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각장애인 길 나서기 무섭다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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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4-20  |  수정 2013-04-20 08:23  |  발행일 2013-04-20 제1면
횡단보도 음향신호기 태부족
고장 적잖고 화단내 설치하기도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홍모씨(31)는 집에서 1㎞쯤 떨어진 복지관으로 향하는 길이 두렵다. 일주일에 2~3차례 지나는 길이지만 황금네거리에 있는 횡단보도 앞에만 서면 그는 항상 위축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치한 횡단보도 음향신호기가 꽃을 가득 심어 놓은 화단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앞이 안 보이는 홍씨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홍씨는 “아예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가 더 많으니 이마저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구지역 내 시각장애인들의 보행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횡단보도에 설치되는 음향신호기의 수가 부족한 데다 이마저도 고장이 났거나 이용이 불가능한 장소에 있기 때문이다.

19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는 총 1천493개. 이 가운데 음향신호기가 있는 횡단보도는 261개로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관리부실로 인해 고장 나 무용지물인 음향신호기가 적지 않은가 하면, 황금네거리 앞 횡단보도와 같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 음향신호기를 설치한 경우도 있다.

음향신호기의 설치 및 관리를 책임지는 대구지방경찰청의 관계자는 “예산을 책임지는 대구시의 예산부족으로 인해 설치 수가 부족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음향신호기용 리모컨이 지급되기 때문에 설치장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단체들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덕 대구시각장애인협회 이사는 “대구에 등록된 1만여명의 시각장애인 중 리모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00명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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