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수입차 돌풍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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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17  |  수정 2013-08-17 07:30  |  발행일 2013-08-17 제12면
2천만원대 폴로에 젊은층 환호 … 벤츠도 소형차 나온다
수입차 구매 연령 낮아지면서 부담 적은 소형차 인기
올 상반기 판매된 수입차 절반 이상이 2천㏄ 미만
경차 국내외 기준 달라 유통 저조 … 직수입은 늘어
소형 수입차 돌풍
최근 수입자동차업계가 소형차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경차보다 조금 큰 수준의 수입 소형차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기아차의 경차 모닝(왼쪽)과 크기가 비슷한 폴크스바겐의 소형차 폴로가 나란히 주차돼 있는 모습.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작은 고추가 맵다?’

최근 들어 수입차 시장에서도 작은 차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수입차 하면 대형세단이 먼저 떠오르던 시대에서 구매연령이 낮아져 수입 소형차는 물론 수입 경차를 찾는 이들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아직 외국에서 출시되는 만큼 다양한 종류의 경차가 수입되지는 않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직수입을 통해 다양한 경차가 유통되고 있다. 또 독일 메이저 브랜드들은 경차에 앞서 소형차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16일 대구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대구의 1000㏄미만 수입 경차는 66대다. 이는 작년(55대)보다 11대, 2011년(41대)보다 25대, 2010년(25대)보다 41대가 더 늘어난 것이다. 2000년도에는 1000㏄미만 수입경차가 단 한 대도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경차 기준과 국외의 기준이 달라 수입경차가 들어오는 데는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다.


소형 수입차 돌풍

◆수입차 시장에서 경차는 아직 찬밥?

폴크스바겐, 도요타, 혼다 등은 자국에서 다양한 경차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경차를 선보일 계획이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외국과 다르게 적용되는 국내 기준과 가격 때문이다.

국외에서 싼 가격에 판매되는 경차도 국내로 수입되는 과정에서 세금과 통관, 운송 비용, 수입업체의 이윤 등이 합쳐지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령 일본에서 1천500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경차는 국내로 수입되면 2천만원이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 수입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2천만원대 수입 소형차의 이익률도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인데 비슷한 가격대의 경차 이익률은 더 좋지 않아 국내로 들여온다고 해도 재미를 보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한국의 경차 크기 규제. 유럽에서는 스파크, 모닝과 함께 경소형차(supermini)급으로 분류되는 차도 국내로 수입되면 경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경차로 분류되지 않으면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이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손해를 보게 돼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수입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피아트 ‘친퀘첸토(500)’이다.

이 모델의 전폭은 1천640㎜로 국내 경차 기준인 1천600㎜보다 40㎜가 길다. 외국에서는 경차로 분류되지만 국내로 수입되면 경차가 아닌 소형차로 분류되는 것. 1957년 첫 모델이 500㎏ 무게에 500㏄ 2기통 엔진을 달아 붙여진 이름으로 60년 가까이 이어온 이탈리아 대표 국민 경차지만, 이 모델은 한국에 재진입하면서 경차 요건에서 탈락하자 배기량을 1400㏄로 올렸다. 폴크스바겐의 ‘업’도 1000㏄가 안되는 경차지만 전폭이 1천641㎜로 국내로 들어오면 소형차로 분류된다.

수입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경차를 수입, 판매하더라도 마진이 좋지 않아 수입 자체를 꺼리게 된다”면서 “찾는 사람도 경차 혜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업자 입장에서 이익구조가 좋지 않다보니 아직까지 본격적인 수입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출시해 경차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외산 경차는 일본 닛산의 픽소 정도다. 닛산 픽소는 배기량이 996㏄, 전장 3천565㎜, 전폭 1천600㎜, 전고 1천470㎜이다. 푸조 107, 시트로앵 C1, 도요타 iQ 는 전폭에서 국내 경차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이들의 전폭은 각각 1천630㎜, 1천630㎜, 1천680㎜다. 전장의 경우 범퍼만 별도 제작하면 길이를 국내 기준에 맞출 수 있지만 전폭은 차체를 별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수입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되는 수입 경차는 독일 다임러 AG의 경차 브랜드 스마트의 ‘스마트포투’가 유일하다. 이 모델은 2인승으로 국내의 대표적인 경차 ‘모닝’보다 전장이 90㎝ 짧고, 엔진도 1000㏄ 미만으로 취·등록세 면제, 책임보험 할인 등의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방송인 노홍철이 이 차량을 튜닝해 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판매가는 경차 수준이 아니다. 기아차의 경차인 모닝의 최고가 모델(1천318만원) 2대를 살 수 있는 가격인 2천490만원에서 2천840만원에 이른다. 2013 스마트 포투 쿠페 레이스 에디션 모델은 4천290만원에 이른다. 현대차의 그랜저 최고급형인 HG 330(3천993만원)보다 비싸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달에 20여대 이상이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 경차 규정은 차체 길이는 3.6m, 너비는 1.6m, 높이는 2m보다 작아야 하고, 배기량은 1000㏄ 이하여야 한다. 정식수입 차량은 많지 않지만 중고차 사이트 등에서는 일본 등에서 직수입한 경차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 내수용 차량인 경우가 많아 핸들이 국내차량과 달리 오른쪽에 있는 차량이 상당수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독특한 것을 찾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직수입한 중고 경차를 찾는 이들이 많다. 이럴때는 품질 보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업체를 통해 국내 경차 혜택을 볼 수 있는지, 고장시 부품 수급은 원활한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형 수입차 돌풍
소형차를 판매하지 않던 메르세데스 벤츠가 소형 해치백인 A클래스를 선보이며 수입 소형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는 26일 국내 정식 출시되는 벤츠 A클래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경차 같은 수입 소형차 강세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전년보다 19.7% 성장했다. 하반기 시작인 7월 수입차 신규 등록은 작년 같은 달보다 38.9% 늘어난 1만4천953대를 기록했다고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밝혔다. 이는 이전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5월 1만3천411대보다 1천500대 이상 늘어난 것.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7월 수입차 판매 실적의 특징은 ‘소형’ ‘디젤’ ‘독일차’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것. 그리고 하반기에도 이런 공통점을 가진 차들이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반기 전체 판매된 차량 중 2000㏄ 미만 차량의 비중은 절반 이상인 52.2%에 이른다. 7월에는 이 비중이 53.9%로 더 높아졌다. 반면 2000~3000㏄ 모델 비중은 33.4%에서 33.5%로 소폭 상승했고, 3000~4000㏄모델 비중은 12.1%에서 11.5%로 오히려 떨어졌다.

이는 BMW의 미니와 피아트의 친퀘첸토 등 다른 브랜드들이 값이 싼 차종을 내놓거나 기존 차 값을 내려 소형차 경쟁에 불이 붙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산차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입 소형차들이 많이 나오면서 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 수입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피아트는 지난달 소형차 친퀘첸토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프리몬테 등 전 차종 할인 행사를 벌여 2천240만~2천540만원에 판매했다. 시트로엥도 이번 달까지 대표 소형 해치백인 DS3를 2천540만원으로 낮춰 판매한다.

수입 소형차 2천만원대 경쟁은 지난 4월 폴크스바겐이 폴로를 2천490만원에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폴로는 출시 두달여 만에 700여대가 팔려나갔다.

BMW미니도 2천만원대로 가격을 낮췄다. 최저가가 3천40만원이던 미니는 최근 ‘미니 오리지널’ 모델을 출시하면서 폴로보다 100만원 정도 비싼 2천590만원으로 선보였다.

여기에 그동안 소형차를 판매하지 않던 메이저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가 소형 해치백인 A클래스를 선보였다. 정식 출시는 오는 26일이다. A클래스는 작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고 국내에는 올해 3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됐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개발한 전략 차종으로 BMW 1시리즈, 아우디 A3 등과 경쟁하는 소형 럭셔리 승용차다. ‘A200 CDI’ ‘A200 CDI 스타일’ ‘A200 CDI 나이트’ 등 세 종류로 가격은 각각 3천490만원, 3천860만원, 4천350만원이다. 소형차인 만큼 연비는 18㎞/ℓ로 다른 모델에 비해 좋다.

수입 자동차 업체 한 관계자는 “수입차 구매 연령이 낮아지면서 소형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소형에서 중형, 또 대형으로 차를 바꿔 타기 때문에 수입차 브랜드는 잠재고객 확보차원에서 소형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다만 수입차 업체들이 경차 수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경차 신차 시장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고, 당분간은 확대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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