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영남일보가 전국 7개 지역 언론사와 공동으로 벌인 여론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40대 표심(票心)의 이탈이다. 진보성향이 강한 2030세대와 보수색채가 짙은 50대 이상이 치열한 세대대결을 보이는 가운데, 허리층에서 여론의 방향타 역할을 해온 40대가 한달새 박 후보에서 안철수·문재인 후보 쪽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판세 변화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30세대와 50세 이상층의 지지성향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박근혜(새누리당)·안철수(무소속)·문재인 대선후보(민주통합당)가 모두 출마하는 것을 가정한 3자대결에서 박 후보는 50대에서 55.4%, 60대 이상에서는 64.0%의 지지를 얻었으나, 20대는 20.5%, 30대는 26.6%에 그쳤다. 전체 연령층에서 지지율은 40.5%였다. 박 후보의 60대 이상 지지가 20대의 3배를 넘었다.
반대로 안철수 후보는 20대에서 52.9%, 30대에서 39.5%를 얻었으나, 50대에서는 20.3%, 60대 이상 17.2%의 지지에 그쳤다. 안 후보의 3자대결시 전체 지지율은 32.3%였다. 민주당 문 후보는 20대 이상 15.6%, 30대 이상 28.5%인 반면, 50대는 19.2%, 60대 이상 13.1%였으며, 전체 연령층 평균 지지는 20.6%였다. 40대는 3자대결시 박 후보 35.8%, 안 후보 32.7%, 문 후보 25.4%였다.
이같은 극심한 세대 대결은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박 후보는 안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20대 22.6%, 30대 26.9%의 지지를 얻은 반면, 50대에서는 58.1%, 60대 이상에서는 64.6%의 지지를 받았다. 안 후보는 20대의 66.3%, 30대의 68.9%의 지지를 얻었지만, 50대의 34.2%, 60대 이상의 24.5%만 손을 들어줬다. 박 후보와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세대간 대결 양상은 뚜렷했다.
박-안, 박-문 양자대결의 지지율은 지난 달 25일 실시한 8개 지역언론사 여론조사와 비교해 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전 연령층에서 5%포인트 안팎에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양자 대결에서 40대의 변심은 두드러진다. 한달 전 조사에서 박근혜-안철수 대결은 46.6%대 47.1%로 치열한 접전양상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0.2%대 53.6%로 13.4%포인트 차이였다. 박근혜-문재인 대결에서는 8월말 조사에서 50.8%대 41.2%로 박 후보가 크게 이겼지만 이번에는 40.9%대 52.1%로 역전당했다.
이는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보수·혁신간 대결로 비화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대선에서 한동안 보수 성향을 보이는 듯한 40대가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출마 확정 이후 이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진보 쪽으로 ‘U턴’한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편 대구·경북에서의 3자구도 지지율은 박근혜 61.2%, 안철수 21%, 문재인 10.3%였다.
박근혜-안철수 1대 1 가상대결에서는 64.6%대 27.6%였고, 박근혜-문재인은 63.4%대 27.2%로 나타났다.
과거 범야권 후보가 대구·경북에서 20% 미만의 득표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야권으로서는 두드러진 상승세다.
리얼미터측은 “박근혜 후보 측근의 문제, 인혁당 등 과거사 문제 등으로 전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2010년 6·2 전국동시 지방선거부터 나타난 세대별 대결 양상이 이번 대선에서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조사는 캐스팅보트를 쥔 40대 표심이 또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향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과 함께 국정운영 안정성에도 관심이 많은 40대를 만족시키는 후보가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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