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우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 주방에서 저녁 식사시간을 앞두고 요리 준비를 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각종 요리 대회에서 수상한 실력으로 음식점을 경영해 온 전씨는 레드오션이 된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전상우씨(49)는 ‘요리’와 ‘경영’ 모두 웬만한 노하우는 갖췄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각종 요리 대회에서 수많은 상을 타기도 했고,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하루 2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인 날도 많았다. 하지만 전씨의 음식점 경영 20여년 경력과 노하우는 요즘 같은 불황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한때의 영화(榮華)를 쓸쓸히 회고하며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라는 전씨는 “대구 지역은 유별나게 음식점을 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구지역의 음식값은 전국에서 싸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 “대구에서는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만 나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동종 업종이 포화상태를 이룬다”는 전씨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고, 가격에 점점 민감해진 소비자들 때문에 밑지는 장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씨는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소자본, 소규모, 소인원으로 작게 시작해서 크게 키울 것”을 주문한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은 소자본 창업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소인원이 소요되는 업종, 관리와 운영이 쉽고 고정비가 적게 드는 일명 ‘3小 창업’이 성공의 지름길이며, 작게 시작해서 경험과 능력에 맞게 점차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처음부터 대형 한우점이나 한정식집처럼 크고 번듯한 식당을 차려 감당도 하지 못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봤다”는 전씨는 “보여주기식의 무리한 투자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 후유증도 크다”고 말했다.
고명자씨(48)는 2년 전 대구시 수성구에서 대구탕 전문점을 열었다. 요리 솜씨도 자신 있었고 음식점은 맛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다. 언론에 소개되는 맛집을 찾아 시간과 노력을 마다 않고 방문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던가. 고씨가 자신의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뜨거운 탕은 겨울철에는 인기가 있었지만 여름철에는 찾는 사람이 없었다. 부랴부랴 여름철 메뉴로 비빔밥과 국수 등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대구탕 ‘전문점’이라는 이미지만 떨어졌다. 가정집 분위기의 가게 이미지에 반해 덥석 계약을 한 것도 화근이었다. 가게는 멋있었지만 일방통행로에 자리잡은 탓에 사람들이 지나갈 뿐 머물거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첫 사업에 실패한 경험에서 고씨가 얻은 교훈은 창업 환경과 관련 시장을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 창업할 시장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업의 기회를 탐색하고, 기존 시장의 시스템과 경쟁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사업 계획을 세우고 계획서에 따라 신중하게 준비한 후 창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분야 업종에 취업을 해 사전에 현장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최근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불황은 이미 소비자들이 먹을 것을 줄이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메뉴판에서 으레 제일 가격이 싼 음식을 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3명이 2인분을 시켜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 끼 주식을 이렇게 먹는데 간식은 말할 것도 없다.
김수상씨(47)는 2년 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구 달서구 대곡동에서 도넛 체인점을 시작했다. 고급 간식거리로 인식되는 도넛은 다른 어떤 먹거리보다 경기의 영향에 민감했다.
김씨가 회사에서 받던 3천여만원의 연봉은커녕 인건비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직장 다니면서 꼬박꼬박 부었던 3개의 적금까지 해약해 가며 1억원 이상을 투자한 사업이지만, 김씨는 조만간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주목하며 유망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렌드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면서 아이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분석·조사해 반짝하는 유행 업종은 피하고,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맞는 아이템이면서 성장기에 진입한 유망업종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씨의 도넛가게 인근으로는 화장품, 피자, 치킨, 분식 등 다양한 점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이곳 점포 10곳 중 9곳은 이미 매물로 나와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는 확연하게 나빠졌고, 1년 내내 세일 현수막을 내걸고 있어도 찾는 소비자는 갈수록 줄어들 뿐”이라는 김씨는 “골목의 점포들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 대기업과의 경쟁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화를 통한 골목상권 진출로 영세 자영업자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 대기업들과 싸워야 한다. 자영업의 생존은 갈수록 어려울 수밖에 없다.
2. 내수경기 침체 인한 매출감소
세계 경제 불황으로 국내 소비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서민의 실질 소득과 자산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물가는 고공 행진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자영업의 매출도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3. 자영업자 간의 과당경쟁
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영업자 비율은 15.9%인데 한국은 28.8%로 OECD 평균의 2배에 육박한다. 국내 자영업자 간의 제로섬 게임과 같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41.2%는 경쟁 상대를 대형업체나 인터넷 업체보다 주변에 있는 자기와 비슷한 다른 자영업자로 인식하고 있어 자영업자 간의 소모적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4. 준비되지 않은 창업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여 사전 전문교육이나 시장에 대한 충분한 정보습득 없이 가게를 여는 것이 문제다. 창업경험이 없는 과반수의 자영업자가 창업시장에 ‘나는 될 것 같다’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뛰어드는 ‘묻지마식’ 창업은 실패의 지름길. 철저한 사업 계획 준비도 없이 창업자의 60.4%가 6개월 이하의 단기간에 창업을 하고 있다.
5. 차별성 없는 아이템 선택
상당수 자영업자는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기중심적인 시각으로 고집스럽게 아이템을 선정하고 있다. 아이템이나 창업에 필요한 정보도 가족이나 친인척·친구 등 주변으로부터 얻고 있다. 주관적이고 독창성이 부족한 아이템은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6. 무분별한 모방 창업
한 분야의 업종이 뜬다고 하면 한꺼번에 몰려드는 성향이 크다. 개인사업자의 대부분이 음식점, 소매업, 개인서비스업에 집중되어 동 업종 위주로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매출 및 수익부진의 이유로 자영업체 중 휴·폐업한 사업체의 절반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다.
7. 과도한 창업비용과 부채 부담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획에 없는 무리한 투자를 하거나 예상치 못한 비용이 과도한 창업자금의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자영업자의 총 부채는 평균 8천455만원에 이른다. 높은 부채비율이 자금압박으로 이어져 경영의 어려움을 가져온다.
8. 낮은 수익성
전체 자영업자의 57.6%가 평균 수익 100만원 이하의 영세사업자다. 이러한 열악한 수익구조가 경영악화로 이어져 폐업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9. 상권입지 선정
상권 내에 분포하고 있는 고객의 성향 분석을 정확히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선정된 아이템이나, 부동산 중개인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성급하게 계약하는 점포 선정 등이 향후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게 한다.
10. 경영능력 부족
사업에 실패하게 되면 자기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영 환경과 정부 정책을 탓하고 소비자에게 화살을 돌리지만 결국은 사업자의 경험이나 경영 능력의 미흡으로 인한 경쟁력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타성에 젖어 운영하다 보면 자신의 경영능력 부족에 대한 부분을 잊게 된다.
▨ 도움말:강신규 <사>한국소상공인 컨설팅협회 대구경북지회장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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