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스페리 탑 사이더

  • 입력 2013-05-18  |  수정 2013-05-18 07:41  |  발행일 2013-05-18 제14면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스페리 탑 사이더

때 아닌 폭설과 꽃샘추위로 유난히 더디게 다가온 화창한 봄 날씨도 잠시, 이제는 반팔을 입어도 쌀쌀한 기운을 느낄 수 없다. 여름이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봄과 여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에 대비해 서둘러 여름 아이템을 구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서머 슈즈는 계절감에 맞춰 다양한 소재의 아이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스니커즈, 로퍼 형태 등의 보트 슈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름지기 발이 편해야 외출도 즐거워지는 법. 옷차림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는 여름에는 신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패션 아이템으로서는 물론이거니와 착화감이 좋고 기능성이 강한 신발이 체감 온도를 조절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서머 아이템인 보트 슈즈는 원래 함상의 갑판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고무창으로 만든 신발을 의미하며, 데크 슈즈 혹은 보트 슈즈라고 불린다. 특정 기능을 위해 탄생된 신발이지만, 오늘날 전 세계 패션리더들에게 대표적인 서머 슈즈이자 여름 필수 아이템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보트 슈즈의 탄생과 대중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해 온 브랜드가 있다. 바로 78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아메리칸 오리지널 스타일 브랜드 ‘스페리 탑 사이더(Sperry Top-Sider)’이다. 세계 최초로 선원을 위한 보트 전문 슈즈를 개발한 이 회사는 현재 고기능성 신발과 선도적인 디자인 개발을 통해 이 분야의 세계 1위 브랜드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35년 선원이자 아마추어 발명가였던 폴 스페리는 세계 최초의 보트 슈즈를 탄생시키게 된다. 폴 스페리는 어느 추운 겨울날 코네티컷주 그의 집 근처에서 애완견 프린스와 산책을 하던 중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빙판길을 조심히 걸어가고 있는 그와는 달리 애완견 프린스는 자세를 잃지 않고 우아하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프린스의 발을 관찰한 결과 여기저기 파인 긁힌 상처와 흠집들이 빙판길과의 마찰력을 높여주고 있었다.

그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 생고무 아웃솔(Outsole·구두창의 바닥에 닿는 부분)에 프린스의 발처럼 칼집을 내 금속판에 테스트를 해 봤다. 역시나 놀라운 접지력을 보여줬다. 다음으로 스니커즈의 아웃솔을 제거하고 직접 제작한 아웃솔을 접착했다. 물에 젖은 보트 위에서의 테스트에서도 놀라운 효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빙판길에서 시작된 작은 관찰이 지금의 스페리 탑 사이더를 만든 시초가 된다.

스페리 탑 사이더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고무와 가죽에 대한 사용 규제가 풀리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하게 됐고, 캐주얼슈즈로서의 인기도 급증하게 된다. 문화, 사회, 경제 등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된 미국의 기념비적인 시대인 1950년대 이후에는 ‘Boating life style’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스페리의 제품이 ‘U.S. Sailing Association’의 공식신발로 선정되는 등 점차 그 입지를 굳혀가게 된다.

현재 스페리 탑 사이더는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 제이크루(J.crew) 등과 같은 아메리칸 클래식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Own the Original’ ‘Beyond Boat’ ‘Lug’ 등 브랜드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면서도 프레시한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보트경주시합 ‘NOOD’의 스폰서와 각종 선원 커뮤니티를 후원하는 등 스페리의 바다에 대한 열정은 바다를 보호하고 지키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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