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이 한여름보다 위험 더위를 식혀라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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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02  |  수정 2013-07-02 07:44  |  발행일 2013-07-02 제20면
초여름이 한여름보다 위험 더위를 식혀라

30℃ 넘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력난뿐 아니라 국민 건강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는 더위가 일찍, 강하게 시작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문제는 같은 무더위라도 요즘 같은 초여름이 한여름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20년간 서울의 사망자 수를 조사한 결과, 같은 30℃라도 한여름에는 사망자 수가 23% 늘어난 반면 초여름에는 36%로 더 많았다. 한여름에는 일 평균기온이 27℃인 반면 초여름에는 23℃로 일교차가 더 크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초여름에 고온현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당국은 올 들어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으므로 갑작스러운 더위에 신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활동 강도를 조절하라고 당부했다.


■ 무더위 질환 예방법

일교차 크면 건강 위협

노인-영유아 특히 주의

소금은 수액형태 흡수

미지근한 물로 자주 닦고

부채 등으로 증발 촉진


◆영유아·노약자 폭염 취약

사람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온(恒溫)동물이다. 따라서 폭염과 같은 고열환경에서 작업이나 운동 등 활동을 지속할 경우 혈류량이 증가하고 땀이 나는 등 생리적 반응을 통해 열을 발산시키며 체온을 조절하게 된다. 그러나 고열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열이 제대로 발산되지 않아 체온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각종 고열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특히 노인의 경우 노화가 진행되면서 땀샘이 줄어들기 때문에 땀 배출량이 적어져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과 탈수를 감지하는 능력, 저항성 등이 모두 떨어지므로 폭염 관련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영·유아도 체온 조절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노인과 마찬가지로 폭염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65세 이상의 노인, 심장병 환자, 비만한 사람, 이뇨제·항우울제·항히스타민제 등 만성적 약물 복용자, 치매 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은 더 위험하므로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만약 흉통,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근육경련 등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응급실을 찾거나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열사병은 체온, 일사병은 빛

우리 몸은 ‘더위’를 먹으면 불쾌감이나 권태감·집중력 저하 등의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야간의 불면증·두통·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체온 상승·현기증·근육 경련을 비롯해 실신, 의식 변화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폭염 관련 질환으로는 과도한 염분이 소실되면서 근육경련이 발생하는 열경련, 혈관장애로 인해 저혈압이나 실신 등을 유발하는 열피로나 열부종, 땀샘의 염증으로 인한 열발진 등이 있다.

더위 관련 질환 중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열사병과 일사병이다.

태양의 강한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일어나는 일사병은 뙤약볕이 심할 때 오래 서 있거나 행군,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한다. 심한 두통과 함께 현기증이 나고 숨이 가쁘며, 심한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일사병 환자가 생기면 먼저 차고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헐겁게 한 다음 이온음료나 물을 마시게 하고 안정을 취하게 한다. 일사병 환자는 이런 응급처치만으로 대부분 원상태로 돌아온다.

폭염 관련 질환 중 가장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것은 열사병이다. ‘열탈진’이라고도 불리는 열사병은 꼭 햇볕을 쬐지 않더라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일사병과 다른 점이다.

체온조절중추가 외부의 열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그 기능을 잃으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체온조절기능을 하는 중추신경의 마비로 체온이 급격히 높아져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병이다.

어지럽고, 기운이 없고, 몸이 나른해지는 단순 ‘열 피로 현상’과 달리 고체온에 따른 현기증, 오심(구역), 구토, 두통, 발한(땀 분비) 정지에 의한 피부건조, 허탈, 혼수상태, 헛소리 등 갖가지 중추신경 이상증상을 보이게 된다. 체온이 보통 40℃ 이상까지 올라가고, 땀이 더 나지 않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뜨끈뜨끈한 경우가 많다.

열사병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의 체온을 빨리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를 차가운 물에 들어가게 하거나 환자에게 물을 뿌려 열을 내린다. 이때 체온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함부로 음료수를 마시게 하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더위 식히기 허와 실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 소금을 먹는다?= 위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오심, 구토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는 탈수를 막지 못한다. 수액을 함께 공급해 주는 것이 좋으며, 적정 용량으로 조제된 이온음료 등이 좋다.

△이열치열의 의미로 뜨거운 목욕을 한다?=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은 하고 나면 시원한 느낌을 받겠지만 심혈관질환, 약물복용자(항콜린성약물, 이뇨제, 교감신경자극제, 술)는 조심해야 한다. 탈수를 오히려 더 조장할 수 있고, 약물에 의해 땀분비작용이 억제돼 고열과 함께 실신할 수 있다.

△열사병이 의심될 때 해열제를 먹는다?=체온조절중추에 장애가 생긴 열사병 환자에게 열을 식혀 줄 수 있는, 지금까지 알려진 약물은 없다. 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 등 해열제는 열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가 전혀 없다.

△젖은 수건을 이마에 얹는다?= 드라마 등에서 열이 나고 아픈 사람이 나오면 이마에 수건을 적셔 올려 놓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물론 자주 해주면 찬 수건으로의 열의 전도에 의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열 방출 메커니즘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증발을 오히려 차단할 수 있다. 이것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몸 전체를 자주 닦아 주고, 시원하게 부채나 선풍기로 증발을 촉진시켜 주는 것이 좋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도움말=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우익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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