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거론에 앞서 市, 문화 밑그림부터 제시해야”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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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9-23   |  발행일 2013-09-23 제19면   |  수정 2013-09-23
[월요문화視線] 대구시민회관 개관준비단장 공모에 거는 바람
“문화기관장 인선 사례 보며 명성보다 수행 역할부터 검토
대구의 클래식 수준 끌어올릴 글로벌 마인드·네트워크 필요”
“인물 거론에 앞서 市, 문화 밑그림부터 제시해야”
콘서트전용홀로 오는 11월 문을 여는 대구시민회관의 개관준비단장은 누가 적임자일까. 문화계 인사들은 클래식 음악을 잘 알고, 국제적 마인드와 네트워크를 가짐으로써 대구의 클래식 수준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인물을 꼽았다. 대구시민회관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시민회관이 4년여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오는 11월 말 콘서트전용홀로 공식개관한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최근 대구시민회관 개관준비단장의 공모절차에 들어갔다. 지역문화계에서도 몇몇 인사들이 자의반, 타의반 거론되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 문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대구시민회관 개관준비단장 공모에 거는 문화계의 기대와 바람은 어떠할까.

◆문화, 밑그림 그리고 사람을 뽑아라

공교롭게도 현재 대구 문화계의 상당수 수장 자리가 공석이거나 새로운 인물의 영입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대구문화의 핵심기구인 대구문화재단의 수장자리가 지난 3월 이후 공석이며,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시립오페라단·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 오페라 관련 3개 조직을 통합한 <재>대구오페라하우스도 23일 창립총회를 거쳐 조만간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또 다목적홀에서 콘서트전용홀로 재탄생한 대구시민회관도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준비단장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중요기관의 수장은 어떤 인물이 적임자일까. 문화계 다수 인사들은 “인물의 면면을 논하기 이전에 대구시가 가진 문화 마스터플랜을 먼저 내놓고, 이에 적합한 인물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즉, 해당조직과 기관에 요구되는 역할과 비전이 먼저 제시된 후에 이를 바탕으로 미션을 충실히 수행하고 이끌어 나갈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단체장 A씨는 “대구는 다른 지자체가 문화에 눈돌리기 이전부터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왔다. 공연장과 미술관을 건립하고, 오페라와 뮤지컬 축제로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높여왔다. 문제는 이와 같은 다양한 조직과 기관을 대구의 장기적 마스터플랜에 맞춰 유기적으로 잘 꿰어나가는 것인데, 현재의 문화단체장들이 과연 이러한 배경에서 선출된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문화기획자 B씨는 “지금까지 대구의 문화기관·단체장 인선에서 실패한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된 문제점이 있다. 극장 운영 경험이 전무한 대학교수가 극장장을 맡고, 평생 오케스트라 지휘를 한 인물이 기관장을 맡으면서 조직의 근간이 흔들린 것이다. 이들이 각자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명성을 가진 전문가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문화기관장으로 적임자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향후 대구시가 사람을 뽑을 때는 해당기관이 수장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역할이 무엇이며, 이를 해당 인물이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민회관 개관준비단장의 미션은

대구시민회관 개관준비단장의 임기는 1년이다. 이후 근무실적이 우수하면 총 근무기간 5년 범위에서 연장이 가능하다. 지원자의 자격조건은 △직무분야와 관련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년(석사 5년, 학사 7년) 이상 해당분야의 경력이 있는 사람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9년 이상 채용예정 직무분야의 경력이 있는 사람 △5급 또는 5급 이상에 상당하는 공무원으로 2년 이상 채용예정 직무분야의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이다.

이에 대해 문화기관장 C씨는 “대구시가 시민회관 개관을 코앞에 두고, 1년 임기의 개관준비단장을 뽑는다고 하는데, 솔직히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지금 준비단장을 뽑아서 어떤 근사한 개관 프로그램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시민회관 개관준비단장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C씨는 “시민회관이 콘서트전용홀로 건립되는 만큼 클래식 음악을 잘 알고, 국제적 마인드와 네트워크를 가짐으로써 대구의 클래식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인물이 적임자”라며 “개관준비단장이 초대관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초대관장이 우물 안에 머물지 말고 글로벌한 마인드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침으로써 대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화기획자 B씨는 “우리 사회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도 최근 살벌한 실적바람이 불면서, 극장들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향유권을 높이고, 인간의 내면을 숙성시키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은 뒷전이고, 대중적이며 말초적인 흥미위주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공극장의 티켓가격도 갈수록 높아지고, 클래식을 비롯한 지역 예술단체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라며, “대구시민회관 초대 관장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중성과 작품성, 지역성 등을 고루 감안하면서 클래식의 입지를 다지고 대구시민의 문화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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