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의 잇단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화학물질 누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의 화학물질 사고는 연평균 40여 건 정도. 주로 사업장의 저장소와 같은 고정시설에서 안전 관리 미흡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사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단지 그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환경오염의 원인 물질로 작용함으로써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는 총 434건이었다. 매년 43건의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또 200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유해 화학물질 누출로 중독이나 질식 재해를 당한 사람은 사망 145명에 부상자가 1천666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안전관리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터졌다.
염화수소 흡입하면
폐에 치명적 손상
장기간 노출땐 실명위험
만성기관지염도 우려
◆불산= 노출 땐 물로 씻어야
불산은 가스 상태일 때는 불화수소로, 수용액(약산성) 상태일 때는 불산으로 불린다. 대기 중 불소의 60∼74%는 가스 형태로 무색의 강한 자극적인 냄새를 내는 심한 호흡기 자극제이다. 주조 금속물 팁, 불순물 제거, 반도체 표면처리, 유리(전구, 브라운관 등)의 광택, 살균제, 소독제 등에 사용된다. 또한 테플론과 같은 고분자 화합물이나 의약품 제조의 원료 물질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불산을 쓰는 것은 불순물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반도체는 미세 기판에 고밀도(高密度)로 회로를 새겨넣기 때문에 먼지 하나만 끼어도 불량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불순물을 녹여 없애는 불산·황산·질산 같은 세정제를 많이 쓴다.
불산에 노출될 수 있는 경로로는 흡입, 눈, 피부 접촉이 대부분이다. 흡입시 일시적으로 숨이 막히고 기침이 난다. 또 노출 후 1∼2일 동안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도 그 이후에 발열, 기침, 호흡곤란, 청색증 및 폐수종이 발생할 수 있다. 구미에서 발생한 경우와 같이 경피 또는 흡입으로 상당량의 불산이 흡수되면 저칼슘혈증과 저마그네슘혈증을 초래해 부정맥이 생기며 목이 쉬고 기침발작, 비출혈이 발생한다.
피부 노출시에는 조직파괴가 심해 파괴된 조직의 괴사 및 뼈에 탈칼슘작용을 한다. 파괴된 조직부위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동통이 여러 날 계속 나타날 수 있다. 1년 이상 불소화합물에 지나치게 반복 노출되면 방사선 사진에서 뼈의 음영농도가 증가되며 뼈에 불소침착증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들어가면 시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노출시 응급대처 방법으로는 접촉한 경우 5분간 물로 피부와 눈을 씻어내도록 한다.
◆염산= 증발하면서 유독가스로
염산은 염화수소의 수용액으로 염화비닐이나 PVC, 폴리우레탄 등의 유기 화합물 생산과 같은 큰 규모의 공정, 젤라틴과 그 외의 식품첨가물 제조, 가죽 처리 등에 사용되며 매년 2천만t 정도가 생산된다.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화장실 변기의 누렇게 찌든 때를 없애는 데도 효과적이고 목욕탕 청소에도 사용된다.
염산은 수분과 만나면 기화되면서 염화수소가 된다. 공장에서는 수용액 상태에서 수소 이온과 염소 이온이 분리돼 녹아있지만, 증발하면서 수소와 염소가 합쳐져 유독한 가스로 변한다.
염화수소는 상온, 상압에서 무색이지만, 이것의 수용액이 염산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체에도 굉장히 유해하다. 염화수소가 호흡기로 들어가면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게 된다. 누출 사고가 일어난 공장 주변에서는 식물의 잎이 마르고 가축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장기간 노출되게 되면 실명될 수도 있고 호흡기계에는 만성 기관지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피부에는 피부염·피부 화상과 피부 갈변이 생길 수 있다.
상주 염산수소 누출사고에서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개방된 공간으로 퍼졌기 때문에 공기 중에서 희석됐고, 염화수소는 불산에 비해 분자량이 무거워 기체로 변하더라도 불산보다는 멀리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량 땐 우려할 바 없어
문제는 사업장에서 평소 새어 나오는 미량의 불산 등 화학물질이 건강에 해를 끼치지는 않느냐는 것. 전문가들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답한다. 신체는 극미량의 화학물질에 대해 견뎌내는 적응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과학원이 관리하는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시스템(http://ncis.nier.go.kr/tri)’ 사이트는 독성 화학물질 213종을 대량 취급하는 전국 3천개 사업소에서 평소 어느 정도 화학물질이 환경 속으로 새 나가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99.7%는 공기 중으로 비산(飛散)되는 것인데, 업체가 추산해 보고한 것을 환경과학원이 검증해 올리고 있다.
지난 1월28일 불산 누출 사고로 한 명이 사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2010년 한 해 동안 불산가스 5.7t이 공기 중으로 새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2003∼2010년의 8년간 유출량은 총 77t이었다.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은 2010년 유출량이 6.7t, 2005∼2010년의 6년간은 39t이었다. 불산만 아니라 염화수소·클로로포름·페놀 같은 화학물질도 새 나가고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정인성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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