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주말용 ‘차량 1+1족’ 증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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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18  |  수정 2013-05-18 07:48  |  발행일 2013-05-18 제12면
경제·편리성 두마리 토끼 잡자…‘세컨드 카’시대
세컨드 카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주말 캠핑을 즐기기 위해 대형 SUV나 캠핑카를 사는가 하면, 주중 업무용으로 중고 경차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경제성과 편리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이들이 각각에 맞는 ‘토끼’를 그때마다 잡기 위해 둘 다 준비하는 것이다. 한 가정에서 차량 2대를 사면 초기 구매와 유지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갑자기 2대를 사는 것이 아니라 기존 1대에 추가로 1대를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 중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의 노력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업무용·주말용 ‘차량 1+1족’ 증가
쉐보레 스파크S
업무용·주말용 ‘차량 1+1족’ 증가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업무용·주말용 ‘차량 1+1족’ 증가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업무용·주말용 ‘차량 1+1족’ 증가
현대차 맥스크루즈

◆세컨드 카, 목적에 맞게

주 중 준중형 세단 - 출근·등하교 사용
주말 가족여행 위한 대형 SUV 등 인기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예전 세컨드 카는 일하는 남편 차량 외에 아이들 등하교를 위한 아내의 차량을 사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가족과 함께 이용하기 위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주 중에는 준중형 세단으로 출근 또는 등하교하고, 주말 가족 여행을 위해 대형 SUV나 승합차 형태의 캠핑카를 구매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또 주말에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젊은 층 사이에서 고급 수입 세단이나 스포츠카를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최근 고유가가 겹치면서 기존의 대형 차량은 영업이나 외부 활동에만 사용하고 자신의 실업무용으로 주차와 기름값 부담이 작은 경차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대형 SUV와 신형 경차를 잇따라 내놓는 이유도 이런 고객들의 수요를 생각해서다. 직장인 김혁진씨(43·가명)는 최근 BMW X5 xDrive 30d를 할부로 샀다. 차값과 취득세, 공채 등을 합치면 1억원이 넘는다. 차량 가격의 절반가량을 할부(36개월)로 해 150만원 정도를 할부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인데 할부금리도 10% 이상이다. 맞벌이에 자신의 연봉이 5천만원이 조금 넘는 그에게도 부담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1, 2학년인 두 딸과 주말마다 야외로 나들이 갈 수 있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일을 저질렀다.

한 달에 2차례 이상 오토캠핑장을 찾는 김씨는 매번 짐을 꾸려야 하는 것과, 주로 산으로 가는 탓에 자신의 8년된 국산 중형 차량으로는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SUV 차량을 사고 난 뒤에는 장비를 차 안에 그대로 뒀다가 금요일 오후 바로 출발하면 돼 즐거움이 커졌다. 물론 유지비 부담 등을 덜기 위해 주 중에는 기존의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김씨는 “주말만을 위해 지나친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 중의 힘든 시간을 위로받고 가족과 함께 좀 더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커서 캠핑을 가지 않게 되면 그때쯤은 중고차로 내놓을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비슷한 생각으로 승합차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승합차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부부가, 뒤 3열에는 각각 1명의 아이를 앉힐 수 있기 때문. 어린아이들은 나들이 후 돌아올 때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아 편하게 눕힐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보습학원의 통학용 차량으로 취급받던 승합차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09년 2만1천377대, 2010년 2만5천144대, 2011년 2만7천91대, 작년 3만 712대로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난 카니발은 △11인승 ‘그랜드카니발R’ △9인승 ‘뉴카니발’ △그랜드카니발R와 같은 크기지만 9인승으로 나온 ‘카니발리무진’ △카니발리무진에 하이루프를 장착한 ‘카니발하이리무진’ 등 4가지다. 특히 그랜드 카니발 R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세기간은 물론 당선 후 첫 공식 석상에서도 이용해 인기를 끌었다.

중형차를 타다가 최근 그랜드 카니발R로 교체한 오장록씨(45)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을 뵙기 위해 매주 시골로 내려가는데, 아이들을 다 태우고 채소 등을 실어오는 데 이만큼 좋은 차가 없다”면서 “주 중에는 승합차라는 느낌이 강해 아내의 소형 세단을 주로 이용하지만, 주말 이틀을 위해 다시 구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도 출시 일주일 만에 80대 이상 팔린 것이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80대 이상이면 판매량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내에 유통된 모터카라반(자동차와 휴식 공간인 카라반이 하나로 연결된 형태의 캠핑카)이 1천대 정도인 것을 보면 적지 않은 수치다. 또 기존 캠핑카 업체들이 반발해 사업조정을 신청해 올해 현대차가 팔 수 있는 물량은 120대로 제한된 점을 고려하면 이미 절반 이상이 팔린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년 판매대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해놓은 만큼 내년에는 150대, 2015년에는 188대로 매년 25%씩 판매대수를 늘려 갈 수 있다”면서 “찾는 이들이 지속해서 늘어 연간 판매할 수 있는 차량 대부분은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대형SUV 맥스크루즈도 이런 세컨드 카 족이 관심 갖는 차 중 하나다. 전장은 4천915㎜, 전폭 1천885㎜, 전고 1천690㎜의 차체 크기로 국내 SUV 중 최대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최근 쌍용차는 2014년형 ‘코란도 스포츠’를 출시했다. 국내 유일의 LUV(Leisure Utility Vehicle)로 안전성과 편의성을 향상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존 와이퍼보다 넓은 와이퍼로 바꿨고, 내부에 휴대폰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컵걸이 치수도 키웠다. 슬라이딩 타입 헤드레스트(머리받침), 유아용 시트 고정 장치, 대형거울과 램프를 내장한 운전석 차양판을 추가했다. 거기다 1년 2만8천500원에 불과한 자동차세, 법인·개인사업자 부가세 환급 등 다양한 경제적 혜택도 매력이다.

앞서 쌍용차는 패밀리카인 ‘코란도 투리스모’를 내놨다. 프리미엄 다목적·다인승 레저 차량(MLV)을 콘셉트로 개발한 차로 장거리 여행에도 탑승객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 코란도 투리스모에는 ‘체어맨 W’와 같은 리어 서브 프레임과 현가장치, 벤츠 5단 E-Tronic 자동변속기를 적용했고, 동급 유일의 전자식 사륜 구동 시스템을 갖춰 비포장도로에서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카니발 R·코란도 스포츠·맥스크루즈 레저용 즐겨 
기름값 부담 작은 경차·소형차 판매도 꾸준히 증가


◆알뜰한 세컨드족은 경차로

중고차 상사를 운영하는 김모씨(39)는 최근 단종된 경차와 연식이 오래된 소형 수동방식의 자동차를 찾고 있다. 이를 찾는 이들의 문의전화 때문이다.

김씨는 “단종돼 부품 구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초기 구매 비용이 거의 안 들고 연비도 좋아 자영업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이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하지만 물건이 거의 없어 아직까지 매매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름값이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 세컨드 카로 대형 SUV나 승합차를 찾는 이들과 달리 주머니를 생각해 경차나 소형차를 세컨드 카로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GM이 최근 내놓은 ‘스파크S’도 이런 세컨드 족의 관심 차량이다. 쉐보레 스파크 출시 4년을 맞아 엔진과 변속기, 외장 컬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대폭 개선한 모델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스파크S는 GEN2 휘발유 엔진 및 C-테크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가속 성능과 실내 정숙성을 대폭 개선했고, 변속 충격도 크게 줄였다.

여기에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도 이런 요구를 가진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모닝은 900만원대에서 최고 1천300만원대, 레이는 1천200만원대에서 1천600만원대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스파크 S는 1천200만원에서 1천300만원대다. 최저가격대로 본다면 모닝과 스파크는 동급, 레이는 한 체급 위다.

이런 소비자들의 증가로 경차를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날 대구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4월 현재 대구에 등록된 1천㏄ 미만 경차는 6만9천535대로 작년 4월(6만4천428대)보다 5천107대, 2011년 4월(5만9천202대)보다 10만333대가 늘었다. 10년 전인 2003년(4만7천802)보다는 2만1천733대가 증가했다.

특히 800㏄ 미만은 같은 기간 6천204대가 줄어든 반면, 800㏄ 이상~1천㏄ 미만 차량은 1만6천537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차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브랜드들이 경차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주 5일 근무제의 정착으로 주말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면서 캠핑과 주말 농장 등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으려는 이들이 늘어 세컨드 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개개인에게 차가 필요해 세컨드 차를 찾았다면, 최근에는 목적에 맞게 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늘면서 한 집에 차량 3대가 있는 집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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