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통영권 무늬오징어 시즌

  • 입력 2012-08-31   |  발행일 2012-08-31 제39면   |  수정 2012-08-31
해질녘 추도, 소나기 입질…수면 떠오른 녀석들 먹물 ‘찍찍’
통영권 무늬오징어 시즌
■ 에깅 기초 테크닉
[김동욱의 낚시시대] 통영권 무늬오징어 시즌
“요런 놈들이 9월 중순으로 넘어가면 ㎏급으로 자랍니다.” 막 낚아낸 굵은 무늬오징어를 들어 보이는 이정택씨.
[김동욱의 낚시시대] 통영권 무늬오징어 시즌
채비가 바닥에 닿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게 에기에 작은 싱커를 달 기도 한다. 여성이나 초보자들에게 권할 만한 방법.
[김동욱의 낚시시대] 통영권 무늬오징어 시즌
에기는 다양한 호수와 색상을 준비해 입질이 약을 때는 ‘내추럴’ 컬 러로 승부한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통영권 무늬오징어 시즌
바닥권에서 에기를 덮친 무늬오징어가 수면 위로 끌려 나오고 있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통영권 무늬오징어 시즌
“문어도 낚이네요.” 김해에서 온 정순자씨는 에기로 문어를 걸어냈다.


맛있었다. 우선 고백하건데, 무늬오징어 에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취재야 몇 번이나 해봤지만 제대로 낚시를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느낌은…, 뭐랄까…그저 묵직하게 늘어지는 힘?. 참돔처럼 쿡쿡 처박는 것도, 광어처럼 확 채 가는 것도 아닌….

“본 시즌이 되는 9월 중순 이후에는 확 가져가는 입질이 느껴져요.”

경남 통영의 두모낚시 이정운 선장은 ‘별 손맛 없다’는 내게 아직은 활성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씨알이 좀 더 굵어지는 가을 이후에는 ㎏급이 에기(오징어 낚시용 루어)가 떨어지기 무섭게 낚아채 간다는 거다.

에깅의 기본 패턴은 캐스팅(던지기)→액션(튀어 오르거나 좌우로 흔드는 것)→폴링(떨어짐)이다. 즉, 에기가 최대한 오징어의 먹이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캐스팅은 탐색범위를 말하고, 액션은 크게 저킹(Jerking)과 트위칭(Twitching)으로 나눌 수 있다. 폴링(Falling)은 물론 에기가 바닥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걸 말한다.

가장 기본적인 액션인 저킹은 낚싯대를 위로 강하게 쳐들어 바닥에 있는 에기를 위로 빠르게 솟구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두번, 혹은 세번까지 강하게 쳐올리면서 오징어를 자극한다. 트위칭은 손목을 이용해 낚싯대를 짧게 위 아래로 까딱까딱 해주는 기법이다.

이런 저킹과 트위칭을 섞어서 운용하는 게 에깅의 기본이다. 이때 중간 중간에 오징어가 덮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면서 낚싯줄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게 요령이다. 오징어는 에기가 튀어 올랐다가 떨어질 때(폴링) 덮친다. 이때 낚싯대 끝(초릿대)이 갑자기 수면으로 처박히는 게 입질이다.



◆시즌 초반, 발 아래 몰려있다

지난 25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삼덕항에서 출항하는 두모호에 올랐다. 에깅 시즌이 열리면서 매일 출조하고 있는 두모호에는 이날도 6~7명의 꾼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 중 두 명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는데, 꽤 능숙한 솜씨로 에기를 날린다. 휠체어 옆에는 부인인 듯 보이는 여성꾼도 있다.

“매년 에깅 시즌이 되면 일주일에 한두 번 이렇게 출조를 합니다.”

부산에서 온 김충원·이영희씨 부부는 서로의 채비를 도와주면서 곧잘 손맛을 보고 있었다.

이날 두모호가 훑은 자리는 삼덕항에서 남서쪽으로 9㎞ 떨어진 추도 부근. 원래는 좀 더 멀리 있는 욕지도로 나갈 계획이었으나 최근 조황이 가장 안정적인 추도를 택했다.

“어제도 추도 부근에서 마릿수가 잘 낚였어요. 씨알도 괜찮았고.”

이정운 선장은 원도에 속하는 두미도나 욕지도보다 오히려 추도가 시즌 초반의 조황을 주도한다고 했다.

오후 2시30분쯤 추도 북서쪽에 있는 미조마을 앞에 도착했을 때는 간조가 절정이었다. 가장 먼저 입질을 받은 사람은 대구에서 온 박흥기씨. 그는 수심 5m 정도의 얕은 바닥에 가라앉힌 후 강한 저킹으로 입질 약은 무늬오징어를 유혹해냈다.

“일주일 전부터 밀려들어온 냉수대 때문에 오징어의 활성이 생각만큼 좋지 못합니다.”

박씨를 가이드한 통영 척포낚시 이정택 사장은 붉은 계통의 강렬한 색보다는 검거나 푸르스름한 자연색 계열의 에기가 잘 먹힐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날 추도 주변을 빙 돌면서 낚아낸 무늬오징어는 대부분 ‘내추럴한’ 색상의 에기를 안고 있었다. 한낮이기도 했지만 오징어가 아직은 왕성한 먹성을 띠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통영권 무늬오징어 시즌

◆해 질 무렵이 피크

나는 이날 세 시간 정도 낚시를 했고, 네 마리의 무늬오징어를 낚았다.

씨알은 300~500g 정도. 첫번째 것은 딱히 이렇다 할 입질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저 몇 차례 저킹 후 줄을 감을 때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든 게 전부였다. 묵직하게 낚싯대가 휘어지고, 수면에 떠오른 놈이 찍찍 먹물을 쏘아댈 때야 비로소 ‘아 걸었구나~!’ 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내 에기를 뭔가가 살짝 잡아당긴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마지막 네 번째 것은 역시 별 느낌 없이 묵직하게 당겨 올라왔다. 내가 쓴 낚싯줄은 1호 합사원줄에 1.5호 카본목줄. 아마 0.8호 합사에 1호 목줄이었다면 좀 더 정확한 입질을 읽어냈을 수도 있었을 거다. 물론 마릿수도 한두 마리 더 추가했을 것.

이날 피크타임은 오후 6시부터 한 시간 정도였다. 작은 홈통 바깥으로 비켜 흐르는 본류대에 에기를 흘리던 두모호 이 선장이 아주 짧은 시간에 연거푸 마릿수를 걸어낸 것이 압권이었다. 이 선장은 수심 10m 정도의 바닥까지 바로 내리지 않고 에기를 본류에 태워 한참 흘린 후 한두 번 저킹하거나 바닥을 살짝 긁을 때마다 한 마리씩 걸어냈다. 이렇게 그는 한 시간 동안 예닐곱 마리를 낚아내는 효율성을 보였다. 역시 무늬오징어 에깅은 오전 해 뜨기 직전이나 해질 무렵이 피크라는 정설이 맞는 듯 보인다.

통영권 무늬오징어 에깅 조황은 이렇듯 8월말 현재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상승곡선은 9월 중순으로 넘어가면 가파르게 올라 갈 것이고, 10월 초중순에 씨알이나 마릿수 모두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때 즉 10월 중순 경이면 소위 ‘몬스터’급의 각축장이 될 것이란 게 현지꾼들의 중론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낚시가 시즌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월간낚시21 기자 <블로그 penandpower.blog.me>

◇에기= 에깅의 가장 기본적인 채비가 바로 오징어 루어, 즉 에기다. 일본 어부들의 오징어 어구(漁具)인 ‘에기’를 낚시용으로 개발한 루어를 말한다. 한자 그대로 막대기처럼 생긴 먹이, 즉 루어(Lure-인조미끼)로, 한쪽 끝에 갈고리 바늘이 여러 개 달린 것.
 무게나 길이 색깔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가격대도 개당 몇 천원부터 몇 만원까지 다양하다. 바닥을 찍거나 긁으면서 무늬오징어를 유혹하므로 실전에서 에기 손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라면 처음부터 너무 비싼 에기를 살 필요는 없다. 에기의 무게는 호수로 표기하는데, 주로 3.5호를 쓴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통영권 무늬오징어 시즌
낚아낸 오징어는 신경절단(시메) 전용 칼로 신경을 끊은 후 비닐 지퍼백에 넣어 보관한다.


■ 낚은 무늬오징어 현장보관법은…

전용 칼로 대가리-몸통 이음부분 찔러주면 육질 쫄깃



에깅으로 낚은 무늬오징어는 살이 쉬 물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경을 절단한다.

이것을 낚시용어로 ‘시메(しめ)’라고 한다. 시메는 일본어로 원래는 상하기 쉬운 생선의 ‘초절임’을 뜻하지만 낚시에서는 낚은 고기의 신경을 절단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방법은 무늬오징어의 대가리와 몸통의 이음부분을 시메 전용 칼로 찔러주는 것이다. 시메 칼을 몸통 쪽으로 45도 정도 눕혀 한 번 찔러주고, 다리 쪽으로 45도 눕혀 또 한 번 찔러준다. 이렇게 하면 무늬오징어가 하얗게 변한다.

이렇게 신경 절단한 무늬오징어를 깨끗한 주방용 지퍼백에 넣어 아이스박스에 보관하면 집으로 가져가서 회로 썰어도 육질이 쫄깃하게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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