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패션디자이너에서 외식창업디자이너로 변신한 변상일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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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03   |  발행일 2013-05-03 제42면   |  수정 2013-05-03
“베이비부머여, 외식사업 하려거든 프랜차이즈보다 오리지널 창업을”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패션디자이너에서 외식창업디자이너로 변신한 변상일
패션디자이너에서 외식창업주치의로 변신한 변상일씨가 아들이 오픈해 성공시킨 대구시 남구 대명동 ‘파스타민’ 입구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최근 외식창업 관련 책을 출간했다. 사진=이춘호기자leekh@yeongnam.com


그의 명함이 바뀌었다.

패션디자이너 변상일씨가 ‘외식창업주치의’로 변신한 것이다. 외식창업 스타일링 & 컨설팅 전문 ‘B& P’ 대표가 된 것이다. 지난 달 25일이다. 그가 그날 출간된 책을 기자에게 보내왔다. 책 제목에 관심이 갔다. ‘베이비부머, 스타일 모르고 외식창업 절대로 하지마라’(북갤러리 刊)였다. 그는 ‘인생 2모작 시대’를 맞아 파격적 변신을 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세상이란 걸 실감케해주었다. 패션디자이너에서 외식창업컨설턴트로의 변신, 그게 성공할까?

그는 실제 외식창업도 5번 정도 해봤고, 점포 입지 선정 및 분석, 실내인테리어 등에도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2000년 겨울, 패션과 레스토랑을 매칭한 F & P(현재는 레스토랑 튜즈데이모닝)를 남구 대명동에 오픈했다. 그게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그 구역이 전국 첫 주택가 카페거리가 태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그가 패션을 버리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책을 정독했다. 외식 전문가의 책에서 발견하기 힘든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알짜 창업 정보가 빼곡했다. 그의 아들 창민씨가 차려 대박을 낸 대명9동 파스타 전문점 ‘파스타민’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가슴은 새로운 길에 대한 부푼 꿈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1975년 9월15일 동성로3가 현재 유니클로 앞에서 창업했다. 패션쇼를 50여차례 했고 삼익뉴타운점을 오픈했을 때 하루 2천500만원도 팔았다. 그가 추구하는 패션 콘셉트는 디테일없는 심플함이다. 그는 ‘클래식캐주얼라인’을 추구했다. 캐주얼 패션을 주도했다. 84년 대구백화점에 캐주얼숍을 처음 입점한다. 매출이 엄청났다. 매출전표를 본 백화점 바이어들도 캐주얼숍을 벤치마킹한다.

초보 창업자 위한 지침
‘베이비부머…’ 펴내고
정보·노하우 전수 나서

“폭 10∼20m 주택가나
아파트 반경 500m 내
눈에 띄는 장소 노리고
셰프 조리복 차별화를

한식집 공사업자 불러
카페·레스토랑·와인바
인테리어 맡기면 실패

노출 콘크리트식 꾸미고
천장은 높게 만들어야
주황색을 잘 활용하고
테라스석 설치 검토를”


-패션과 요리,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패션과 요리는 모두 조화의 예술이다. 옷은 디자인을 해서 옷감, 안감 부직포, 실, 단추 등을 디자이너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작품(옷)으로 완성하듯 요리는 모든 재료가 조화가 돼야 맛과 향을 낸다. 이젠 패션을 떠나 요리 세계로 왔다. 예비 외식창업자에게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는 노하우를 전하는 외식창업주치의로 활동을 할 것이다.”

- 프랜차이즈를 하지 말고 오리지널 창업을 권하는 이유는.

“베이비부머는 경험이 없어 모든 걸 다 챙겨주는 유명 프랜차이즈를 선호한다. 하지만 가맹점비, 인테리어, 집기 등 모든 것을 가맹점 본사에서 구입해야 하므로 투자 금액이 많이 든다. 또 모든 걸 본사에 의존해야 되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상당히 낮다. 본사 창업교육을 받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은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얼마 투자하면 얼마의 수익이 난다는 식의 신문광고에 절대 현혹되지마라.”

-오리지널 창업은 어떤 강점이 있는가.

“이젠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오리지널 창업의 시대다. 물론 장단점을 알아야 한다. 긴 시간을 갖고 철저한 시장조사와 그 업종에 맞는 품목을 배우는 과정이 프랜차이즈보다 힘들다. 프랜차이즈 창업비의 반만 투자해도 스타일있는 가게가 태어난다.”

-창업 준비생이 어떤 각오를 해야하는가.

“백화점 매장 구성을 잘 봐라. 명품 브랜드는 오픈매장 에스컬레이터 부근의 눈에 잘 띄는 곳이 아니라 안쪽 조용한 박스매장에 있다. 마니아 고객은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 패션과 외식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길목 선택에 있어 오리지널 창업은 상권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좋은 목이란 장소가 좋아서 사람이 많이 붐비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업종과 맞아 떨어지는 곳이다.”

- 자리가 좋지 않은데 좋은 목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잘 이해가 안된다.

“주위 환경에 나의 업종과 코디네이션 잘 되는 곳이 명소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는 말도 있다. 10~20m 폭의 깨끗하고 한적한 주택가를 노려라. 여긴 주차공간이 잘 확보된다. 상가밀집지역은 아무리 특이하게 디자인 해놓아도 희소가치가 떨어진다. 부동산업자의 말에 전적으로 의지하지마라. 그들은 소개업을 하는 사람이지 창업컨설턴트가 아니다.”

-길목 보는 실력은 어떻게 기르는가.

“감각이다. 감각은 경험에서 온다. 그건 노력의 산물이다. 발바닥이 터지도록 시간별로 주위를 돌아다녀야 한다. 주위환경을 익히려면 몇달, 아니 2년이라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임차료가 싸고 가게가 고객의 눈에 뜨일 수 있는 APT 대단지 500m 반경도 좋다. 구전으로 소문이 나면 찾아올 수 있는 거리다. 유통차량 통행량도 세밀히 조사해야 된다. 나의 첫 창업 장소는 25m 도로 옆 주택가 밀집지역이었다. 예전에는 상가라고는 전혀없는, 밤이면 가로등만 쓸쓸히 지키고 있는 적막한 주택가였다. 이런 곳에 카페를 창업하면 희소가치를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에 시장조사를 했다. 반년간 그곳에서 매일 통행량조사까지 해서 2000년 12월 패션카페를 열었다. 지금 그 거리가 대명동 카페거리로 탈바꿈했다.”

- 인테리어도 참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안목이 없는 사람에겐 언감생심이다.

“건축공사는 골치아프다. 해보면 안다. 업자들의 노가다기질 때문이다. 공사비 예산 얼마를 정해놓고 여기에 맞추어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상담해야 실수가 없다. 인테리어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해서 손님이 많은 게 아니다. 그 품목과 얼마나 콘셉트를 잘 맞추어서 작업하느냐가 중요하다. 공사를 하다보면 필요 없는 것도 하게 되고, 공기가 길어져 임차료 등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가급적 겨울을 피해야 한다. 겨울에는 설비공사에 하자가 많고 시멘트가 얼어서 잘 마르지 않는다. 일의 능률도 덜 오르고 낮이 짧아 작업시간도 짧아져 공기가 길어진다. 업자 선정은 그 업종에 많이 공사한 업체여야 한다. 분식점 한식점 중국집 횟집 공사업자는 카페·레스토랑·와인바·서양 선술집 동선을 잘 모른다. 그런 업자를 부르면 초점이 없고 디자인도 조잡하다. 최소한 같은 업종을 공사한 곳 3~4곳을 가보고 결정해야 된다. 영업 잘 되는 동일 업종 몇 군데를 리서치해서 그 집 주인에게 어디서 공사했냐고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공사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안이 있다면.

“공사업체가 결정되면 공사내역서와 계약서를 필히 받아야 한다. 특약에는 ‘하자보수 1년’이란 문구를 필히 써야 된다. 공사마감일도 명확히 기재해야 된다. 결제방식도 중요하다. 공사계약금은 총공사비의 10%, 공사 시작하면서 착수금 20%, 1차 중도금 20%, 2차 중도금 30%, 잔금은 오픈 후 10일 이내 지급하는 게 좋다. 공사 진행은 몇 % 안되었는데 자꾸 결제를 요구하면 그 업자는 한번 의심해봐라.”

- 컬러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대다수 주인은 색맹인 것 같다.

“오리지널 창업에서는 자기 색깔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가 원하는 건물 인테리어 디자인 라인을 잘 모르는 업자와는 계약하지 마라. 작은 가게일수록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공간미학을 잘 모르면 영업동선이 잘 나오기 어렵다. 특히 천장이 높도록 하는 게 좋다. 아직 천장과 벽체를 노출 콘크리트식으로 꾸미는 게 좋다. 마이크로 본드로 미장하면 아주 앤티크스러워진다. 벽 한 군데에 포인트 컬러를 주고 싶으면 그린이나 주황색을 칠하면 편해 보인다. 그런데 절대 색을 2가지 이상 바르면 안된다. 혼란스러워진다. 주황색을 특히 잘 활용해라. 젊은 손님이 좋아할 것이다.”

-요즘 테라스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

“가게에 테라스 공간을 붙이면 첫인상이 좋아진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워 보이며 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고객을 흡수하는 효과도 있다. 유럽에서는 실내보다 테라스석 값이 더 비싸다.”

- 유니폼도 참 중요한 것 같다.

“유니폼은 가게의 얼굴이다. 옷을 잘 입어서 멋있게 연출하라는 것이 아니다.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옷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작은 가게는 오픈 주방을 선호하기 때문에 셰프들의 조리복 패션이 차별화되어야 한다. 기성복 유니폼 조리복은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차별화를 두려면 맞춤을 해야 되는데 맞춤은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평범한 티셔츠나 흰셔츠를 구입해서 자신의 브랜드 로고를 수놓으면 오리지널 유니폼이 된다. 유니폼 유무가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불과 5만원만 투자해도 멋진 유니폼을 만들 수 있다. 우중충한 스타일의 중년 사장은 명심해야 된다.” <온라인 상담은 sibyun9@hanmail.net>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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