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후배의 부탁으로 한 손보사의 연금보험에 가입했던 직장인 손영찬씨(가명·52)는 최근 연금보험 수익률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처음 가입할 때 보험설계사가 제시했던 수익률과 적지 않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화가 난 손씨는 해지하려고 보험사를 찾아갔다가 더욱 기막힌 얘기를 들었다. 손씨가 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이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보다 100만원이나 적었기 때문이다.
손씨는 “연금보험을 유지하려니 수익률 때문에 속상하고, 해지하려니 환급금이 형편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금보험의 수익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년 안에 전체 가입자 중 절반이 연금보험을 해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이 가장 많이 판매한 상품을 기준으로 , 8개 업체 중 7곳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그쳤다.
롯데손보 ‘3L명품 연금보험’이 -9.53%로 가장 저조했고, LIG손보의 ‘멀티플러스연금보험’과 삼성화재 ‘연금보험 아름다운생활’도 9% 이상의 원금손실을 기록했다.
생명보험사도 8개 업체의 주력 상품이 원금을 까먹고 있다.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이른바 생보 빅3 중 삼성생명의 ‘골드연금보험’ 수익률이 -2.86%에 그쳤다. 이밖에 IBK연금 ‘IBK연금보험’(-3.65%), ING생명의 ‘세테크플랜 연금보험’(-3.40%), 농협생명 ‘베스트파워 세테크 연금공제’(-2.0%)도 원금 손실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저조한 수익률이 연금보험의 해약률을 높인다는 데 있다.
연금저축 상품의 10년 계약유지율은 평균 52.4%에 그쳤다. 전체 계약의 절반 이상이 만기가 되기 전에 해지됐다는 것이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의 ‘나이스플랜연금보험’은 5년 유지율이 57%, 10년 유지율이 14.7%에 불과했다. 가입자들이 판매 5년 안에 절반 가까이 해약하고 10년 후에는 10명 중 1~2명만 남은 셈이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흥국화재 ‘평생행복보험’의 5년 유지율이 41.8%, 10년 유지율이 24.6%에 그쳤다. 이들 상품은 현재 판매 중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10년 유지율이 50%를 넘는 생보사 연금보험은 한화생명 ‘하이드림연금보험’(55.4%)과 삼성생명 ‘골드연금보험’(57.9%), 그리고 농협생명 ‘트리플에이연금공제’(64.1%) 등 3개에 불과했다.
손보사 중 10년 유지율이 50%를 넘는 연금보험은 현대해상 ‘하이노후사랑보험’(56.2%)과 LIG손보의 ‘미래골드보험’(50.4%) 등 2개뿐이다.
한편 보험사들은 초기 수수료 비중이 높은 구조 탓에 연금보험 상품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며 예상 수익률을 따로 공시했다. 손보와 생보를 포함한 전체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보험 상품은 모두 434개에 달한다. 가입자 수는 손보가 192만명, 생보가 181만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섣부른 해약을 한다면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면서 “차라리 보험료 납부를 잠시 중단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계약을 이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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