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씨(51)는 얼마 전 허무하게 남편을 잃었다. 자영업을 하던 남편 황씨(55)는 이달 초 잠을 자다 숨졌다. 평소 영업상 저녁 술자리가 잦았던 황씨는 숨지기 일주일 전까지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다만 한번씩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했을 뿐이다. 건강관리를 위해 별도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돌연사인 셈이다.
◆중년을 위협하는 돌연사
잠을 자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등산을 하다 혹은 골프장에서 급사한 사람의 이야기를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허승호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심장내과)는 “아무런 예고가 없거나 증상이 나타난 지 한 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를 의학적으로 ‘급사’ 또는 ‘돌연사’라고 한다”며 “급사한 경우 약 90%는 심장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장병의 종류는 수십 가지다. 이 가운데 성인에게 일어나는 급사의 원인이 바로 ‘관상동맥질환’이다. 이 병은 심장의 혈액순환 부족, 즉 허혈 현상을 발생시킴으로 허혈성 심장병이라고 하며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그 대표적 예다.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각 장기에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돼야 한다. 이런 혈액 공급을 위해 펌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심장이다. 이 펌프 기능을 하기 위해 심장의 대부분은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 몸의 다른 근육과 마찬가지로 심장 근육 자체도 심장을 작동시키기 위해 산소와 영양분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왕관 모양의 동맥혈관이 세 가지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관상동맥이다.
심장이 필요로 하는 혈액의 양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혈액의 공급량을 조절하려면 관상동맥의 크기가 적절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관상동맥에 동맥경화증에 의한 협착 현상이 생기게 되면 필요한 만큼의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심장근육(심근)에 허혈, 즉 혈액순환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관상동맥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관상동맥질환이라 한다.
협심증이란 이 관상동맥의 콜레스테롤과 같은 이물질이 쌓여서 혈관이 좁아짐에 따라 생기는 병이다. 즉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혈류량의 부족으로 심장근육에 허혈 상태가 초래돼 환자가 흉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심근경색증은 협심증이 더 나아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힘으로써 나타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히면 혈액순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게 되므로 심장근육의 혈액공급이 끊겨 막힌 부위가 경색 또는 피사 현상을 일으킨다. 심근경색증 환자의 절반가량은 협심증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심근경색증을 일으킨다.
협심증의 경우엔 심장근육의 허혈 상태가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이므로 안정을 취하면 심장근육에 손상없이 회복이 된다. 그러나 심근경색증의 경우엔 허혈 상태가 지속돼 심장 일부가 죽어 버리기 때문에 안정을 취하거나 약물을 투여해도 심장근육의 일부가 손상을 받게 된다.
◆돌연사, 관리가 중요
적당한 운동은 환자에게 심장의 기능을 되찾아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의 경우 산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걷기, 등산, 조깅, 수영, 줄넘기, 자전거 타기를 들 수 있다.
특히 이런 운동은 심장과 호흡기능을 많이 증가시키면서도 혈압은 비교적 적게 증가시킨다. 그러나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엎드리기 등의 등척성 운동은 근육의 발달에는 필요하지만, 심장이나 폐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심장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운동 시작 전에는 반드시 5∼10분 몸을 풀어줘야 하고, 또 운동을 마친 후에도 5∼10분 정도 마감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운동은 1주일에 3회 이상, 1회에 30∼60분 정도 하는 것이 좋으며 처음부터 무리하게 많은 양의 운동을 하기보다는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가는 것이 좋다. 협심증이나 만성 심근경색증 환자는 이런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한 후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상동맥 환자에게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죽상동맥경화이므로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악화시키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환자는 우선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10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허 교수는 “협심증 환자나 심근경색증 환자가 실천해야 할 식이요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지방질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다음으로는 육류의 섭취를 줄이는 대신 신선한 채소나 과일, 잡곡, 현미, 콩류, 해조류(미역) 등 섬유소가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저장 식품, 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도 평소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사탕, 꿀, 엿, 케이크, 아이스크림, 콜라, 사이다 등 단당류의 섭취는 당연히 줄여야 한다.
외식을 할 때에는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대신 한정식, 생선구이, 김밥, 초밥, 비빔밥을 선택하는 것이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허 교수는 “과음은 알코올성 심근증, 중성 지방의 증가, 심방세동,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소량으로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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