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조류인플루엔자가 국내로 전파되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탐지견이 조류인플루엔자 방비를 위해 중국발 수화물을 탐지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중국에서 신종 H7N9형 조류 인플루엔자(AI) 감염자와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H7N9형 감염자는 8일 현재 21명으로 늘어났고, 중국은 H7N9형 AI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도시에서 닭, 오리, 비둘기 등의 거래를 제한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조류에서만 발견되던 H7N9형 AI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에게까지 감염되고 확산하는 것인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서 발견 H7N9형
사람 감염 첫 사례
손씻기 등 철저히 해야
◆급성 바이러스성 질병
AI는 닭, 오리 및 야생조류 등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닭, 칠면조 등 가금류뿐 아니라 야생오리와 같은 야생조류에도 감염되며,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 감염된 조류가 다른 닭, 사육 오리와 접촉하거나 배설물을 통해 AI를 전파하므로 방역이 쉽지 않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감염된 조류를 통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AI에 감염되면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돌연변이를 일으킨 변종 바이러스는 인간끼리의 전염을 일으킬 수 있다.
AI에 감염되면 수일 내에 고열, 기침, 인후통, 전신근육통 등 인플루엔자 유사증상과 물설사가 동반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위험지역 거주자나 조류 사육농가 종사자가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을 보일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증상 발생 전 7일 이내에 AI가 발생한 농장에 들렀거나 유행하는 지역으로 여행한 적이 있는 경우 AI 의사환자로 분류된다.
이론상 AI는 사람에게 전염이 되지 않으나 최근 들어 종간 벽(Interspecies Barrier)을 넘어 AI가 사람에게 감염돼 병을 일으킨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풍토병화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인체 내에서의 유전자 재조합에 의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35가지 정도로 알려진 AI 바이러스 종류 가운데 지금까지 사람에게까지 전염돼 사망 사례를 일으킨 바이러스는 주로 H5N1형이다. H5N1형의 경우, 2003년 인체 감염 사례가 처음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37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염 이후 사망률은 약 60%였다. H5N1형에 사람이 감염된 경우는 주로 감염된 조류와의 접촉 때문이었다.
국내에선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 10개 시·군의 19개 농장에서 고병원성 AI인 H5N1감염이 발생했지만 인체 감염 사례는 없었으며, 2004년 9월24일 AI종식 선언을 한 바 있다.
◆H7N9형 첫 사람 감염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H7형 AI 바이러스는 보통 조류 사이에서 전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H7N9형은 H7형 바이러스 가운데 한 종류다. 원래 조류에서만 발견되던 H7N9형 AI가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아직 감염 경로나 감염원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일부 확진환자는 가금류 또는 돼지와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혀 접촉이 없던 환자도 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인 사람 간 전파 여부는 일단 확인되지 않았고, 현재 조사중인 상태다. 사람을 통해 감염되지 않으면 전염병이 될 가능성은 낮다.
조류에서만 발견되던 H7N9형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게 된 것은 조류보다 낮은 포유류의 평상시 체온에서도 증식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 변종이 일어난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생물종이 이 바이러스의 실제 숙주 역할을 하는 것인지 규명하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가 인간과 흡사한 유전자 구조를 지닌 돼지에 감염되도록 변이됐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사람이 흔히 걸리는 독감 바이러스와 신종 AI 바이러스가 결합해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H7N9형는 가금류에 별다른 질환을 일으키지 않고도 전파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축 사이에서 전파가 돼도 이를 알 수 없어 추적하기가 더 어려운 반면 전염 위험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사용 가능한 백신은 아직 없다. 그러나 초기 감염사례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규명하는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에 일단 백신 제조의 초석은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기본 위생수칙 잘 지켜야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나 기침 예절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충분한 열을 가하는 등 적절한 과정을 거쳐 조리한 가금육이나 돈육을 섭취하는 것은 안전하나, 실제 감염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날고기를 먹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중국을 비롯해 AI환자가 발생한 국가를 여행할 때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와 접촉을 삼가라”고 권고했다.
대한감염학회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에서 발생한 H7N9형의 사람간 전파 확률이 매우 낮고 대유행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적어 보이는 만큼 불필요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신종 AI의 감염원과 전파경로, 바이러스의 병독성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그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당분간 안후이성과 상하이지역으로 여행을 자제하고 가금류와는 접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이은경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