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랜만에 만나면 평소 같이 지낼 때는 잘 드러나 보이지 않던 사사로운 행동 하나하나까지 낯설게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괜찮다’고만 하시는 부모님의 건강을 추석 연휴를 통해 적극적으로 살펴보자.
◆체중 급감은 질병 신호= 체중은 병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최근 6개월 동안 평소 체중의 10% 이상 급격히 감소했다면 여러가지 질병의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소변이 잦으며 자주 먹고 마시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라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있다. 당뇨는 또 피부 종기가 잘 낫지 않고 여러 곳에 발생하거나 피부 가려움증을 수반한다.
식사량이 늘었지만 물을 많이 먹지 않으면서 체중이 줄었다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아닌지 의심해볼 만하다.
속쓰림, 설사, 구토, 복통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체중이 급감한 경우라면 소화기관 장애일 수 있다.
또 성욕감퇴, 탈모가 일어나거나 나이가 갑자기 들어보이고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체중이 감소했다면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식욕감퇴와 함께 피부가 검어지거나 쇠약감을 느낀다면 부신피질기능저하증 △기침이나 미열이 지속되며 체중이 줄어든다면 폐결핵 △늘 피곤하고 피부가 누렇게 변한다면 간질환 △호흡이 곤란하거나 몸이 붓는다면 심장질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움직일 때마다 ‘아이고’=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자주 만지거나 움직일 때 앓는 소리를 낸다면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때문일 수 있다. 관절염은 60대 이상 10명 중 8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일어설 때마다 물건을 짚거나, 걸음이 불편해 보이고 속도가 느려졌다면 퇴행성 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닳아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붓는 현상이다. 쪼그려 앉아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 노인으로서는 무릎 관절이나 손가락관절에 무리가 많이 갈 수밖에 없다.
또한 부모의 허리나 등이 굽었다면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 압박 골절일 가능성이 높다.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고 위태롭게 보인다면 근육 감소증에 의한 허약일 수 있다.
◆단어 생각 안 나 ‘저 그거 있잖아’= 치매는 노인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의 하나다. 치매는 완치되는 질병이 아니지만 초기에 예방을 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악화되는 것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면밀한 관찰이 중요하다.
치매 초기에는 동작이 매우 굼뜨거나 종종걸음을 걷는 경우가 많으며 얼굴 표정이 굳어지고 간단한 계산을 못하거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발음이 명확하지 않다. 특히 외출했다가 집을 찾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유 없이 의심을 하거나 평소 성격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주요 증세다.
◆목소리 커지고 말수 줄고= 65세 이상 3명 중 1명은 노인성 난청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가 TV볼륨을 너무 크게 하거나, 목소리가 커진 대신 말수는 줄었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귀에서 ‘윙’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노인성 난청일 확률이 높다.
대화 중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려 자주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을 하는지, 음정이 높은 여자의 목소리보다 남자의 목소리를 더 알아듣기 편해하는지, 전화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명 증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귀에서 울리는 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쉿쉿거리는 소리가 들리는지도 물어봐야 한다.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눈 앞이 침침해져= 60대의 70%, 70대의 70%, 80대 이상은 90%가 백내장 증상을 보인다. 대낮에 시야가 흐려지고 물체가 두개로 보이면 백내장일 확률이 높다.
시력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집에 있는 달력이나 시계를 이용해 간단한 검사를 해보면 좋다. 눈 충혈이 잘 되고 쉽게 침침해지는지 살펴보고, 바깥에 나가면 눈이 부시거나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지, 시야가 좁아진 것 같고 주위가 잘 안 보이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끊이지 않는 기침소리= 만성적으로 기침을 계속하거나 일반적인 기침 소리와 다르다면 주의해야 한다. 천식, 폐결핵, 폐암 등 다른 질병도 기침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기침을 할 때 단순 감기인지 아니면 중한 병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침과 동시에 가래에 피가 소량 묻어 나오거나 기침하면서 피를 쏟는 경우에도 다른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흡연에 의한 만성기관지염부터 폐결핵, 기관지 확장증, 폐암 등 다양한 질병이 객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침을 하면서 호흡곤란이 있는지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호흡곤란은 천식, 폐렴 등의 증상이다.
◆어지러움, 뇌졸중, 전조증상= 뇌졸중은 주로 50대 이후에 발병하는데 뇌혈관 질환이 사망원인 중 세번째다. 발병하는 원인은 동맥이 굳어져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 때문이다. 문제는 증상 없이 수년간 서서히 진행되다 갑자기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신체 한쪽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 △시야장애가 생기거나 갑자기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경우 △말이 잘 안되거나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또는 발음이 어눌해지는 경우 △갑자기 어지럽고 걸음이 휘청거리는 경우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통 증상도 정밀 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므로 증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두통이 항상 일정 부위에만 나타나거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한 경우 △전부터 앓던 두통이 횟수가 증가하거나 평소보다 훨씬 심해진 경우 △오심과 구토가 동반되거나 두통 외에도 팔다리의 운동마비나 감각장애, 어지러움, 경련, 시력저하, 안구통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면 다른 질환인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도움말= 김대현 교수<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질환별 질문 내용>
◆치매
-가족의 이름과 최근의 일을 잘 기억하는가?
-차 타기, 음식준비 등 간단한 동작이 자연스러운가?
◆호흡기 질환
-일반적인 기침소리와 다른 소리(쌕쌕거림 등)가 나는가?
-기침을 동반한 가래에 피가 묻어 나오는가?
◆청력 질환
-같은 말을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하는가?
-전화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는가?
◆시력 질환
-눈이 충혈이 잘 되며, 쉽게 침침해지는가?
-주변 사물이 뿌옇거나 혹은 좁게 보이는가?
◆치아와 잇몸 질환
-음식물을 잘 씹고, 치아가 흔들림이 없는가?
-잇몸이 붉게 변하고 볼록하게 고름이 차 있지는 않은가?
◆혈색과 체중
-혈색이 이전과 다르게 노란빛을 띠지는 않는가?
-체중이 이전보다 10% 이상 급격하게 줄지는 않았는가?
◆퇴행성 관절염
-앉고 일어나기,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불편함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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