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의원은
△1955년 김천 출생 △김천고-경북대 수학교육과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 △18·19대 국회의원 △현 국회 지방살리기포럼 공동대표 △현 새누리당 경북도당위원장
지난해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지역갈등이 아닌 지역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던 영·호남 지역갈등이 경상도 출신 삼천포와 전라도 출신 해태의 우정 앞에 무참히 깨지는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전 국민이 ‘응사앓이’에 빠져 있을 때 정치권에서도 의미 있는 모임이 출범했다. 지난해 12월2일 여·야 간 대치국면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새누리당 경북지역 국회의원과 민주당 전남지역 국회의원이 의기투합해 ‘동서화합포럼’을 발족시켰다. 영·호남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동서화합포럼’은 출범 후 첫 행사로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했다. 오는 3월에는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이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을 예정이다. 교차 방문에는 해당 지역 의원들이 동행한다.
‘동서화합포럼’은 전직 대통령 생가 방문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영·호남 소통 강화와 공동 지역개발 추진 등을 통해 지역 간 상생·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포럼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새누리당 이철우 경북도당위원장과 민주당 이윤석 전남도당위원장을 만나 포럼 창설의 배경과 향후 활동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71년 대선 이후 선거 때마다 감정의 골
이거 극복 못하면 통일도 어렵습니다”
-국회 동서화합포럼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작년 전남도청 국정감사 때 지역 신문들이 대통령 공약 관련 지역예산 가운데 경상도는 80%를 가져갔지만, 전남은 5% 정도만 가져갔다고 대서특필한 적이 있다. 잘못된 통계였지만, 이래서는 정말 지역화합이 안되겠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정치권에서 나왔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먼저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북이 새누리당의 뿌리라면, 전남은 민주당의 뿌리다. 지역갈등을 해결하려면 두 지역이 만나 화합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같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자 경주이씨 종친인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이윤석 의원과 만나서 자연스럽게 동서화합포럼을 하자고 했다.”
-첫 사업으로 김대중·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교차 방문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영·호남 지역갈등은 삼국시대 때부터 있었다. 하지만 지역갈등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선거에서 격돌하면서부터다. 63년과 67년 대통령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이 경북보다 전남에서 표를 더 많이 얻기도 했다. 그런데 71년 대통령 선거 때 김 전 대통령이 나오면서 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점점 고착화돼 현재는 한 지역에서 80~90% 득표율이 나온다. 국민들이 선거할 때마다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먼저 화합하고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징성이 있는 김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자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의 상징 |
“김 전 대통령 생가 방문 방송이 나간 후 지역 유권자들한테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사상적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정말 잘했다, 이제는 풀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보기 좋더라’는 말을 해줬다.”
-영·호남 지역갈등이 사회적 비용에 미친 영향과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항은.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역·계층·이념·세대 간 갈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246조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런 갈등만 해소돼도 국민소득이 약 4천달러가량 올라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 지역갈등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통일도 어렵다. 국론이 통합되지 않은 상황에선 통일된다 해도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 제도적으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법안을 만들기 전에 국민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의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88고속도로, 포항~새만금 고속도로, 동서철도 등의 건설이 시급하다. 그다음에 기초단체·광역단체 간의 자매결연이나 공무원 인적교류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전라도 지역이 예산을 적게 받았다고 했다. 동서화합포럼이 경북과 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의 모임이니까 두 지역이 함께 당정협의회를 열어 경북도와 전남도의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상호 간의 비교가 이뤄질수 있으니까, 고칠 건 고치고, 좋은 건 보고 배우면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서로 화합하자고 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조목조목 말하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루는 데 가장 상징적인 인물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지수가 세계 20번째를 차지하는 데 주춧돌을 놓고 몸소 실천하신 분이다. 우리가 전직 대통령을 평가 안하면 누가 하겠나. 우리도 이제는 대통령을 인정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호남주민들에게 당부할 말씀은.
“이전에는 영·호남 지역 사람이 수도권에 와서 대결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권이 비대해져 서울에서 큰 인사이동이 있어도 영·
호남 인물은 배제되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과거처럼 대결하면 우리만 몰락하는 길을 가게 된다. 현재 인구도 영·호남은 줄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포럼이 그동안의 피해 의식은 떨쳐버리고, 영·호남이 손을 잡고 힘을 합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김정률기자 jrkim82@yeongnam.com
<> 이윤석 의원은
△1960년 전남 무안 출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경남대 정치학 석·박사 △7대 전남도의회 의장 △18·19대 국회의원 △현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 △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 △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영·호남 서로를 이해하는 첫걸음”
-동서화합포럼 구성 이유와 구성원은 어떻게 이뤄졌나.
“이철우 의원과는 19대 국회에 들어오면서부터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저는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고, 이철우 의원은 새누리당 경북도당을 맡고 있다. 서로 비슷한 고민이 많았다. 특히 동서화합의 절실함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어왔다. 양당 전남, 경북 의원들의 가교 역할을 하자고 이철우 의원과 의기투합한 결과, 지난해 12월2일 첫 조찬모임을 시작으로 동서화합포럼을 결성하게 됐다. 동서화합포럼은 새누리당의 경북도당 소속 국회의원과 민주당의 전남도당 소속 국회의원 25명 전원이 참여했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최경환 현 원내대표, 이병석 국회부의장, 주승용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김태환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장, 4선의 이낙연· 김성곤 의원 등 당대표급 중진 의원들을 비롯해 보궐선거로 처음 국회에 들어온 초선의원까지 국회내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는 구성이다.”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교차 방문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두 대통령의 생가방문은 영·호남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전남도당과 새누리당의 경북도당은 두 대통령을 배출한 양당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영·호남 화합은 두 지역의 정신적 지주인 두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번 전직 대통령 생가 방문을 계기로 영·호남의 갈등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향후 영·호남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갈등지수가 OECD 34개국 중 2위로 터키 다음으로 높은 나라로 나왔고, 그 반대로 사회통합지수는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계층간, 노사간, 지역간 한국 사회 전반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데, 이를 조정해야 할 시스템이 제대로 없는 것이 큰 문제다. 사회갈등의 대표적인 예가 영·호남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선거에서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선거운동이 펼쳐졌고, 영·호남 대결 구도의 선거전 양상이 고착화됐다. 결국, 정치권에서부터 영·호남 갈등 조장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식의 대통령 중심제 권력구조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죽기살기식의 전쟁같은 선거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의 조정과 통합 노력이 절실하다.”
-동서화합포럼의 향후 활동 계획은.
“우선 지난 예산국회에서 경북과 전남 의원들이 힘을 모아 유일한 동서간 고속도로지만 지지부진했던 88고속도로의 새해 예산 4천960억원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영·호남 화합에 필요한 예산과 사업 발굴에 힘쓰겠다. 또 영·호남 화합을 포함한 지역·계층·세대 등 국민적 대립을 봉합하고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기능의 특별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 행정부에는 대통령 산하에 국민대통합위원회란 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국민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입법부인 국회에서도 이러한 기능의 특별위원회가 필요하다. 특별위원회 설치는 전남과 경북 의원만으로 가능하지는 않으므로 국회내 공감대 형성에 노력하겠다”
경북·전남 의원들 국회서 힘 모아 |
“정치는 투쟁과 동시에 타협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의회정치에서 여야가 대치하거나 반목하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소통할 수 있는 통로는 필요하다. 양당구도의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전남, 경북의원 모임을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고 지지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이후 지역에서는 어떤 반응이 있었는가.
“지역에 내려가보면 잘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누구보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뿌리깊은 영·호남 갈등과 반목의 고리를 끊고 통합의
염원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정치실종으로 표현되는 여
야의 정치력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도 확인했다. 동서화합포럼이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한 갈등을 치유하고 진정한 화합을 이루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 바란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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