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케네디·간디… 비정상이지만 성공한 리더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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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08   |  발행일 2012-12-08 제16면   |  수정 2012-12-08
처칠은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고
케네디는 조증에 성욕과잉
간디는 정신적으로 순탄치 않은 삶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현실의 부정적 측면 냉철히 간파하고 타인의 고통을 진정으로 공감
위기의 시대일수록 비정상적인 지도자들이 진가
처칠·케네디·간디… 비정상이지만 성공한 리더들
나시르 가에미 지음/ 정주연 옮김/ 학고재/ 432쪽/ 1만8천원

영국인의 우상이자,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인 윈스턴 처칠은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다. 처칠은 엄청난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미숙아에 왜소한 체구라는 콤플렉스로 일생 동안 고통받았다. 그의 학업성적은 당연히 꼴찌였고, 학우들은 그를 비웃으며 따돌렸다. 불우한 성장기를 보낸 처칠은 훗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지만, 자신의 아이들마저 알코올중독과 자살이라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면서 우울증이 깊어졌다.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역시 정신적으로 불운한 삶을 살았다. ‘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라는 유명한 연설을 남긴 케네디는 조증(躁症, 비정상적인 기분 고조)에 성욕과잉, 그리고 괜히 안절부절못하는 과잉 행동장애를 앓는 비정상인이었다. 하지만 케네디는 이 같은 자신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면서 리더십을 향상시키기도 했다.

‘비폭력주의자’로 존경받은 간디도 정신적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그는 생전에 심각한 우울기를 겪었다. 평생 불안했고, 극도로 수줍어했으며,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기분에 자주 휩싸였다. 그의 한 측근은 “나는 그 수척한 얼굴에서 지치고 슬픈 표정을 매일매일 보았다. 마주 보기 두려운 내적 번뇌의 증거였다”고 말했다. 간디는 한때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인류역사를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다. 책은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리더십과 정신 질환의 관계에 대한 보고서다. 흥미로운 것은 전쟁과 경제공황 같은 위기의 시대일수록 유독 ‘광기 어린’ 지도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도 견디기 힘들 만큼의 우울과 정신적인 충격을 안고 살았지만, 위기 속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영웅이 되었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의학자다. 책에서 저자는 시대에 따라 각광 받는 지도자가 다르다는 것을 주장한다. 나라가 순탄하고 평화로울 때는 낙관적이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지도자가 많았지만, 위기의 시대일수록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때로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지도자들이 두각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여덟 명의 유명한 지도자의 인생과 업적을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했다. 윌리엄 T. 셔먼, 테드 터너, 윈스턴 처칠, 에이브러햄 링컨,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존 F. 케네디가 그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비롯해 다른 연구자들의 최신 연구성과와 역사적 기록을 통해 정서적으로 비정상적이었던 이들 지도자들이 어떻게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위기의 시대일수록 정서적으로 비정상적인 지도자들이 진가를 보인 것은 왜일까. 이는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를 가진 지도자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냉철하게 간파하고(처칠과 링컨),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며 진정으로 공감(간디와 마틴 루터 킹)했기 때문이다. 또 시련과 역경에 부딪혀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루스벨트와 케네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기(셔먼 장군과 테드 터너) 때문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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