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이 올 연말 안동·예천 신청사로 이전함에 따라 도청 주변인 대구 북구 산격동의 도심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다. 도청 직원들이 자주 가는 식당 등 상당수 상가에 점포 임대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경북도청은 1910년 대구 중구 포정동(현 대구 경상감영공원)에 들어섰다가 66년 지금의 북구 산격동으로 옮겼다. 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북도와 분리됐다. 행정적 분리에도 불구하고 경북도청은 여전히 대구시에 머물게 됐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2006년 도청 이전 결정을 통해 올 연말 안동·예천에 신청사를 지어 옮긴다.
대구와 경북은 각각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이지만, 같은 뿌리인 데다 도청을 매개로 하나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올 연말 도청이 경북으로 집을 옮기게 되면서 각각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때문에 도청을 떠나보내야 하는 북구 산격동 인근 주민과 대구시민은 벌써 주변 상권 붕괴와 도심공동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전을 1년가량 앞둔 시점에서부터 빈 상가가 눈에 띄는 등 그런 조짐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대구시는 도청 후적지 개발 계획 결정에 앞서 해당 지역 주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불안감 감도는 도청 주변 상권
3일 정오쯤 대구시 북구 산격동 대구 실내체육관 인근 한 상가. 경북도청 공무원들이 자주 찾는 해물탕과 횟집 인근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193㎡(약 60평) 크기의 가게로 2~3개월 전쯤부터 비웠놨지만, 아직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변 상인들은 전했다.
인근 한 상인은 “주변에 대학도 있고, 도청도 많아 임대를 하면 잘 나가던 곳이었다. 그런데 도청 이전이 확정된 상황이다 보니 투자를 해 가게를 시작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도청 이전은 올 연말이다. 특히 공무원 임대아파트(496가구)는 내년 12월, 민간아파트(1천900여 가구)는 2016년 말에나 준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도청 인근 식당가는 벌써 찬바람이 불고 있다. 손님 대부분이 도청 공무원이다 보니 이들이 빠져나갈 경우 운영이 힘들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곳 상권은 도청 이전과 함께 형성되기 시작했다. 점심은 물론 저녁에도 회식 등으로 붐비는 곳이다. 대부분 손님이 도청, 경북도 교육청, 경북 경찰청 직원이라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단골로 오는 도청 공무원이 많아 아예 외상 장부를 쓰는 손님이 전체의 70%정도”라면서 “사실상 도청 제2구내식당처럼 운영했는데 도청이 옮겨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상인뿐만 아니라 산격 1·3·4동 주민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상권이 무너지면 인근 집값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민 최모씨(여·55)는 “도청이 옮겨가고, 후적지 개발 계획이 잡힌다고 해도 몇 년 정도는 사실상 공터처럼 방치된다고 하더라”며 “안 그래도 주택가 밀집 지역이어서 골목이 많은데 저녁에 사람들의 발길마저 줄면 우범지대가 되는 것은 아닐지 겁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이 지역구인 최길영 대구시의원은 “도청 이전 이야기가 나온 지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후적지 개발 방안 등 기초적인 계획조차 확정된 것이 없다. 그런 상태에서 올 연말로 도청 이전이 확정되니 상인과 주민들은 벌써부터 상권붕괴와 도심공동화를 걱정하고 있다”며 “후적지 개발 이전에 빈 건물로 남을 도청을 활용하는 방안이라도 하루빨리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도 150개 유관기관
신도시로 이전 목표
이전 후 대구 상주 인구
1만4천명 줄어들고
일자리 4천개 감소 예상
市 후적지 개발
국책사업 유치 추진 중
◆인구 일자리 감소 불가피
전남도청은 2005년 10월 광주시에서 전남 서남권 개발을 위해 무안군으로 옮겼다. 86년 광주가 직할시가 되면서 전라남도에서 분리됐고, 93년의 정부의 결정으로 도청 이전이 확정됐다.
안전행정부 인구통계를 보면, 전남도청이 있던 광주 동구 인구는 2004년 말 11만 7천700명에서 2012년 말 10만 5천600명으로 도청 이전 후 6년 동안 1만 2천100명이 줄었다.
반면 도청이 옮겨간 무안군의 인구는 같은 기간 1만 3천200명 늘어 2012년 말 기준으로 7만 5천700명을 기록했다. 무안군은 외부 인구 유입은 30~49세 사이가 5천200명, 15세 미만 2천400명 등 50세 미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도청 이전 이후 전남교육청·중소기업지원센터·전남발전연구원·전남경찰청·농협중앙회 전남본부 등 35개 유관기관도 이전했다.
관련 기관의 이전으로 2006~2010년 무안군의 지역내 총생산(GRDP)은 연평균 6.9% 증가, 전남 전체 증가폭(4.0%)을 웃돌았다. 전남도청과 전남교육청의 이전에 따라 공공행정과 교육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늘었다.
경북도청과 관련 유관기관이 이전하게 되면 대구도 이같은 상황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경북도는 도청 이전과 함께 150개 유관기관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91개 기관 2천533명이 이전 의향을 밝힌 상태다.
이런 결과는 관련 연구를 통해서도 예상할 수 있다.
2011년 대구경북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도청 이전 이후 상주인구는 1만4천명 감소, 생산감소액은 3천300억원, 일자리는 4천개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구 대구대 교수 등이 내놓은 ‘경북도청 이전이 대구경북광역경제권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논문을 보면, 도청 이전으로 대구는 연간 생산유발효과 2천528억원, 부가가치 1천5억원이 감소하고, 고용유발효과 감소는 3천684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전 교수는 “대구지역 경제는 생산유발효과를 비롯해 각종 유발효과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도청의 기능을 대신해 대구의 중심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대구시는 현재 국토연구원에 ‘경북도청 이전터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도청 이전에 따른 영향 분석, 이전지 활용, 이전지 주변 지역 활성화 방안 마련 등이다. 결과는 6월 중순쯤 나올 예정이다.
대구시가 국토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이유는 지역여건과 중앙정부 차원의 국토발전 계획을 고려한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후적지 개발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또 최종 계획을 발표하기 전 해당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장기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주민을 포함한 대구시민의 동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시는 시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국비로 진행될 수 있도록 단계별로 나눠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도청 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 국회 통과와 함께 후적지에 들어설 시설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
구본근 대구시 정책기획관은 “4월 임시국회 때 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과 함께 도청 이전 후적지에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시비가 아닌 국비로 지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이와 함께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한 주민참여형 도심재생 활성화 사업도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해 시의 재정부담과 지역 주민의 걱정을 함께 덜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가 2011년 9월 도청 후적지 개발과 관련해 대구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0%), 응답자의 67.3%가 도청 이전 이후 주변 지역에 공동화 현상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도청 소재지인 북구 주민뿐만 아니라 전체 시민들의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64.6%는 도청 이전이 “대구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해,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15.0%)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도청이전으로 대구가 입을 가장 큰 손실로 인구 유출(37.2%)을 1순위로 꼽았고, 그다음은 대구와 경북간의 상생협력관계 악화(21.8%), 상권 위축(16.5%) 순이었다.
도청 이전 후적지 활용 시 고려할 사항으로는 대구의 장기 발전(31.3%)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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