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에 할 말 많은 그녀, 비움과 채움을 전파하다’ 심현정 <사>몸과 문화 대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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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0-12   |  발행일 2012-10-12 제37면   |  수정 2012-10-12
“부처, 마호메트, 예수도 했다…단식은 ‘칼 대지 않는 수술’이다”
‘현대의학에 할 말 많은 그녀, 비움과 채움을 전파하다’ 심현정 몸과 문화 대표
음식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천착하고 있는 ‘몸과 문화’ 심현정 대표가 비움과 채움이란 카피가 적힌 유리보드 앞에서 인도 무희 같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녀는 잘 비워야 잘 채울 수 있다는 생활관을 지역민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전파하고 있다.


◆심현정=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무역학, 대학원에서 육아교육학에 대해 공부를 했다. 91년 페놀사태를 보고 시민운동에 뛰어든다. 95년 한국YMCA 전국연맹 정책기획부 간사를 역임하고 대구로 돌아와 2000년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이듬해 유기농 먹거리 유통을 위한 녹색살림 생협을 만들고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다.

소비자운동을 하면서 먹을거리 문제의 대안을 생협을 통해 해결점을 모색했다. 그 어름에 ‘아토피와의 전쟁’을 벌인다. 10년전부터 아토피 아이를 둔 생협 참여 회원 어머니를 위한 아토피 강좌를 열었다. 공동육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3년 바람과 햇살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고 초대 이사장이 된다.

2004년 학교급식조례제정을 위한 대구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2008년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가 된다. 여성환경연대 시절 부설로 단식프로그램을 열고 지금까지 가동하고 있다. 2010년 몸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몸과 문화를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고, 침과 뜸 등 숨겨진 민족의학 복원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몸과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집합시켜 ‘몸과 문화치유센터’를 열었다. 현재 몸과 문화 대표,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현대의학에 할 말 많은 그녀, 비움과 채움을 전파하다’ 심현정 몸과 문화 대표
대구시 수성구 유기농 레스토랑 '비채'의 힐링푸드 음식.

동물도 아프면 먹지 않아
인간은 많이 먹어 아프고
藥을 먹기 위해 더 먹어…
자연치유력 잃은 우리 몸
현대의학의 노예로 전락

치료할 수 있는 영역과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의사들은 이제 고백해야
제도권 밖 치유사들을
범죄인 취급 말아야

키가 작아도, 못 생겨도
病이라 믿도록 만들고…
의료인 이익 위해 藥 강요
이건 엄청난 범죄행위

숱한 민간요법 대가 만나
채식·침뜸·괄사 등 익혀
건강 의류-밥상-강좌 등
제공 위해 힐링센터 운영

사람은 저마다 일정한 삶의 구역에 갇혀 있다.

그 구역이 주는 독특한 ‘고정관념’이 있다. 갇힌 걸 알면 더 넓은 갇힘을 향해 진군한다. 고정관념이 ‘이념’으로 경직된다면, 다른 구역의 삶을 배척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운동가가 많다. 하지만 세상은 누가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항상 변화중이다. 정작 남을 바꾸려는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게 진정한 혁명인지도 모르겠다.

심현정 <사>몸과 문화 대표(43).

한때는 ‘국가’, 한때는 ‘정부’, 또 한때는 ‘사회’가 병이 걸렸다고 봤다. 그런데 이젠 ‘인간의 몸과 맘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걸 치유하는 방법은 뭘까. 그게 그녀 삶의 제1명제다.

단아하고 어찌보면 현모양처 스타일로 생긴 그녀. 고생 안하고 살아도 될 것 같은데 계속 이것저것 건드리며 오지랖 넓게 살고 있다. 부모도 그런 딸이 영 마뜩잖다.

그녀는 존 레논 분과의 ‘드리머’(Dreamer).

녹색소비자운동, 공동육아운동, 녹색아파트만들기운동,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여성환경운동, 에너지시민운동…. 그 와중에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유기농 유통과 성인병 예방 단식 프로그램, 막걸리학교, 지역 중심 생활정치를 위한 가칭 ‘대구당’까지 만들고 있다.

지금은 ‘내 몸은 내가 살린다’는 화두를 들고 ‘힐링문화 전도사’로 돌아섰다. 그런 길을 걸어온 스스로를 ‘마녀’로 부른다. 마녀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녀가 지난해 수성구 황금동 김대건성당 근처에 세운 인도 아슈람 같은 4층짜리 몸과문화치유센터를 찾았다.

◆ 의사는 건강의 편? 아니면 의사의 편?

그녀는 의사도 아니면서 의학에 엄청 관심을 갖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민간요법에 심취해 있다. ‘여자 허준’이 되어볼 요량으로 현대의학이 반신반의하는 제3의학 영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 의사가 될 건가.

“아니다. 치료가 아니라 전 국민이 자가 치유사가 되도록 도와주고 싶다.”

-재야에 이런저런 사부가 많을 것 같다.

“지역에서 현미채식운동의 선구자격인 전 대구의료원 신경외과장이었던 황성수 박사, 자연요리연구가 문성희 선생은 내가 녹색소비자연대에 있을 때 단식 프로그램 강사로 왔다. 이후 김지하 시인을 통해 침뜸 돌풍을 일으켰던 구당 김남수옹을 만나 침과 뜸에 대해 배웠다. 이밖에 민족생활의학자인 해관 장두석, 괄사요법 전문가 국순려, 온열치료 전문가인 일본의 야비코 박사 등 숱한 자연치유요법 치유사들을 만나 많은 걸 익혔다.”

- 많은 민족의학자가 현대의학을 불신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편견이라고 본다. 현대의학의 놀라운 측면을 인정하지 않으면 민족의학의 미래도 약할 거라고 본다.

“의사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과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고백했으면 좋겠다. 치료 불가능 영역을 가능 영역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치유사들이 많지만 다들 범죄인 취급을 한다. 그들을 제도권으로 흡수해 현대의학이 진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히포크라테스 정신인 것 같다.”

◆ 현대의학에 할 말 많다

-현대의학에 대해 맘껏 비판을 해보라.

“하늘의 별만큼 많은 약은 과연 인간의 건강을 위해 존재할까? 혹 의료인들만의 욕심을 위해 존립하는 건 아닌가. 안먹어도 되는 약을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무조건 강요하는 것도 엄청난 범죄란 생각을 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현대인들에게 너무 많은 수술과 너무 많은 약을 강요하는 것 같다.

“몸도 약도 다 미쳐가고 있다. 우리 몸이 농경사회 때의 자연치유력을 잃고 현대의학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몸과 문화를 만들었나.

“좋은 문화가 좋은 몸을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몸을 둘러싸고 있는 반인간적 문화를 없애지 않으면 결코 우리 몸도 안전하지 못하다. ‘키가 작아도, 얼굴이 못생겨도 병’이라고 믿도록 만드는 ‘외모지상주의 문화’를 처벌해야 된다. 일단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부터 변화해야 된다고 믿고 몸의 자연치유력 회복을 위해 단식(斷食)의 본질을 파고 들었다.”

-몸이란 무엇인가.

“몸은 정신과 결코 분리돼 있지 않다. 의식과 정신이 육화된 것이 몸이라고 본다. 몸은 아주 통합적이다. 몸이 완전해지면 마음도 완전해진다고 믿는다. 어쩌면 몸이 맘인지도 모른다.”

- 너무 중구난방으로 공부하는 건 아닌지.

“이 세상에 객관적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주관적인 게 모여 진정 객관적인 게 된다고 믿는다.”

◆ 가끔 단식을 통해 쉼의 철학을 챙기고

- 소문에는 단식원을 운영했다고 하는 것 같더라.

“나는 단식원을 운영해 온 적은 없다. 그냥 여성환경운동 차원에서 단식캠프를 폐교나 수련원 혹은 지인의 전원주택을 빌려서 해오다가 몇 년전부터 팔공산 온천호텔과 인터불고 호텔을 빌려서 단식캠프를 정기적으로 해오고 있다.”

-단식의 역사는 참 유구한 것 같다. 부처님도 단식을 한 것 같다.

“모든 종교의 전통속에서는 단식이 있다. 부처님께서도 6년간 단식의 고행으로 생사의 해탈을 이루셨다. 불교의 의방명(醫方明)에서는 단식을 치병법으로 삼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시조 마호메트도 ‘단식은 종교에 들어가는 입문’이라 설파했다. 오늘날에도 라마단을 통해서 엄격히 단식을 실천하고 있다. 유대교에서도 7월 10일은 전 국민이 거국적으로 단식을 한다. 성서를 보면 예수가 40일간 광야를 헤매며 단식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단식 절차에 대한 공인된 매뉴얼이 있는지 궁금하다.

“단식은 ‘칼 대지 않는 수술’이라고 본다. 우리 몸은 아주 영리해 외부에서 영양공급이 차단 되는 단식이라는 비상계엄령이 내려지면 내부의 잉여 물질로 우리 몸을 돌린다. 그때 가장 필요 없는 지방과 종양 등을 태운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아프면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약을 먹기 위해서 더 먹는다. 단식은 고단한 일을 한 내 몸에게 쉴 기회를 준다. 인도 명상가 라즈니시 제자이자 전위무용가인 홍신자 선생도 내 프로그램을 두 번 경험했다.”

◆ 비움과 채움의 철학을 전개하다

지난해 10월 그녀가 또 사고를 쳤다.

자기 꿈과 열정을 원스톱으로 구현할 수 있는 별스런 공간을 어렵사리 마련했다. 몸과문화치유센터다. 몸의 건강과 맘의 건강을 동시에 찾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복합힐링빌딩’처럼 보였다. 관계자를 제외하고 대다수 ‘저기 뭐하는 빌딩이지’라면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진다.

- 건물안에 비채레스토랑이 있던데 비채란 무슨 뜻인가.

“비움과 채움의 약자이다. 잘 비워야 잘 채워질 수 있다. 언젠가 동물의 왕국 프로를 봤는데 호랑이도 아프니깐 굶은 채 강가에 가서 항문을 강물에 담그고 오므렸다 폈다하면서 스스로 관장하는 모습을 봤다. 오늘날 우린 너무 많이 먹어서 아픈 것이다. 산성화된 체질을 약 알칼리로 바꾸려면 잘 비워야 하고 그 다음 잘 채워야 한다. 이젠 무조건 좋은 것만 먹겠다는 ‘플러스 건강법’이 아니라 잘 비우는 ‘마이너스 건강법’이 절실하다.”

- 참 아리송한 건물 같다. 어떤 프로를 가동하나.

“많은 프로그램은 비움·채움·살림·나눔이란 형태로 관리된다. 1층은 원래 유기농 매장이었는데 이제는 카페로 바뀌었다. 그 옆은 공정무역 의류 전문 ‘그루’ 매장이다. 전 세계 살충제의 3분의 1이 면화재배에 사용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3억 기금을 마련하여 유기농 목화를 인도와 네팔에서 재배하여 수작업으로 만든 건강한 옷을 생산하는 그루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옷을 팔고 있다.”

- 2~4층은 뭘 하는 곳인가.

“2층은 유기농과 제철, 국산 재료의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는 식당이다. 단식을 하신 분과 환자 및 채식주의자 등이 주고객이다. 3층은 몸과문화 평생교육원인데 치매관리사, 막걸리 학교, 힐링푸드 교육, 주열건강관리사 교육, 에코스쿨, 몸과 문화 포럼 등 다양한 건강 강좌와 먹을거리 교육을 한다. 4층은 자연치유를 연구하는 온열치유센터다.”

◆ 육식 & 채식 & 유기농

- 사람들이 채식을 너무 맹신하는 것 같다. 골고루 맛있게 먹으면 무병장수할 것 같다.

“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육식보다 채식이 좀 낫다는 것, 그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나머지 개별 사례는 얘기할 필요가 없다. 육식위주의 식사는 몸에 과다한 콜레스테롤과 지방, 불포화지방산을 증가시켜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지만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장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질환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전 10~20% 정도의 육식, 그 나머지는 채식위주의 제철식품으로 차려진 자연식 밥상이 균형잡힌 건강식이 아닐까 싶다.”

- 유기농 작물의 문제점도 짚어봐야 될 것 같다. 정말 유기농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월등하게 좋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어보인다. 농약을 친 농작물도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물에 씻고 먹으면 인간에게 그렇게 염려가 될 게 없다고 본다.

“참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다. 정말 뜻과 철학을 가지고 귀농한 선배들이 유기농으로 생산한 벌레먹은 사과를 판로가 없어 시장에서 절반 값도 못 받고 납품하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지켜보기도 했다. 100% 완벽하고 안전한 것은 없다고 본다. 정말 형편이 안 되어 유기농을 구입하지 못하더라도 굳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잘 세척해 식초물에 담가 놓은 뒤 먹어도 된다.”

-비채 레스토랑도 완전 유기농만 사용하는가.

“아직 다양한 제품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 문제로 우리도 100% 유기농은 불가능하다.”

-대구가 메디시티로 정해졌는데 딴죽을 걸고 싶은 대목이 있을 것 같다.

“메디시티 대구가 밀라노 프로젝트 대구처럼 되지 않으려면 너무 의료산업에 치중해선 안되고 건강과 음식을 하나로 묶어주는 문화인프라를 구축해야 된다. 1986년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맥도날드가 들어서는 것에 충격받은 카를로 페트리니와 그의 친구가 슬로푸드 운동을 전개한 것처럼….”
글·사진=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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