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테라사이클

  • 입력 2013-04-20  |  수정 2013-04-20 07:40  |  발행일 2013-04-20 제14면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테라사이클

최근 태양열과 조수간만의 차이나 바람과 같은 고갈되지 않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미래 에너지원 확보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기업들 역시 이 같은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분야에서 이 같은 그린 비즈니스를 일구는 기업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렁이 배설물, 과자 포장지, 음료수 팩 등에서 금맥을 발견하고,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바로 미국의 ‘테라사이클(TerraCycle)’이라는 기업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를 이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테라사이클은 현 CEO이자 창업자인 ‘톰 재키(Tom Szaky)’가 21살이었던 2001년, 다니던 대학교를 중퇴하고 나와 설립한 12년차 기업이다.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테라사이클

처음 톰을 사로잡은 것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얻은 엉뚱한 발상이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지렁이 배설물이 식물비료로 최고라는 친구의 말을 듣게 됐고, 음식물 쓰레기를 빠른 속도로 분해하는 붉은줄지렁이의 배설물(Worm Poop)을 모으면 굉장히 좋은 품질의 자연 비료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톰은 이 아이디어가 돈도 벌고 쓰레기도 없애면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라 굳게 믿고, 자신이 다니던 학교로 가져와 사업을 펼치기로 결심한다. 그는 대학교 식당가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지렁이 밥으로 주어 품질 좋은 비료를 생산한 후 재활용 페트병에 담아 팔기 시작한다.

테라사이클의 첫 제품인 지렁이 배설물 비료는 시장에 내놓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전에 없었던 천연 비료로서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홈 디포와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2005년 46만달러이던 수익금이 2008년 420만달러로 늘었다. 3년 만에 수익률이 806%나 성장한 것이다. 비료의 주 원료는 음식물 쓰레기이고, 주된 노동력은 24시간 일하는 붉은줄지렁이들이었다. 그러니 다른 천연비료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히 뛰어나며, 수익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테라사이클의 비료는 포장용기도 색달랐다. 지구상의 쓰레기를 없애버리겠다는 사업신념처럼 포장용기 역시 쓰레기를 활용하고 있다. 용량만 똑같다면 어떤 포장용기도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 펩시, 코카콜라 등 주요 음료 업체의 포장용기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의 음료용기라 하더라도 용량만 같다면, 비료를 넣은 후 테라사이클 라벨만 붙이면 제품 포장이 완료된다.

2008년에는 비료 사업에 이어 또 다른 금맥을 발견하게 된다. 음료수 팩을 연결해서 가방을 만들고 쿠키 포장지를 엮어 연을 만든 것이다. 180여 종의 제품들은 음료수와 쿠키를 사 먹고 있는 어린이,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장 월마트에서 관심을 보였고, 매장마다 고정 판매대가 설치될 정도였다.

테라사이클에서는 필요한 쓰레기를 얻는 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쓰레기장을 뒤지는 대신 예전 구멍가게에서 빈 병을 모아오면 돈을 주듯이 인터넷을 통해 회원을 확보한 후 전국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과정에 고객을 끌어들인 것이다. 특히나 어린 학생들이 이 과정에 매우 적극적이며, 이 적극성은 그대로 테라사이클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통로이기도 하다.

최근 테라사이클은 담배꽁초와 씹다 버린 껌, 사용한 기저귀 등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들은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 22개국에 진출했으며, 약 340만명이 모아온 24억7천만 개의 쓰레기를 재활용했다. 쓰레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테라사이클의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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