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커튼콜’의 숨은 주인공

  • 김은경,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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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0-05  |  수정 2013-10-05 08:26  |  발행일 2013-10-05 제1면
■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대구 오페라·컬러풀 축제 사무국 24시
그대들은 ‘커튼콜’의 숨은 주인공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조직위의 직원들. 열심히 준비한 공연의 피날레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올 때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대들은 ‘커튼콜’의 숨은 주인공
‘2013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의 사무국 직원들. 아침 일찍 출근해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도시민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지칠 줄 모른다고 한다.

10월, 대구는 축제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고품격 문화예술축제인 ‘제1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4일부터 한달간 대구오페라하우스 등 대구지역 주요 극장에서 열린다. 또 시민참여형 도심축제인 ‘2013 대구컬러풀페스티벌’도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도심 일원에서 펼쳐진다. 메마르고 지친 도시민의 삶에 오아시스가 되는 축제.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사람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 그들이 있기에 축제가 가능하고, 그들의 분주한 활동으로 인해 축제는 더욱 빛이 난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애환과 즐거움을 가지고 있을까.

1일 오후 3시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을 사흘 앞둔 조직위 사무국은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과 수시로 사무실을 들락거리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이다.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도 여러가지다. 연습실 조명을 고쳐달라는 가벼운 민원부터 단체로 티켓을 구입할테니 할인해 달라는 요청, 해외 귀빈들의 일정 논의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는 사무국 직원들의 간식거리를 사들고 온 반가운 출연진도 보인다.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조직위 직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올해 오페라축제는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10개국 13개 단체가 참여한다. 특히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로 손꼽히는 다니엘 오렌이 처음으로 내한한다. 그가 이번 축제에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조직위는 물론 전국 음악계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조직위 조하나 홍보담당은 “개막이 다가오면서 정해진 근무시간이 사라졌다. 아침에 눈 뜨는 대로 출근하고, 일이 끝나면 퇴근하는 식이다. 쉬는 날 근무는 기본이고, 밤 12시를 넘어 퇴근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의 축제, 대구컬러풀페스티벌 사무국으로 발길을 옮겼다. 2일 오후 4시에 찾은 대구컬러풀페스티벌사무국은 의외로 조용하다. 축제 개막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주환 예술감독과 직원 1명만 달랑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두 사람의 전화기는 내려놓기가 무섭게 쉴 새 없이 벨이 울리고 있다.

최 예술감독은 “축제가 다가오면서 퍼레이드 현장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축제가 열리면 3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시에 퍼레이드를 벌이는 만큼 안전이 최우선이다. 따라서 직원들이 매일 현장주위를 답사하며 퍼레이드 동선과 준비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며 “양쪽 사무실과 연락하고, 거래처와 협력사 등과 축제 전반을 체크하다보면 하루에 휴대폰 배터리를 3개쯤은 쓰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의 축제를 만드는 또 하나의 주역인 자원봉사자들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매년 그랬듯 올해도 치열한 경쟁 끝에 선정됐다. 축제의 자원봉사자들은 축제를 알리는 도우미이자 홍보대사이며, 직접 참여해 축제를 즐기는 역할을 맡는다. 두 축제의 자원봉사자들은 대학생, 주부, 직장인, 은퇴한 어르신 등 다양하고 20대부터 6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폭넓다.

올해 컬러풀페스티벌 자원봉사자인 컬러지기는 180명, 오페라축제의 자원봉사자인 오페라필은 35명이 최종 선발됐다. 통역과 진행, 티켓 판매와 온라인 홍보 등 이들이 맡은 역할은 전방위적이다. 컬러풀축제 최주환 감독은 “축제를 지원하는 컬러지기는 축제의 중요한 또다른 축이 된다. 이들의 활동에 따라 축제에 활기가 돌고, 좋은 기운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바쁜 틈에서 축제를 만드는 그들은 언제 즐거움이나 보람을 느낄까. 오페라축제 최은정 기획팀장은 “애착을 가지고 준비한 공연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질 때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영선 홍보팀장도 “오페라하우스 로비가 사람으로 북적일 때, 좋아하는 음악가를 가까이서 만났을 때, 공연을 보고 감동받은 관객의 피드백이 돌아올 때 일에 대한 만족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반면 일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는 때도 있다. 컬러풀축제 사무국 한 직원은 “축제는 단 며칠간 열리지만, 사무국 직원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1년간 축제의 성공을 위해 고민하고, 준비한다. 열심히 준비한 축제가 기대에 못미쳤을 때 ‘수고했다’는 인사말은커녕 쉽게 비난을 퍼부을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글=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사진= 박관영 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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