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생의 지혜를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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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5   |  발행일 2014-04-15 제29면   |  수정 2014-04-15
[기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생의 지혜를 모으자

최근 사법부의 판결(대형 마트의 영업제한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및 상생발전이라는 공익성을 달성하는 데 적절함) 등을 제쳐두고서라도 대형 마트의 의무휴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대형마트의 기업주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벗어난 지나친 개입으로 실상을 호도하기도 한다. 일부 학자 또한 경제논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 급급하다. 하지만 대기업이 가야할 길이 따로 있고,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가 있다.

포르투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조제 사라마구의 원작을 영화화 한 ‘눈먼자들의 도시’에는 ‘우리는 어쩌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보지 않았던 것이다’는 대사가 나온다. 가진 자들의 논리를 예리하게 지적한 것이다.

우리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경제논리에서만 바라본다면 하루빨리 정리되어야 마땅하다. 수년간에 걸친 정부의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골목상권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세상인들 또한 정부의존도만 높이고 자구 노력에는 인색하다는 지적들이 그 이유이다.

그런데도 왜 골목상권을 지켜야 할까.

첫째, 우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의 장(場)을 뛰어넘어 삶의 활력을 되찾는 에너지 충전의 장이기 때문이다. 또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계승해 나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나가고 있다. 최근 중기청의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를 이어가면서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특화상품의 판로 개척이 그 좋은 예이다.

둘째,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의 고객은 점주와의 끈끈한 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과거 ‘단골네’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이나 친지의 교류가 끊기고 이웃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무연사회(無緣社會)의 연결자로서 공동체의 관계 복원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기능은 금액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울 만큼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각종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보다 더 중요한 상위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대형 마트의 종주국인 미국의 경우 슈퍼마켓이 식료품의 저가 판매를 추구하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는 비식료품의 저가 판매를 통해 성장해 왔다. 미국에 있어서 할인점은 가정용품, 의류 등 식료품 이외의 상품을 항시 저가로 판매하며, 주로 제조업체 상표(NB·National Brand) 상품을 취급하는 업태이다. 반면 우리의 대형마트는 자체상표(PB·Private Brand) 매출 비중의 증대를 통해 유통 주도권을 장악하고, 중소제조업체의 존립 기반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통큰·손큰·착한 상품’등의 명분으로 통닭·피자 등의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미끼상품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넷째, 대형 마트의 의무휴업이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것은 오해다.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점포가 도심에 입점할 경우 도시기능의 저하, 환경 보전, 도심교통 억제 및 생활환경 개선 등의 이유로 다양한 절차를 거친다. 또한 지역 주민 및 지자체의 필요성을 제도적으로 검토하여 반영하게 하거나 도시계획 차원에서 건축 허가를 법적으로 불허하거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 대형 마트의 휴일영업 규제는 근로자들의 휴식권과 신앙의 자유 등을 이유로 법적 또는 자율적으로 지키고 있다.

이외에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여러 가지 기능과 무형자산의 가치에 대해 그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대형 마트의 독주에 대한 비판은 많지만, 자연생태계에서 강자와 약자의 상생 지혜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동물의 세계가 약육강식의 생존경쟁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먹이사슬에서도 균형을 깨트리거나 멸종시키는 극한 경쟁은 피한다. 오히려 먹이사슬의 활동을 상호의존적으로 보존시키려고 하는 종의 희생과 공생을 통해 모든 생물이 진화한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며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백운배<대구미래대 서비스경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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