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중증 치매는 물론 가벼운 기억장애를 치매로 오인하고 병원을 찾는 일도 과거보다 부쩍 늘어났다.
반면, 치매가 상당부분 진행됐는데도 환자 스스로는 물론, 가족조차 치매를 ‘단순 건망증’ 등으로 가볍게 넘기는 바람에 병을 키우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 기억장애로 방치하면 안돼
뇌졸중·흡연·음주 등도 위험 인자
우울·불안·수면장애 있어도 의심을
◆ 인지기능 저하
치매는 지적수준이 정상이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인지기능이 저하돼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장애를 보이는 증상이다.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간과 공간 개념의 저하, 계산력의 저하,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포함된다.
치매의 위험인자로는 고령, 여성, 가족력이나 아포지단백 E 등의 유전적 요인이 있다. 또 예방 가능한 위험인자로는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 심장질환 등이 있다. 과다한 음주, 우울증, 스트레스, 뇌손상, 저학력 등이 원인이 돼 치매에 걸리는 일도 적잖다.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5∼13%이며, 80세 이상에서는 40% 이상이다.
뇌세포의 퇴행성 소실로 이상단백질이 축적되는 알츠하이머병과 뇌졸중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가장 흔한 치매의 유형이다.
파킨슨병도 흔하다. 이외에 우울증에 의한 치매, 신체의 대사성 질환 (저나트륨혈증, 갑상선 기능 이상, 저혈당, 신장 및 간 기능 이상), 과다한 음주, 뇌수두증(보행장애, 소변실금, 치매를 특징으로 하는 상태), 저산소 혈증의 과거력, 뇌종양 등도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 치매의 진단
치매의 진단은 다양한 증상의 유무와 정도를 알아내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 후 가족면담을 병행한다. 간혹 자신의 장애에 대한 설명이 힘든 사람도 있다. 혼자 거주하는 노인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증상 유무에 대한 세밀한 판가름은 치매 치료의 결정적 부분이 된다. 하루 종일 뭘 하는지, 경로당에 가서 화투만 친다면 이전처럼 돈을 따는지, 남들이 이상하다고 얘기하지 않는지, 한 달에 한번씩 방문하는 보호자를 통해서 집안 정리 상태, 음식 맛 등이 전과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농사를 지을 때 매년 해오던 일을 빠뜨리지는 않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질문이 필요하다.
또 치매로 인한 이상행동은 정신과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다. 망상, 환각, 초조, 공격성, 우울증, 불안, 다행감, 무감동, 탈억제, 쉽게 화냄, 반복적인 행동, 불면증, 식습관의 변화, 무의지증 등이 보호자 및 의료진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치매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찰 후 혈액검사 뇌 MRI 혹은 CT를 시행해 원인 질환들을 감별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신경심리검사(기억력 검사)다. 실제로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나타내 주고 치료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초기 발견 치료효과 높아
치매 진찰 후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르다. 단순한 건망증으로 진단되면 특별한 약물치료는 필요없다. 메모를 습관화하고 적당하게 쉬면서 기억력을 향상시키면 된다. 뇌종양이나 대사성 질환은 수술 혹은 내과적 치료를 통해 호전시킬 수 있다. 뇌수두증일 경우 뇌척수액의 배액을 통해 치료하면 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기능의 향상과 행동치료에 세계적으로 공인된 약제인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토코페롤, 은행잎 성분 약제도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혈관성 치매인 경우 항혈소판제 등의 동반 사용이 필요하다. 또 행동 이상은 비록 진행된 치매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지만, 약물에 반응이 좋으므로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세심한 치료를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초기에 치매를 발견할수록 치료의 효과가 높다.
◆ 최근 기억 장애는 의심
이런 증상이 있으면 곧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먼저 기억력의 저하다. 비교적 오래된 기억(젊은 시절의 기억 등)은 유지돼 있지만, 최근 기억의 장애가 두드러진다. 금방 들은 말을 잊고 전날 혹은 최근 일어난 사건을 잊는다.
언어장애가 두드러진다. 단어가 금방 떠오르지 않아 ‘그거’로 표현하고 넘어가는 일이 늘어난다. TV를 보면서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생겨 멍해지는 일이 잦아진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심해지면 남의 말을 알아듣는 일이 힘들어진다.
시공간 인지 기능도 저하된다. 자주 걷는 길인데도 낯설게 느껴지고 지하철 타는 법을 잊기도 한다. 또 운전을 할 경우 잘못해 한 블록을 지나치며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하고 같은 길을 빙글빙글 도는 일도 생긴다.
성격변화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우울, 불안, 수면장애가 대표적이다. 게을러지거나 과도하게 일에 집중하기도 한다. 헛것을 보거나 주변사람을 자주 의심하는 일이 생긴다.
◆ 가족 관심 중요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은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적잖다. 반복적으로 설명해도 우기거나 계속 짜증을 내면서 가족관계도 틀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치료는 가족치료다.
집에 치매환자가 있다면 집에만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 치매환자와 함께 햇빛을 쬐고, 자주 연락을 해 환자 스스로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치매환자는 한 가지 음식에 치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특정 영양소가 집중되면 신체는 물론 뇌에도 부정적 영향을 줘 치매가 더욱 심해진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이현아 대구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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