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경련은 혈관에 의한 신경압박 탓”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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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8-14  |  수정 2012-08-14 08:17  |  발행일 2012-08-14 제19면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파르르
약물치료는 일시적
안면신경 감압술 효과
“안면경련은 혈관에 의한 신경압박 탓”

“어떻게 하면 얼굴에 경련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나요.” 5년 전부터 좌측 얼굴에 경련이 발생한다는 50대 여성의 하소연이다. 그는 처음엔 눈 아래 주변에만 경련이 생기더니 지금은 입꼬리까지 내려와 얼굴 전체가 실룩거리고 눈도 감긴다고 했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나타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며, 잦은 얼굴 경련 때문에 책을 읽거나 운전을 하는 데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 여성은 ‘얼굴 떨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이처럼 안면 경련증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심각한 질환이다.

◆중년 여성에게 흔히 발병

얼굴 피부 밑에는 작고 얇은 근육이 많이 있는데, 이 근육의 힘으로 이마 주름이 생기고 눈을 감으며 입을 움직여 얼굴 표정을 만들 수 있다. 얼굴 근육은 뇌간의 교뇌에서 나오는 안면 신경의 다섯 가지에 의해 움직인다.

안면 경련증은 얼굴 근육이 돌발적으로 수축해 한쪽 얼굴 전체가 비정상적으로 떨리거나 찡그려지는 경우를 말한다. 처음에는 아래 눈꺼풀이 저절로 움직이다가 점차 시간이 지나면 눈이 감겨지고 입꼬리가 실룩거리게 되고 얼굴이 일그러 진다.

안면 근육의 운동 기능이 항진되고 경련이 5년 이상 계속되면 증상이 악화돼 운전, 독서, TV 시청, 도로 보행 등의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점차 사회생활에 장애를 받게 된다. 자연적으로는 낫지 않으므로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안면 경련증은 특징적인 증상의 양상만 보게 되면 주위 사람이나 환자 자신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특별한 원인이나 질병으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뇌졸중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며,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므로 환자 자신이 대범한 성격이라면 개의치 않고 그대로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를 하지 않으면 증상은 계속 이어지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안면 경련증은 우측보다 좌측에, 남자보다 여자에게 흔하며 중년층에게 자주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인구 1만명당 8명 정도 발병한다. 눈 주위에서 시작해 입 주위로 파급되는 유형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는 입 주위에서 시작하거나 동시에 시작되기도 한다. 안면 경련증과 비슷해 감별이 필요한 질환으로는 안면 이상 운동, 눈꺼풀 경련, 부분 발작, 얼굴 마비 후 경련증, 습관성 경련, 틱, 메이그 증후군 등 다양한 질병군이 포함된다.

◆혈관이 눌려서 경련

안면 경련증의 원인은 뇌간에서 안면신경이 시작되는 부위가 혈관에 눌려서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주로 소뇌 동맥이 길어지고 구불구불하게 늘어나서 가까이 위치하는 안면신경의 뿌리 부분에 맞닿아 누르게 된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안면 신경핵과 줄기가 손상돼 자발적으로 흥분신호가 만들어지며, 안면 신경의 껍질인 수초가 점점 닳고 신경 가닥 간에 합선 현상이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는 뇌의 명령 없이 저절로 얼굴 근육이 움직이고 환자 의지와 관계없이 눈꺼풀, 볼, 입, 목 부위의 근육 떨림 현상이 나타난다. 안면 신경을 누르는 원인 동맥을 찾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자기공명 혈관조영술(MRA)을 시행하게 된다.

드물게는 종양이나 뇌혈관 기형이 안면경련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면 경련증은 한쪽의 안면근육이 갑자기 수축하는 질환으로 하나의 근육이 움직이면 동시에 여러 근육을 작동시키는 동시 수축성이 중요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동시 수축성은 안면신경의 일부 신경섬유에서 전달되는 활동전위가 병변 부위에서 다른 신경섬유로 측방향 전파가 일어나면서 발생하게 된다. 안면 경련증 환자에게 안면 근육에 근전도를 검사하면 특징적인 측방향 전파 전위가 기록된다.

◆약물치료는 일시적 효과

치료 방법은 약물, 보톡스 주사, 뇌 수술의 세 가지가 있다. 약물 처방으로 안면 경련을 감소시킬 수 있으나 효과가 적고 근본적인 치료가 안되는 단점이 있다. 보톡스를 안면 경련 부위에 주사하면 신경의 명령이 차단되어 흥분된 근육이 일시적으로 약해져 더 이상 떨리지 않게 된다. 주사 효과는 1주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3~6개월 정도 지속된다.

심각한 영구적 부작용은 없지만 주사 부위에 멍이 생기고, 안면 근육이 뻣뻣하고 마비된 느낌이 들기도 하며, 눈이 감기지 않거나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입이 돌아갈 수도 있다. 약이나 보톡스 치료에 효과가 없는 건강한 환자는 안면신경 감압술이 필요하다.

5시간 정도의 개두술과 뇌수술을 통해 압박된 안면신경과 혈관을 찾아 분리시키고 동맥을 이동해 둘 사이에 테프론 솜을 끼워 넣어 고정하면 신경 압박이 풀리게 된다.

미세혈관 감압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청력 감퇴와 안면 마비가 3~5% 정도이며, 재발률은 1~10%로 보고되고 있다. 수술 중에 청신경과 안면신경 감시 장치를 이용하면 수술 합병증을 줄이고 안면신경 감압 효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안면신경 미세혈관 감압술이 가장 효과적이고 영구적인 치료 방법이지만 뇌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안면 경련증 자체의 양성 경과와 기능적인 질병 특성이 경련이 생기고도 오랫동안 진단받지 않고 치료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김일만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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