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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브라질 경기에서 한국의 지동원(가운데)이 네이마르를 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중원에서 강한 압박으로 옭아맸지만 영패를 모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상대가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인 만큼 패배의 충격은 덜 했다. 오히려 내년 월드컵 무대에서 한 수 위 전력의 팀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할지 느끼게 해 준 대결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2로 패했다. 전반 막판 네이마르(바르셀로나)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5분 오스카(첼시)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최근 브라질이 호주에 6-0 완승을 거뒀고, 포르투갈을 3-1로 제압한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중원에서부터의 강한 압박
기성용-한국영 협력 수비
네이마르 돌파 효과적 차단
역습 상황서 느린 공격전개
지동원-구자철 호흡 안 맞아
끊기는 공격 흐름 아쉬워
◆ 강한 압박과 수비 조직력은 ‘합격점’
이날 한국의 경기력은 공격의 마무리 과정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다. 중원에서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했고, 끈끈한 조직력으로 개인기가 뛰어난 브라질 선수의 돌파를 협력 수비로 막아냈다.
특히 기성용(선덜랜드)의 복귀로 허리 라인이 한층 탄탄해졌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기성용은 거친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고 공수 연결고리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전반 2분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후반 28분에는 브라질 선수 두명을 제치고 전방으로 패스를 찔러주는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기성용과 함께 더블 볼란치를 맡은 한국영(쇼난)도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축구팬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다. 몸싸움이 뛰어나고 커버 능력이 좋은 더블 볼란치 조합으로 브라질 공격의 시발점인 네이마르를 철저히 막겠다는 홍 감독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경기초반 수비-미들-공격진이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압박을 전개한 것도 성공적이었다. 브라질은 한국의 타이트한 수비에 막혀 경기 중반까지 공격 활로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아쉬움이 남았던 수비진도 가능성을 보였다. 김진수(니가타)-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김영권(광저우 헝다)-이용(울산)으로 구성된 포백라인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브라질 공격진을 상대로 때론 거칠게, 때론 영리하게 수비를 펼쳤다. 후반 초반 오스카에게 추가점을 내준 장면에선 집중력 부족 문제를 드러냈지만 네이마르·조(아틀레치쿠 미네이루)·헐크(제니트) 등 세계 정상급의 공격라인을 맞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 날카로운 역습은 ‘글쎄’
강한 팀을 상대로 가장 효과적인 전술은 ‘선(先) 수비 후(後) 역습’이다. 상대의 공세를 조직력과 강력한 수비로 무력화시킨 뒤 빈틈을 노린 ‘한방’으로 승리를 움켜쥐는 전략이다.
하지만 한국은 브라질의 공세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역습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역습 상황에서의 공격전개는 느렸고, 공격에 가담하는 인원도 부족했다.
한국의 공격진은 역습 외에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위치 선정에서 상대 수비에 밀렸고, 골 결정력도 여전히 부족했다. 특히 이청용(볼튼)의 헤딩슛은 가장 아쉬웠다. 후반 24분 이청용은 기성용의 왼쪽 코너킥을 그대로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원톱’지동원(선덜랜드)과 처진 스트라이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부진도 아쉬웠다. 이들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눈에 뛰는 활약을 펼치지 못한 데다 수차례 호흡이 맞지 않는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측면 공격수들이 수비에 치중해 공격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것도 문제였다. 그나마 후반전 이근호(상주)와 손흥민(레버쿠젠)의 투입으로 공격에 활기를 찾았지만 공격진이 상대 수비에 고립되는 것은 여전했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이 모여 한국은 전·후반 90분을 통틀어 네 차례 밖에 슈팅을 하지 못하고 영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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