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눈길 운전 어떻게 대비하나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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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7  |  수정 2013-12-07 08:46  |  발행일 2013-12-07 제12면
이른 아침 결빙도로·눈길 ‘스노 타이어’ 장착으로 위험 줄여야
겨울철 폭설 등 이상기후, 교통사고 위험 증가, 출퇴근 시간대 치사율↑
결빙 많은 고가도로 아래 다리 위·터널 끝나는 지점 등 급제동·급가속 삼가야
스노체인·첨단제동 장치, 스프레이 미끄럼방지제 활용, 서행·안전거리 확보가 필수
빙판·눈길 운전 어떻게 대비하나
겨울철 눈길·빙판길 운행시 반드시 감속하고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은 지역에 따라 많은 눈이 내리는 등 초반부터 심상치 않을 것이라 예고되고 있다. 스키, 스노보드 등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지만 운전자들에게는 여간 걱정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겨울철에 사고가 늘어나는 이유는 눈길과 빙판길의 마찰계수가 마른 노면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이다. 마찰계수는 수치가 낮을수록 노면과의 접지력이 떨어져 미끄럽다는 의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노면상태에 따른 마찰계수 값은 아스팔트를 기준으로 건조상태가 0.8, 습윤상태가 0.7, 진흙이 0.6, 눈길은 눈이 쌓인 정도에 따라 0.1~0.4 수준이며 빙판의 경우 0.2 정도로 낮다.

즉 눈·빙판길은 마른 노면에 비해 마찰계수가 1/4 수준으로 미끄럽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평소처럼 생각하고 브레이크를 작동하게 되면 앞차와의 추돌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타이어와 체인·첨단주행장치 등을 활용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먼저 공기압을 평상시에 비해 10~20% 정도 낮추는 것이 좋으며 겨울철에는 사계절 타이어에 비해 접지력을 향상시켜주는 스노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빙판길이나 눈길에서 제동을 해야 할 경우 풋브레이크보다는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야하며 코너를 돌아야 하는 경우에는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말고 천천히 회전하는 것이 사고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제동거리를 줄여주는 ABS, TCS, VDC와 같은 첨단장치가 장착되기도 하지만, 미끄러운 겨울철 도로에서 안전운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서행과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다. 필요에 따라 제한속도의 20~50%를 줄여서 주행해야 하며, 안전거리 역시 평소에 비해 2배 이상 확보해야만 한다”며 “이는 어떠한 돌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는 시간과 거리를 보장해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눈·빙판길 교통 사고 증가 추세

겨울철에는 급격히 낮아진 기온과 폭설 등의 이상기후로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계절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2010~2012년) 발생한 교통사고를 계절별로 분석한 결과, 겨울철 교통사고 100건당 사상자수(사망자수+부상자수)가 159.3명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사고유발요인 가운데 도로환경적 요인이 있는 교통사고의 43%인 8천900건이 겨울철에 발생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중 6천600여건의 사고는 비, 결빙, 적설 등 노면의 미끄러움으로 인한 사고로 나타나 겨울철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 운전이 요구된다.

도로교통공단은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겨울철 교통사고 특성 및 교통안전수칙을 분석·발표했다. 최근 3년간(2010~2012년) 겨울철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다른 계절과 비교할 때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6시~8시, 오후 6시~8시 사이에 치사율이 높았다. 차종별로는 다른 계절에 비해 승합차, 자전거, 농기계 등의 치사율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겨울철 교통사고를 노면상태별로 살펴보면, 노면이 젖은 상태(습기상태)에서의 치사율이 4명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결빙상태(빙판)에서의 치사율이 2.6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습기상태에서의 야간 치사율이 4.3명으로 가장 높아, 눈이 녹았거나 일교차가 심한 날 야간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증가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빙판길(결빙상태)과 눈길(적설상태)에서는 겨울철 전체사고에 비해 차 대 사람 사고는 적었던 반면, 차 대 차 사고와 차량단독 사고는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했다. 따라서 눈길, 빙판길 운행 시 반드시 감속하고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겨울철 전체사고와 비교할 때 노면 결빙·적설상태에서는 주행속도가 높은 지방부도로(일반국도, 지방도, 군도, 고속국도 등)에서의 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했다. 특히 적설상태에서 고속도로사고의 구성비가 3.8%로 겨울철 전체 고속도로사고 구성비(1.7%)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 눈이 쌓인 노면을 고속 주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함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정 도로교통공단 통합DB처장은 “최근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노면이 미끄럽거나 얼어붙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겨울철에는 해가 일찍 저물고, 비나 눈이 왔을 때 도로가 빙판길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차량운행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라며 “특히 고가도로 아래, 다리 위, 터널이 끝나는 지점 등은 노면의 온도가 낮거나 그늘이 져서 결빙된 도로가 많은데 이런 지점에서는 급제동·급가속을 삼가야 한다. 또한 빙판길, 눈길 등 노면이 불량한 상태에서는 마찰력이 줄어들어 차량의 제동에 필요한 거리가 훨씬 증가하기 때문에 반드시 감속하고 앞차와의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어떤 것이 안전할까

소비자가 손쉽게 자동차 빙판길이나 눈길을 대비할 수 있는 장치는 스노체인과 타이어, 차량의 첨단 제동장치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스노타이어는 겨울철 안전운행을 위해 필수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보급률이 낮은 실정이다. 한 타이어업체의 통계자료에는 눈길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80%는 스노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은 차량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와있다.

그렇다면 어떤 장치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눈길 제동장치 및 타이어 종류별 제동효과 시험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시험은 눈길에서 첨단 제동장치(VDC, 차체자세제어장치)를 비롯해 일반 타이어와 스노타이어, 스노체인 종류별 제동효과를 실제 도로에서 비교했다.

보고서는 먼저 겨울철 눈길에서는 스노타이어 사용을 적극 권장 했다. 눈길에서 시속 50㎞ 주행 중 급제동 시 제동거리를 측정한 결과 기록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스노타이어는 평균 31.4m(제동시간 4.1초)로 일반 타이어 평균 38.5m(5.3초) 대비 제동거리가 평균 7.1m(18.4%)나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제동장치인 VDC(ESP)는 장치의 작동 유무에 따라서도 스노타이어는 평균 제동거리(31.4~5m 내외)가 거의 같았으나 일반타이어는 VDC 작동 시 평균 제동거리 40.2m로 1.7m(4.4%) 더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타이어 스노 용품 종류별 제동효과 시험 중 가장 성능이 높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결과는 예상 외로 스프레이 미끄럼방지제 사용 시 제동효과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에서 일반 타이어를 장착하여 시속 50㎞에서 급제동 해 제동거리를 측정한 결과, 미끄럼방지제(분무기)를 사용한 경우 37.2m를 기록했다. 이는 아무 것도 사용하지 않은 일반타이어(47m)보다 평균 9.8m(26.3%)가 짧은 것으로 제동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쇠사슬 5.6m(13.5%), 직물 4.8m(11.4%), 우레탄 2.9m(6.6%) 순으로 제동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 보고서는 사용이 간편한 미끄럼방지제의 제동효과는 일시적으로 양호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효과는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눈길 주행 후 대략 20~30분이 지나면 제동성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으므로 자주 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눈길 코너 통과(핸들링) 주행 시험에서는 안전장치인 VDC의 우수성이 확인됐다. 눈길에서 일반 타이어를 장착, 시속 약 35㎞로 코너링 통과 시험 결과, VDC 작동 시 지정차로 유지 성능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VDC 기능은 눈이나 빙판, 젖은 노면에서 주행 안정성 성능은 우수하지만 제동거리 단축과는 관계가 없음이 확인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연구원은 “눈이 오거나 이른 아침 결빙된 노면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평소 보다 2배 이상 증가한다"고 며 “겨울철에는 제동 및 주행성능이 우수한 스노타이어 사용을 적극 권장하며 첨단 제동 및 주행장치(ABS, VDC, ECS 등)에 대한 올바른 사용과 감속운전이 눈길 안전운행의 핵심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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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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