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무인양품 (無印良品)

  • 입력 2013-06-15  |  수정 2013-06-15 07:41  |  발행일 2013-06-15 제14면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무인양품 (無印良品)

하루에도 수십 개의 브랜드가 태어나고 또 사라지는 이른바 ‘브랜드의 홍수’속에 빠져있는 요즘, 유행이나 시대의 분위기에 좌우되지 않고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도 하지 않는 ‘NO BRAND’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있다. 상품에는 그 어떤 로고나 마크도 없으며 예쁘게 포장하는 패키지도 없지만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되레 어떠한 브랜드보다 확고한 정체성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표가 없는 좋은 상품’이라는 뜻의 ‘무인양품(無印良品)’ 또는 영문명 ‘무지(MUJI)’로 표기되는 일본의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은 화장지와 칫솔, 세탁비누 등 40개의 제품으로 시작해 현재는 의류, 액세서리, 퍼니처, 패브릭, 가정용품 등 7천여개의 제품으로 그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인양품이 태어난 1980년 무렵의 일본은 이전에 없던 경제적 번영을 누리며 소니, 미쓰비시를 비롯한 첨단 제조 브랜드가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자리는 공고해졌으며 호황은 소비를 불러일으켰다. 서구의 명품 브랜드가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브랜드라는 시대적 메커니즘은 더욱 확실해졌다.

무인양품은 이러한 틈새에서 ‘NO BRAND’를 선언하며 기존의 소비 습관에 반기를 들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지만 기존 저가의 대량 상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1990년 경제위기를 맞은 일본은 극심한 불황이 시작되었고 대형 백화점마저 매출의 하향세를 보인다.

하지만 무인양품은 오히려 그 덕을 보았다. 일종의 시소효과인 것이다. 소비자의 굳게 닫힌 지갑을 열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실용성에 충실한 것뿐이었고 무인양품의 브랜드 철학과 딱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무인양품은 실용에서 그치지 않았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남은 오롯한 제품, 그 고유한 성질에서 아름다움을 찾게 된다.

무인양품의 제품은 대부분 흰색, 회색, 검은색 등과 같은 무채색 일색이다. 디자인은 단순하며 제품 어디에도 브랜드에 대한 로고가 없다. 대신 동종 타사 제품 대비 10~30% 저렴한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며, 기존에 볼 수 없던 발상의 전환을 통해 디자인력만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브랜드다.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광택과 같은 불필요한 공정을 거치지 않으며 브랜드 이름과 제품 포장까지 없애 간결, 순수, 신선한 제품을 만든다는 창조적 발상이 적중한 것이다.

또한 무인양품은 ‘이유 없이 싼 제품’이 아닌 ‘이유 있는 좋은 제품’을 지향하며 엄격한 테스트에 합격한 제품만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연필이나 볼펜은 50개 항목의 제작 매뉴얼 기준에 충족해야 하며, 500번의 압력 테스트에 합격한 의자만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엄격한 품질관리가 무인양품의 생명력인 것이다.

무인양품은 과장됨이 없는 일본 고유의 정서를 닮아 있다. 일본의 한 학자는 “미국의 코카콜라가 그렇듯이 무인양품은 일본의 정신, 일본인의 생활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무색무취의 디자인을 선보이지만 국적 없는 제품이 아닌, 그 기저에 깔려있는 일본 고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남들과 차별화되고 강한 기호성이 드러나는 것을 선호하는 지금,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 곧 미래에 충실한 것”이라는 정신의 라이프스타일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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