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불씨 “무서운 우울증”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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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23  |  수정 2013-03-23 08:05  |  발행일 2013-03-23 제1면
정신 이상 범죄 10년새 3배 늘어
경제적 손실도 연간 11조7천억원

지난 19일 대구에서 50대 시어머니가 만삭의 며느리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17일 충북 충주에선 40대 주부가 두 아들을 흉기로 찌른 후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목숨을 끊으려 했다. 이들 여성 피의자는 모두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최근 우울증 환자와 관련된 범죄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우울증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억제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며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충동을 쉽게 조절하지 못하는 우울증으로 예기치 못한 정신이상 범죄가 잇따르지만,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요양기관의 우울증 진료건수는 2007년 248만건에서 2011년에는 344만건으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우울증 환자 수도 같은 기간 49만명에서 57만명으로 늘어났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사한 2011년 우울감 경험률(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대구 4.2%, 경북 5.0%로 나타났다. 지역에선 100명당 4~5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수성구가 5.6%로 가장 높았고 서구가 2.0%로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30대와 50대가 4.6%로 제일 많았다.

또한 우울증 등 정신이상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정신이상 범죄자는 2002년 739명, 2003년 629명에 불과했지만 2004년 1천288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2011년에는 2천120명까지 급증했다. 불과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우울증 환자와 관련 범죄의 증가는 적지 않은 사회적 부담을 높이고 있다.

최근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과 관련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11조7천200억원에 달한다. 우울증으로 인해 일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휴업이 잦아져 생산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있다.

김정범 동산병원 교수(정신과)는 “국내에서는 우울증을 질병으로 보지 않고 개인이 나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 생기는 병이라고 오해하곤 한다”면서 “우울증은 생물학적으로 볼 때 정서와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 이상이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치료를 통해 충분히 치유될 수 있지만 정신과 치료에 대한 색안경으로 인해 병원에 가기를 꺼려 병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의 증가가 범죄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직접적인 범죄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정신질환을 앓다 보면 공격성이나 분노가 생겨난다고 보고 있다. 즉, 우울증 환자의 공격적 성향이 내부로 분출할 경우 자살을 선택하고, 타인 등 외부로 향하면 묻지마 폭력과 같은 범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칠곡에서 2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윤모씨도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윤씨는 평소 부모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불만을 가지고 있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여성에게 억눌린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이같은 우울증 관련 범죄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시스템 확충과 함께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재발이 잦은 우울증은 장기적이면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도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박순진 대구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이제까지 국민건강시스템은 신체적 질환만을 중요시하고 정신적 질환에 대해서는 도외시했다”면서 “정상 범위를 벗어나 병적인 판단력 상실에 처한 환자에 대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도 주장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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