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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이 28일 오전 휴브글로벌사에서 사고현장 감식을 위해 방진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채 수사에 나서고 있다. 추종호기자 news@yeongnam.com |
속보=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휴브글로벌 불산(불화수소산)가스 누출사고(영남일보 27일자 1면 보도)의 사망자가 5명으로 늘어났다. 또 인근 주민 상당수가 유독가스에 따른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사고 당시 회사 측이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고 초기 소방과 행정당국의 대처 미흡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 초동대처 미흡
28일 시민과 구미소방서 등에 따르면 119소방대는 사고 당시 불산 중화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물만 뿌려 희석시키는 데 그쳤다. 맹독성 화학물질인 불산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소석회 등을 뿌려야하지만 이를 구하지 못한 것. 이후 구미시가 사고 발생 2시간20여분 만인 지난 27일 오후 6시쯤 소석회 14포대를 확보했으나 교통통제로 현장에 공급하지 못했다.
공장 근로자와 주민 대피 조치도 늦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시는 사고 발생 3시간 30여분 후 구미산단 4단지 입주업체에 전원 대피를 통보했고, 이후 10분이 지나서야 사고 현장 인근의 봉산과 임천리 주민에게 대피하도록 조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날 사고로 부상을 당해 서울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공장 근로자 이모씨(49)가 숨지면서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다. 주민 등 23명이 누출된 가스 흡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 중 5명은 아직 입원중이다.
◆안전 위반 정황 드러나
경찰은 이날 공장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사망자 5명 중 1명은 이 회사 직원이 아니라 공장 드럼펌프를 수리하기 위해 방문한 펌프수리업체 직원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리업체 직원이 사고 현장에 있었던 점으로 미뤄 장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회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고 경위, 안전관리 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해 사법처리 수위를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위해 현장 CC(폐쇄회로)TV 분석에 들어갔다.
사고 상황도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감식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폭발이 없는 상태에서 화학약품인 순도 99%의 불산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현장 주변 제독 작업은 상당부분 마무리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이 이날 오전 2시30분쯤 사고 장소에서 700m와 1㎞ 떨어진 2개 곳의 대기를 측정한 결과, 불산은 검출되지 않았다.
한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유족 대표 3명은 28일 오전 11시40분쯤 사고현장을 방문해 사고경위를 파악한 뒤 현장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또 회사측과 장례절차 및 보상협상을 시작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구미=추종호기자 new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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