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서구 평리동에 자리 잡은 대구가정법원 청사. 가정법원 주변 상인들은 이달 16일 달서구 용산동으로 청사가 이전되면 상권이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이달 16일 대구가정법원(대구시 서구 평리동)이 달서구 용산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법원 인근 상권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일명 ‘이혼 프리미엄’으로 30여년간 공고하게 다져진 평리동의 법원상권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상인과 인근 법원 관련 전문직은 곡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상태여서 썰물처럼 빠져나갈 손님을 막을 뾰족한 묘수는 없는 상태다.
가정법원 이전으로 직격탄을 맞는 이들은 바로 식당가다. 법원을 찾는 민원인이 주된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민원인 주고객인 식당 타격
대서소는 옮기고 싶어도
용산동 상권 형성 안돼 난감
법무사·변호사 사무실도
비싼 점포세에 엄두 못 내
서구청 유동인구 감소 걱정
식당 주인 설모씨(68)는 “이혼하러 온 부부라도 ‘일단 밥부터 먹고 보자’는 생각으로 식당에 많이 찾아 왔다. 이제 그 손님이 안 온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매출걱정으로 잠을 설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법원 길 건너편에 위치하며 호적증명소송에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해 온 한 민간업체는 고심 끝에 가정법원을 따라 같이 이전키로 했다. 이 업체 직원 권모씨(34)는 “호적증명 소송준비를 위해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 업무 특성상 가정법원을 따라가는게 맞다”며 “법원이전 시점에 맞춰 사무실을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을 따라 옮기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들이 많다.
법원에 제출할 서류작성을 대행해주는 대서소가 대표적인 경우다.
대서소를 운영하는 문모씨(70)는 “법원이 이전하는 용산동으로 가고 싶지만 그곳엔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사실상 갈 수가 없다”며 푸념했다.
가사사건을 전담하는 법무사·변호사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옮겨가기도 했지만 대부분 용산동의 비싼 점포세 때문에 옮길 엄두를 못 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용산동 주변에 있는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지만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고민”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을 물끄러미 지켜만봐야 하는 서구청은 속이 더 타들어간다. 서구청, 서부경찰서와 함께 평리동 행정타운의 큰 축을 이뤘던 가정법원이 옮겨가는 것이 못내 아쉽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을 추가 유치해도 모자랄 판국에 있던 기관마저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서운함도 느낀다.
서구청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유동인구가 크게 줄 것이라는 점이다.
가정법원 후적지에는 재활용자원을 가공해 새로운 제품을 생산·전시·판매하는 디자인리뉴얼 센터가 내년 3월말쯤 문을 연다.
하지만 서구청은 신규시설이 들어오면 유동인구 유입요인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가정법원처럼 꼭 필요해서 오는 이들은 아니여서 그 수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디자인리뉴얼 센터가 현재 서구가 공들이는 섬유스트림관광과 잘 연계돼 빨리 신 성장동력으로 부각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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