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릿찌릿 손저림 원인은 천차만별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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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09  |  수정 2013-07-09 08:14  |  발행일 2013-07-09 제21면
[전문의에게 듣는다] 손저림
혈액순환장애보다 목디스크·당뇨서 비롯
장시간 컴퓨터·집안일 해도 흔히 나타나
손목 굽혀진 상태서 과도한 작업 피해야
찌릿찌릿 손저림 원인은 천차만별
■ 우상현 W병원 원장

60대 A씨는 평소 손목이 아파 고생을 많이 했다. 잠을 자다가도 손목이 아파 깨기 일쑤고, 자전거도 10분 이상 탈 수 없었다. 한의원이나 정형외과에선 혈액순환장애 또는 손목 관절 염증이라고 진단해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A씨는 고민 끝에 수부전문병원인 대구 W병원을 찾아 손목터널 X선 촬영을 통해 원인을 찾았다. A씨의 손목 부위에는 지름 1㎝ 크기의 뼛조각이 있었다. 이 뼛조각이 A씨의 손목 신경을 압박해 손저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 5일 A씨는 간단한 수술을 통해 오랜 기간 자신을 괴롭혀온 손저림 현상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찌릿찌릿 손저림 원인은 천차만별
손목을 굽힌 채 손목의 중앙부를 반대편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1분쯤 있어본 뒤 엄지, 검지, 중지 등 세 손가락이 저리고 아프면 손목 관절의 정중신경압박을 의심해 봐야 한다.
찌릿찌릿 손저림 원인은 천차만별
우상현 W병원장이 손저림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직장인, 학생에게도 발병

우상현 대구 W병원장은 “손이 저리면 흔히 혈액순환 장애나 신경통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정밀검사를 해보면 목디스크나 당뇨 같은 큰 병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우 원장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최고의 수부수술전문 병원인 클라이넛 병원에서 미국 환자를 상대로 수많은 손 수술을 했다. 이후 국내에서 발·손 이식 수술을 가장 많이 한 의사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손가락 절단 환자에게 옮겨 붙인 발가락이 400여개다. 성공률이 9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우 원장이지만 손 저림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를 보면 답답하다고 한다. 대부분 주사나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서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손저림에는 아주 많은 원인이 있다. 사람의 손에는 세 개의 큰 신경이 손의 운동과 감각을 담당한다. 목에서 시작돼 손가락 끝까지 전깃줄처럼 퍼져 나오면서 근육이나 인대가 교차하는 부분에서 신경이 압박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손목관절에서 중간을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눌리는 것으로 ‘수근관 증후군 혹은 손목 터널 증후군’이라고 한다.

정중신경이 손목을 지나갈 때 손목 관절에서 가장 굵고 큰 인대에 의해 압박을 받으면 엄지손가락과 둘째, 셋째 손가락이 저리고 아픈 현상이 발생한다. 손목을 굽힌 자세로 컴퓨터 자판기나 마우스를 많이 사용이 하는 직장인이나 학생에게 주로 발생한다. 또 설거지나 집안청소, 빨래 등으로 손목 뒤틀림이 많거나 손목을 많이 쓰는 등 가사에 시달리는 주부에게도 흔하게 나타난다. 무거운 물건이나 작업 도구, 진동이 심한 기구를 사용하는 근로자, 콩팥이 좋지 않아 혈액투석을 하는 경우, 비만이나 당뇨병, 갑상선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 많이 볼 수 있다. 임신 중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팔뚝의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 즉 무거운 것을 많이 드는 일반 노동자에게는 손목뿐만 아니라 팔뚝에서도 신경이 눌려 손목관절 신경 압박과 유사해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자가 진단 및 치료

그렇다면 손저림의 이상 징후를 판단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 원장은 “손목을 굽힌 채로 손목의 중앙부를 반대편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1분쯤 있어 볼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 엄지, 검지, 중지 등 세 손가락이 점점 더 저리고 아픈 경우 손목 관절에서 정중신경압박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엄지손가락이 위치한 손바닥에 볼록한 근육이 편평해지고, 엄지손가락과 둘째 손가락으로 집는 힘이 약하면 이미 신경 압박이 상당히 진전된 상태를 의미한다.

네번째와 다섯번째 손가락이 저리면서 감각이 무디고 젓가락질이나 병 뚜껑을 열기가 힘들어지면 팔꿈치 관절에서 척골신경이 압박될 가능성이 많다. 이때는 팔꿈치를 최대한 굽혀 30초 이상 경과하면서 주로 새끼손가락의 손 저림이 심해지고 통증이 동반되면 이를 의심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손등 쪽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근육의 힘이 없어져 오목하게 파이게 되고, 물건을 쥘 때 네번째와 다섯번째 손가락의 힘이 약해 자주 물건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증상과 간단한 테스트를 기초로 신경의 기능을 보는 신경전도검사와 신경이 압박되는 모양이나 수근관 내에 있는 혹 등을 찾아낼 수 있는 초음파 검사, 손시림을 구분하는 체열 검사 등이 꼭 필요하고 환자의 증상과 진단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우 원장은 “손저림 증세가 심하지 않고 통증이 미약한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로 손과 팔의 바른 자세, 비타민 B와 소염제를 복용하고, 부목 착용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목이나 팔꿈치 관절이 굽혀진 상태로 과도한 일을 피해야 하고, 약물복용을 하면서 밤에는 손목이나 팔목을 펴주는 부목을 하고 자는 것도 좋다고 한다.

좀 더 심할 경우에는 스테로이드와 마취약을 혼합한 약제를 신경이 눌리는 손목 부위에 주사로 3주 간격으로 2∼3회 놓으면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

우 원장은 이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거나 힘이 약해지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술은 어깨 쪽에 부분마취를 하고 손바닥을 2㎝ 정도 절개해 신경을 압박하는 손목수평인대를 절개한다. 수술시간은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1박2일 입원을 하거나, 마취 방법에 따라서는 꼭 입원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이 같은 수술은 의료보험 적용이 되며, 1주일 정도 깁스를 하고 수술 2주후에는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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