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기부진이 장기화되고 사회가 각박해짐을 느낌에 따라 공감과 위로, 치유를 뜻하는 힐링 열풍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느림과 힐링에 대한 서적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가 하면, 단순히 몸을 키우는 운동이 아닌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한 요가나 필라테스 등이 큰 인기를 끌며, 신체의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까지 추구하는 ‘힐링’의 개념이 건강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힐링 트렌드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 사이클을 이미 30년 전부터 사업에 적용해온 브랜드가 있다. ‘헬스’에서 ‘피트니스’ 그리고 ‘웰니스’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정립하고 그에 맞는 운동기구를 개발하면서 시장을 선도해온 이탈리아의 명품 운동기구 브랜드 ‘테크노짐(Technogym)’이 바로 그곳이다.
테크노짐은 1983년 이탈리아 세세나 마을의 작은 창고에서 당시 22세의 네리오 알렉산드리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가 이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재미없고 단순한 동네 헬스클럽의 운동기구에 싫증이 나자 알렉산드리는 직접 운동기구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운동기구를 많은 사람이 좋아하자 전문 운동기구 회사를 차리게 된 것이다. 창고에서 시작된 테크노짐은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운동기구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설립 30여년 만에 매출 4억유로, 2천200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세계 3대 운동기구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
테크노짐은 운동기구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과거 철제 운동기구가 즐비하던 헬스장을 테크노짐은 첨단기술 구현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86년에 업계 최초로 2㎡ 공간에서도 전신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 ‘유니카’를 선보이게 된다. 하나의 운동기구를 가지고 25가지 전신운동이 가능한 이 기구는 처음 출시될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업계에 테크노짐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또한 87년에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스테퍼’를 개발하였으며, 88년에는 이용자의 심장박동에 따라 운동량을 스스로 조절해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테크노짐은 운동의 오락적인 요소에 주목했다. 요즘은 러닝머신을 하면서 영상을 보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만 이 아이디어를 처음 도입해 기구를 개발한 회사도 바로 테크노짐이었다. 2003년 업계 최초로 러닝머신과 같은 운동기구에 TV를 탑재하였고, 2010년에는 애플사의 아이팟을 활용해 음악도 듣고 자신의 운동기록도 저장할 수 있는 러닝머신을 선보인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
이렇듯 테크노짐이 획기적인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거운 것을 들면 된다’고 생각했던 80년대 운동기구의 개념을 ‘즐겁고, 쉬운 것’으로 바꾼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테크노짐이 설립되던 당시만 해도 운동기구란 보디빌딩을 위한 기구라는 개념이 일반적이었다. 그렇다보니 운동기구의 대부분은 남성의 차지였고, 여성과 노약자, 그 외 보통 사람의 삶 속에 운동기구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소득이 향상됨에 따라 건강과 몸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운동의 개념도 ‘남녀노소 모두의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많은 사람이 ‘피트니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테크노짐은 이 시장에 주목했다. 남성 위주의 운동기구에서 모두를 위한 운동기구로 개념을 확대하며, 건강과 미용을 위한 제품 개발에 돌입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피트니스보다 한 단계 진보한 ‘웰니스’를 새로운 개념으로 내놓으며 체력, 심리, 영양 측면까지 고려하는 토털 건강기구를 개발하게 된다. 고객의 니즈에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테크노짐은 건강이란 기본 전제 아래 그 영역을 무한히 확대하고 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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