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박수근과 이중섭의 작품을 나란히 볼 수 있는 전시가 경주 우양미술관(옛 아트선재미술관)에서 13일부터 9월3일까지 열린다.
그동안 회고전, 단체전 등을 통해 이들의 작품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한국 근현대미술거장전- 아름다운 열정, 박수근·이중섭전’이란 타이틀을 단 이번 전시처럼 두 작가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은 드물었다는 것이 미술관측의 설명.
우양미술관 이두희 큐레이터는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작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간직했던 두 작가가 자신이 살던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작품 속에 담겨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떨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 등을 각기 개성있는 화풍으로 그려낸 작품은 이제 우리 삶과 역사를 대표하는 모습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혼란스러웠던 시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개성있는 화풍으로 담아
“작품이 우리 삶과 역사”
두 사람의 현실 해석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
박수근 작 ‘고목과 아이들’ |
박수근의 작품 속에는 삶의 풍경이 담겨있다. 그림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빨래를 하고,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걸어가기도 한다. 때로는 삼삼오오 모여 담소도 나눈다. 삶의 힘겨움에서 잠시 벗어나 일상 속의 편안함을 간직한 이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인물은 구체적이지 않다. 얼굴의 구체적 묘사가 사라진 인물이다. 이는 특정 시공간에 얽매여 있는 모습이 아니라 보편적인 한 시대의 삶의 모습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 친근감을 준다.
이 큐레이터는 그의 작품에 대해 “주변의 평범한 인물을 자신만의 화면 구도와 마티에르를 통해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개별이나 구체적 현상에서 출발하면서도 보다 더 큰 곳에 도달하고 있다. 주변 사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라는 점에서는 리얼리즘이지만 자신만의 구도를 통한 회화의 평면성과 마티에르를 살리는 것은 모더니즘의 한가운데에 그를 위치시킨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화가 그 이상이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섭 작 ‘노란 태양과 가족’ |
이중섭은 불우한 삶을 살다가 간 인물로 알려져있다. 한국과 일본에 각기 떨어져 살아야만 했던데서 오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으로 인한 힘겨운 삶은 그의 천재성을 더욱 뜨겁게 불태웠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쉽게 만날 수 없던 그의 유화 4점을 비롯해 크레파스, 은지화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소개되는데서도 의미가 있다. 그의 미술세계를 좀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전해지는 이중섭의 작품 상당수는 드로잉이다. 그림을 그릴 재료가 없었기 때문에 유화작품은 드물다. 하지만 선으로 구성되는 드로잉은 이중섭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일필휘지로 그은 대담한 선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그 중 은지화는 그의 회화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재료로 그린 그림으로, 종이에 펜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 채색을 가하거나 은지에 소묘로 그린 것이 많다.
이 큐레이터는 “두 화가 모두 불안하고 혼란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삶의 힘겨움을 예술혼으로 이겨냈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를 살았던 두 화가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각각 풀어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밝혔다. (054)745-7075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