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 높은 산업용 섬유 비중 더 높여야”…美·獨은 70% 차지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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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7  |  수정 2014-08-27 07:18  |  발행일 2014-08-27 제3면
■ 대구·경북 섬유, 길을 찾아라
“부가가치 높은 산업용 섬유 비중 더 높여야”…美·獨은 70% 차지
오랫동안 지역의 핵심산업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섬유산업이 최근 수출과 내수 부진을 동시에 겪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 섬유인들의 노력과 행정기관의 지원으로 섬유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염색산업단지 전경. <영남일보DB>
“부가가치 높은 산업용 섬유 비중 더 높여야”…美·獨은 70% 차지
지역 섬유산업이 이제는 의류용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섬유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3월 열린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에서 산업용 섬유가 외국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 <영남일보DB>

섬유업계의 위기는 비단 대구·경북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기가 침체되면서 큰 시장인 중국과 미국, 중동으로의 수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상 3월부터 가을 전까지 성수기라 불리던 것도 최근엔 그 경계가 무너졌을 만큼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만한 여건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엔 대구시 민선 6기 조직개편안에 따라 섬유패션과를 기계자동차과와 함께 주력산업과로 통합하려다 무산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지역 섬유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다행히 섬유인들을 중심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희망을 찾으려는 자구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축·의료·항공·자동차·스포츠 등 쓰임새 다양

◆ 산업용 섬유가 대안

산업용 섬유는 침체된 지역 섬유업계를 되살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쓰임새가 다양해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건축과 의료, 항공뿐만 아니라 자동차, 스포츠, 공업 등에까지 개발·적용이 가능해 최근 산업계에서는 이를 이용한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선 산업용 섬유가 전체 섬유의 약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산업용 섬유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전체 섬유의 30%에 그치고 있지만, 2000년대초 10%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수치다. 지역 내 산업용 섬유기업은 2007년 약 240개업체에서 2012년 340개업체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대구에 위치한 <주>삼우기업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우주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에 고압가스 용기부품을 납품하고, 고압가스 용기개발 및 경량 자동차 내장재 개발로 매출이 2010년 359억원에서 2012년 490억원으로 급격히 신장됐다. 대구지역 <주>라지 또한 불연성을 갖춘 투습방수용 섬유를 개발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의 인기몰이로 약 70억원의 수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의류용의 경우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지만, 산업용 섬유는 초창기 시장 개척이 어려운 반면 쓰임새가 다양해 꾸준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정홍원 국무총리가 “산업용 섬유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굴하고 섬유패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것도 성장 잠재력과 그 필요성을 높이 평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복진선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본부장은 “선진국들은 합성소재의 소비 용도를 산업용에 포커스를 맞췄고, 우리나라 역시 산업용에 관심을 갖고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상태다. 현재 의류용 성장률이 연 2.3%를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 산업용은 내수의 경우 4%정도까지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융복합산업 시대…각종 연구소 R&D 역할 커져

◆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의 역할

섬유업계의 위기 속에서 전문생산기술연구소(전문연)의 역할은 더욱 강조된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산업이 융복합화하고 있는 시점에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개발은 필수적인 때문이다.

지역별로 특화돼 있는 생산단지와 함께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연은 지역의 경우 방적과 제직업체 지원기관인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염색·가공업체 지원기관인 DYETEC연구원, 패션·봉제업체 지원기관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등 스트림별 지원 연구기관이 잘 구축돼 있다. 이들 기관은 지역 중소섬유업체를 위한 R&D과제 등을 수행하며 섬유산업 발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의류용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산업용 섬유 산업 확대를 위한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형 산업용 섬유구조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2010년부터 5년 동안 중앙정부와 대구시의 지원으로 ‘슈퍼섬유제품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산업용 섬유의 시장지배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총 사업비 2천200억원 (국비 1천200억원, 지방비 300억원, 민자 700억원)이 투입되는 ‘주력산업 공정부품용 하이브리드섬유 사업화 사업’을 준비 중이다.

다이텍연구원은 올해 고기능 염색가공 신상품 개발을 위한 기업밀착형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신기술 성과 확산 및 첨단 소재 산업용 섬유의 산업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문연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고자 기업 밀착형 ‘Quick Response’ 지원체계 구축,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섬유물성 정보와 인재육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디자인 발굴과 샘플생산으로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며, 섬유·염색업체의 환경유해물질(다이옥산 등)에 대한 해소방안 지원, 섬유·환경 분야 시험분석 및 연구과제 수행을 확대한다. 여기에 베트남, 독일 등과의 기술 및 국제교류협력을 통해 연구원 R&D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도 정보교류 중요성 인식…협력 적극 나서

◆ 섬유인 자구노력 필요

업계의 위기는 곧 섬유인의 위기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기업을 운영 중인 섬유업계 대표들은 기술력 못지않게 업종간 정보교류와 협력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텍스비전21’은 지역 섬유패션의 부흥을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역 섬유단체 모임이다. 이들은 매달 정기모임을 가지며 최근 섬유동향과 개선점 등을 논의한다. 제직·염색·패션·기계 등 각기 다른 섬유업종 CEO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와 중소기업청 직원 등도 소속돼 있어 생산적인 정보들이 오고 간다. 현장에서 기업 대표들이 겪는 애로사항에 대해 공무원이 조언해주기도 하고, 매년 2~4회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업계 발전 방향에 대해 토론도 진행한다. 지난 21일에는 정기모임을 갖고 현재 섬유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와 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업계 스스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

조영화 회장(미래인터텍스 대표)은 “텍스비전21은 단순히 섬유인들의 모임에 그치지 않고 섬유업계 발전을 위한 대안 마련이라든지 토론회 등도 개최하면서 섬유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의 업계 불황은 섬유인 스스로가 극복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관련 활동을 통해 섬유발전에 앞장서는 모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도 세계적인 흐름 파악 지원해야

◆ 정부나 지자체 지원 수반돼야

섬유인들은 품질개선 등의 기술경쟁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전 세계 흐름과 경쟁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인 만큼 유관기관 등을 통한 사업 및 기술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얼마 전 대구시 조직개편안에 따라 섬유패션과의 명칭이 사라질 뻔했다가 지역 섬유단체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다시 존치하게 된 점, ‘하이브리드섬유 사업화 사업’을 제외하곤 올해 신규로 섬유패션기관 및 단체에 지원되는 사업이 없다는 점 등은 섬유산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예전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라는 지적이다.

이의열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장은 “선진국 어디를 봐도 섬유산업을 포기한 곳은 한 곳도 없다. 그만큼 섬유는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중”이라며 “섬유가 어렵다는 말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위기의 파고를 현명하게 넘어왔다. 섬유는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온 산업으로, 아직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잠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우리 지역이 섬유 중심지라는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업계와 정부, 지자체가 힘을 합쳐 노력해간다면 반드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기자 jy259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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