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문화視線] 대구오페라하우스 재단법인 조례안 통과, 마냥 기쁠 수만 없는데…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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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01 07:38  |  수정 2013-07-01 09:28  |  발행일 2013-07-01 제21면
갈라지고 상처받은 음악계 “다시 초심으로”
5년간 논쟁에 종지부 찍었지만 찬성-반대파로 분위기만 흐려
부산 오페라하우스 추진 등 국내 문화계 상황도 변수로
대구 오페라의 미래 위해서 지역 문화예술 관계자 힘모아야
20130701
부산북항재개발지구 내에 3만4천928㎡, 1천800석 규모로 들어설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면 대구오페라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르웨이 스노헤타사 홈페이지 갈무리>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시립오페라단, <사>대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 등 3개로 분산된 지역의 오페라 관련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는 <재>대구오페라하우스 설립조례가 지난 6월24일 시의회를 통과했다. 2009년 처음 제기돼 장장 5년 동안 지루한 논쟁을 벌여온 재단법인화 문제가 결말을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오페라계는 선뜻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 황폐화된 오페라계, 승자는 누구?

지난해 대구음악계에서는 대구음악협회를 중심으로 유례없는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대구음협의 회장과 부회장, 이사, 원로 등 많은 회원들이 하나가 돼 <재>대구오페라하우스 설립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대구음협의 A씨는 “음악인들에게 찬반여론을 물은 뒤 법인화 찬성자에게 서명을 받았다. 1, 2차에 걸쳐 총 500여명이 넘는 음악인이 오페라하우스 재단법인화에 찬성하는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명의 결과를 떠나 서명운동을 벌이게 된 배경을 생각하면 지금도 씁쓸하기만 하다고 고백했다. A씨는 “법인화의 결정권을 쥔 한 시의원이 반대의사를 고집하면서 대구음악계로 원인을 돌렸다. 법인화에 대한 반대파들은 자신에게 찾아왔는데, 찬성파는 오지 않아 모두 반대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다수가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찬성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서명을 하게 된 것”이라며, “많은 음악인들이 생계를 해결하기도 벅찬 현실이다. 의원이 직접 몸으로 뛰며 음악계 분위기를 파악하고 공개적 논의의 장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생각은 않고, 결과적으로 찬성파와 반대파로 음악계 분위기만 이상하게 만들어 놓은 형국”이라며 심정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오페라 단체장은 “오페라재단 설립은 대구오페라, 나아가 대구문화와 연관된 중대한 문제다. 어떤 논의와 공론의 과정을 통해 결정됐는지, 향후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음악계는 찬성파와 반대파로 실체도 없이 패가 나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음악인들은 냉소적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 급박하게 전개되는 외부환경

부산에서는 최근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설계비만 240억원, 공사비는 2천400억원에 이르는 부산지역 역대 최대의 공공건축물로 건립된다. 부산시는 부산오페라하우스를 부산의 랜드마크와 아시아 최대 수준의 공연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건립비용이 450억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예산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면 대구지역 오페라가 우선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서울의 한 교수는 “지금은 대구가 ‘오페라의 도시’를 선점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향후 바다를 낀 천혜의 자연환경에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고, 국제적 수준의 오페라가 공연된다면 대구 오페라의 미래도 그리 장밋빛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역의 한 문화예술기관장은 “5년 만에 통과된 <재>대구오페라하우스 설립 조례는 대구오페라계를 보았을 때 기회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입법 관계자들이 너무 긴 시간을 끌면서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해온 이들이 오히려 상처를 받고 냉소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국내 문화예술계 상황도 변수가 되고 있다. 조례안 통과를 계기로 오페라계를 비롯해 대구의 모든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대구오페라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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