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과 인테리어 업계에서 친환경 제품 개발이 진화하면서 뜨겁게 떠오르는 이슈가 있다.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물품을 단순히 다시 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을 넘어 제품을 해체한 후 아이디어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해 재가공한 결과물을 뜻한다.
친환경 제품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업사이클링 제품은 계속해서 대중 속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며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떠오른 브랜드가 있다.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은 버려진 트럭 덮개를 가방으로 재탄생시켜 폐자재를 사용했음에도 가방 하나의 가격이 20만원대를 훌쩍 넘어 명품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프라이탁은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인 프라이탁 형제가 설립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취리히의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가방이 젖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프라이탁 형제는 “튼튼하고 방수 기능을 겸비한 메신저백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다채로운 색감의 방수용 덮개로 덮인 트럭이었다. 트럭 덮개의 알록달록한 색깔과 방수성에 매력을 느낀 그들은 버려진 트럭 덮개를 이용해 직접 메신저백을 만들게 된다.
가방의 내구성을 고려해 가방끈은 안전벨트를, 마감은 자전거 튜브를 이용했다. 최초로 제작된 프라이탁의 메신저백은 재봉선도 고르지 않고 현재의 제품과 비교할 수도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렇게 주변의 제작요청이 이어졌고, 하나둘 제작하던 수요가 늘어나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도 프라이탁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메신저백이다. 화려한 색감과 기능성, 그리고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패턴이라는 희소성은 프라이탁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프라이탁 가방의 주재료인 타폴린(트럭을 덮는 방수용 천)과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타이어 안쪽 고무 등은 폐기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 폐기물들은 프라이탁의 귀한 원재료가 된다. 처치 곤란의 쓰레기를 이용해 멋진 가방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프라이탁의 가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트럭 덮개의 수집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를 다니며 트럭 덮개를 모으고 있다. 수집된 트럭 덮개는 부분별로 해체한 후 세탁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 역시 빗물을 모은 것이다. 원하는 가방 모양으로 트럭 덮개를 재단하고 재봉과정을 거치면 프라이탁의 업사이클링 메신저백이 탄생한다. 이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데, 다소 비싸게 여겨질 수 있는 가방의 가격은 이렇듯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성을 담은 대가라고 할 수 있겠다.
프라이탁은 독특한 매장 외관으로도 유명하다. 취리히에 있는 프라이탁의 플래그숍은 17개의 컨테이너를 쌓아올려 건물마저 업사이클링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매장 내부에는 종이로 만든 서랍장에 상품이 보관돼 있고, 서랍 정면에 모델명과 디자인이 표시되어 있다. 제품의 원재료부터 제작과정,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업사이클링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엿보인다.
비싼 재료에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상품만이 명품이 아니다. 프라이탁은 사용자를 고려한 기능성과 좋은 스토리,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명품 카테고리를 만들어 가는 듯하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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