, 서로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 보며 스스로도 불편해져···서로 이해하며 살아야
[3040칼럼] 어머니와 아내

소중한 두 명의 여인이 있다. 한 분은 나를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다. 아직도 나이 쉰 살이 다 돼가는 자식에게 술 마시지 말고 집에 일찍 들어오라고 잔소리를 하신다. 한 사람은 결혼한 지 10년이 조금 넘은 사랑하는 아내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멋진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하고 결혼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애들 키우면서 나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이다.

어머니는 내가 일곱살 때 아버지를 보내시고 홀로 삼남매를 교육시키며 자식들만 바라보고 평생을 살아오셨다. 결혼한 후로 분가해서 살았지만 홀몸으로 지낸 세월이 너무나 죄송해서 집사람을 설득해 1년 전부터 모시고 살고 있다. 그런 집사람이 고맙다. 어린 시절 교육 탓인지 아직 장남이 부모님을 봉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는 보수적일지 모른다. 말이 모시는 것이지 아직 건강하신 어머니는 손주를 키우시고 음식까지 직접 챙기신다. 집사람이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사람은 나란 존재때문에 원하든 원치않든 동거하는 사이가 됐다. 어머니도, 집사람도 특별하게 모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두 사람 다 불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집사람은 시어머니가 아무리 잘해 줘도 시집살이를 힘들어하는 것 같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보면서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눈치를 보고 산다.

누구보다 어머니와 집사람을 잘 알기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 같은데 어머니의 입장에서, 며느리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 정말 곤혹스러운 것이 나다. 내가 들어보면 씩 웃고 지나갈 일들이 두 여인에게는 문제인 것이다. 이게 입장의 차이인 듯하다. 어머니는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며느리셨고, 집사람은 자식이 크면 시어머니가 된다. 어머니는 옛날에 시어머니한테 이런 일들이 섭섭했는데 이런 일들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며느리를 대할 것이다. 또 집사람은 후일 시어머니가 되면 이런 일들은 안해야 되겠다고 다짐하며 살 것이다. 그런데도 불편하다.

고부갈등은 가만히 두면 저절로 커지는 것 같다. 시어머니들은 자신이 말하는 한마디가 며느리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한마디가 갈등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봐라, 애비 얼굴이 까칠한데 좀 챙겨먹여라. … 내가 보기에는 무심코 던지는 사소한 말들이 며느리에게는 가슴에 맺힐 때가 있다. 시어머니가 아니고 친정엄마가 그랬다면 냉장고가 비었을 때 짜장면을 시켜먹으면 된다. 얼굴 까칠한 것이야 술독에 빠져 사니까 그런 것이 아닌가라고 얘기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데, 시어머니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가슴에 상처로 남는다. 봉사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을 버텨왔던 우리 어머니들이시다. 지금의 며느리들에게 똑같이 강요할 순 없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영역을 구분해서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한다.

곧 추석 명절이다. 기뻐야 할 명절인데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명절이 피곤하고 불편하다. 요즘은 명절의 의미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명절에 여행가자고 아직 용기 있게 어른들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조상님도 행복하고 자손도 행복하고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다 행복한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통계적으로 명절이 끝나면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난다고 한다. 조상을 모시는 명절이 부부가 이별하는 명절이 된다면 이 또한 조상님의 뜻이 아닐 것이다. 이번 추석에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좀더 듬직하게 여기는 사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최주환 극단 초이스씨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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