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학대 없는 행복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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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02   |  발행일 2014-06-02 제29면   |  수정 2014-06-02
[기고] 아동학대 없는 행복한 세상
최기영 <부천원미경찰서 아동청소년계장·경감>

현장에서 아동학대 사건 실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이다. 최근 들어 형언할 수 없는 가슴 시리고 아픈 사건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 정도가 천륜을 넘어선다.

칠곡 의붓딸 폭행치사사건을 비롯해 소풍을 보내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 소금밥 사망사건, 게임에 중독되어 두살짜리 아들을 살해한 후 쓰레기봉투에 버린 사건 등에서 보듯 이젠 계부·계모를 넘어 친부모에 의해 사건이 저질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화를 참지 못해서’라는 변명으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반(反)천륜적인 범죄다.

20여년 전에 출간된 ‘사형수들이 보내온 편지’라는 책에는 화를 참지 못해 몸이 성하지 않은 친자식을 살해한 아버지의 참회가 나온다. 직업이 포수였던 그는 어느날 산골에서 만난 어미 곰을 향해 총을 쐈는데 곰이 총에 맞으면서도 제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새끼 반대 방향으로 쓰러진 것을 보고 비로소 자신의 행위가 짐승보다 못했음을 깨닫고 흐느꼈다고 한다.

이런 비정한 범죄를 처벌하고 피해아동의 보호절차를 법제화하기 위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어 올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아동학대 근절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가정 내부의 문제라 여겨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내리던 종전의 처벌을 강화해 형량을 늘리고 가중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또한 가해자의 친권까지도 박탈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울산 아동학대 사건에서 보듯이 관계 기관의 미흡한 조치가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을 반영해 이 법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수사기관과 법원이 개입해 친권자에 대한 격리, 접근금지, 친권행사 제한, 상담위탁 등의 조치로 학대행위에 대한 제재 등 아동에 대한 적극적이고 신속한 보호조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그리고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해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 외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과태료도 상향조정했다. 그밖에도 국선변호사 및 진술조력인, 피해아동보호명령, 교육지원 등의 장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 중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곳이 불과 50곳이라는 점, 충분한 인력이 확보돼 있지 못하다는 점 등은 향후 보완돼야 할 부분으로 남는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자동차에 혼자 아이를 놔두거나, 집에 13세 미만의 아이를 혼자 있게만 해도 바로 범죄로 분류되어 신고대상이 된다. 대만은 신고의무자를 아동학대 사실을 인지한 모든 사람으로 규정하고 학대를 발견한 경우 24시간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며 해당 부모를 엄벌에 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이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와 부모님 은혜의 노랫소리가 어울리는 밝고 희망찬 세상이 구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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