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90] 레고(LEGO)

  • 입력 2013-10-12  |  수정 2013-10-12 07:30  |  발행일 2013-10-12 제14면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90] 레고(LEGO)

원색의 플라스틱 조각만으로 50여 년 전 세계 아이들을 매료시킨 브랜드 ‘레고(LEGO)’. 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은 솟아나온 요철과 아래로 향한 파이프 블록 형태로 경이로운 환상의 세계를 마련해준다.

레고는 시골의 작은 목공소에서 탄생해 세계적인 거대기업으로 발전하기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환상적인 레고 블록만큼이나 흥미로운 브랜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덴마크의 가장 가난한 지역의 목공소가 몇십 년 만에 5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레고는 창립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덴마크 빌룬트에서 작은 목공소를 운영하며 시작됐다. 가구를 제작하던 그는 1930년대 초반 유럽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가구를 만들고 남은 조각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팔며 목공소를 운영했다. 일찍이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그는 ‘잘 놀다’라는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를 줄여 레고(LEGO)라는 브랜드를 정식으로 등록한다.

그러나 1942년 한 차례 화재를 겪으면서 목재 장난감의 한계를 느꼈고 때마침 참가한 영국 제조업 박람회에서 사출 성형 기계를 접하며 플라스틱 완구로 주력 제품을 전환하게 된다. 돌기가 있어 서로 끼울 수 있는 블록형태의 완구를 생산했지만 자꾸만 분리되는 문제점이 발생했고, 나무 장난감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판매율은 매우 저조했다.

이후 1954년 창업주의 사망으로 그의 아들인 고트프레트가 사업에 참여하면서 1958년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블록을 출시하게 된다. 4년간의 테스트 과정을 거친 결과 끼워 맞추는 블록 형태가 갖추어지면서 특허를 출원했고, 1963년 유해 성분이 없고 견고한 플라스틱 ABS수지가 개발되면서 레고의 성장은 가속화된다. 이때부터 알록달록한 레고 블록들은 날개를 달고 비상하기 시작한다.

초기 레고 모델은 도시와 가정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1978년에 첫 선을 보인 레고 피규어가 등장하면서 완구를 만드는 이의 자아를 투영시키게 된다. 성별이 없는 노란 피부색에 미소를 띤 표정의 피겨는 1989년까지 그 형태가 이어지게 된다.

주로 도시와 가정, 소방서, 경찰서, 우주 탐사 등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모델들이 중심이었다면, 1989년 해적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기존 레고 세트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개발이 된다. 각종 영화나 게임 프랜차이즈 모델들이 출시될 뿐 아니라 이전 피규어에서 볼 수 없었던 수염이나 찡그린 표정, 다양한 피부색을 볼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 생산된 레고의 브릭은 약 4천200가지이며, 2013년 기준 약 4천억개가 생산돼 세계 인구 1인당 80개의 레고를 소유할 수 있는 분량이 출시됐다. 상품의 설명서에는 단 하나의 문장도 없이 오로지 기호만으로 모형을 만들도록 하며 어떠한 언어도 배제한다. 언어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부터 모든 언어권에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 설명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미학적 가치를 갖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레고의 기본 유닛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세대가 지나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영속성을 갖게 됐다. 또 단 하나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수십 가지 변형된 형태를 갖게 되며 무한의 가능성을 실현한다. 단 6개의 블록만으로 약 9억여 개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며, 단 2개의 기본 블록으로도 24개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하니 엄청난 혁명이다. 단순한 나무 조각에 불과했던 것이 천재적인 레고의 결합원리로 완성되어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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