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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들은 달력에 ‘빨간날’(공휴일)이 많으면 즐겁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직장생활에서 빨간날은 잠시 쉬어가는 날이다. 달력 중간중간 빨간날이 하루있으면 그 주는 훌쩍 지나가 버린다. 빨간날이 며칠 죽 이어지면 그 기쁨은 배가 된다. 몇 달 전부터 기분이 좋다. 늘 밤늦게 귀가해 가족과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부족한 월급쟁이들에게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올해 연휴는 유난히 많다. 설연휴는 일요일과 이어져 4일 쉬었고, 5월에는 일요일 다음날 어린이날(5일)과 석가탄신일(6일)이 이어져 나흘 연휴를 즐겼다. 현충일과 광복절도 토·일요일 포함해 3일 연휴였다. 오는 추석은 처음으로 대체휴일제가 적용되면서 5일로 늘어났다. 10월 개천절(3일)도 토요일과 이어져 3일 쉰다. 올해 공휴일은 67일로 지난해보다 이틀 많고, 2002년 공휴일 67일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다. 주말인 토요일을 포함하면 116일이 쉬는 날이다.
이번 추석 처음 적용되는 대체휴일제는 1959년 공휴일중복제, 89년 익일휴무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었으나 모두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지됐다. 2012년 대선에서 공약화됐지만 입법화에는 실패했다. 결국 2013년 10월29일 국무회의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이 통과됨으로써 확정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공무원의 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일반 근로자들에까지 적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체들이 공휴일이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또 공휴일 가운데 설날·추석·어린이날에 한정해 적용된다.
우려했던대로 대체휴일제가 첫 적용되는 이번 추석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노조가 있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은 대체휴일제를 적용하지만, 중소기업은 상당수가 10일 정상근무하기로 한 탓이다. 여러 모로 차별받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대체휴일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서럽다. 입법화나 제도보완을 통해 내년부터는 차별없는 대체휴일제가 적용되기를 희망한다. 박종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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