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91>]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 입력 2013-10-19  |  수정 2013-10-19 07:36  |  발행일 2013-10-19 제14면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명품 소비가 대중화되면서 로고를 눈에 띄지 않게 하는 ‘로고리스(Logoless)’ 전략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강렬한 로고로 확연히 구분되는 타 명품 브랜드와는 달리 로고나 라벨이 없어도 한눈에 알 수 있는 브랜드, 바로 이탈리아의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다. 이 브랜드는 가죽 짜임이라는 독특한 기법 덕에 로고에 기대지 않고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진정한 명품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보테가 베네타는 1966년 이탈리아의 북동부 베네토 지방에서 ‘미켈레 타데이(Michele Taddei)’와 ‘렌조 젠지아로(Renzo Zengiaro)’가 만든 고급피혁제품 브랜드다. 이탈리아어로 ‘베네토 장인의 아틀리에’를 뜻하는 브랜드명처럼 장인 정신이 깃든 가죽제품을 생산하는 데 목표를 뒀다. 이들은 이름에 걸맞게 가느다란 가죽 끈을 엇갈려가며 장인의 손으로 하나하나 엮는 제작 방법을 창업 초기부터 고집해왔다.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라고 불리는 이 기법은 ‘짜다, 엮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로, 초창기에는 부드럽고 연한 가죽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었다. 여러 가닥을 땋아 만든 밧줄이 튼튼해지는 것처럼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만든 보테가 베네타의 가방도 두 배 이상 견고해진다. 이 기법은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서만 가능했고, 가방을 비롯한 다양한 가죽 제품을 선보여 지금까지도 보테가 베네타를 상징하는 브랜드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절제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 그리고 이를 가지고 만드는 장인들의 솜씨에 힘입어 보테가 베네타는 1980년대 상류층이 선호하는 고급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 “당신의 이니셜만으로도 충분할 때”라는 광고 카피가 당시의 보테가 베네타가 추구하던 디자인과 고객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로 다가갔는지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꾸준히 성장할 것 같던 브랜드의 명성이 주춤하게 된 것은 브랜드의 창립자가 보테가 베네타를 떠나기 시작하면서였다. 이후 ‘비토리오 몰테도(Vittorio Moltedo)’와 ‘로라 몰테도(Laura Moltedo)’가 브랜드를 이어 나갔지만 예전과 같은 명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존의 절제미를 강조하고 장인의 솜씨에 기반을 둔 심플한 이미지를 버리고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사업에 뛰어들었다.

잠시 주춤하던 보테가 베네타는 2001년 구찌 그룹에 인수되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토마스 마이어(Tomas Maier)’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약한다. 그가 보테가 베네타에 들어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브랜드의 정신을 되찾고 시그니처를 살리는 것이었다. 모든 제품에서 로고를 제외하고 특유의 인트레치아토 꼬임장식을 더했다. 동시에 핸드백, 슈즈 등 기존의 컬렉션과 더불어 주얼리, 아이웨어, 시계, 향수, 가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10년간 매출은 10배 이상 뛰었다.

토마스 마이어는 보테가 베네타를 지탱하는 네 가지 힘으로 품질 좋은 소재, 뛰어난 장인 정신, 현대적인 기능성,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꼽았다. 디자이너로서 그의 목표 역시 가방, 의류 등이 기능적인 본질에 닿을 수 있도록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었다.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이를 발전시키고 있는 보테가 베네타는 유럽, 아시아, 북미 등 전 세계의 140여개 매장에서 세계인에게 판매되고 있다. 바느질 선 없이 장인들의 치밀한 수공업만으로 가죽을 엮어 완성하는 보테가 베네타의 제품은 다른 브랜드가 따라올 수 없는 ‘특별함’을 지녔다. 현재뿐 아니라 언제까지라도 함께할 수 있는 보테가 베네타의 정신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다음 컬렉션을 기대해본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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