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시원한 바람이 불면 외려 눈물이 날 것 같은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통풍 환자다. 통풍은 ‘바람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프다’고 해서 붙여졌다. 잘 먹어 생긴 병인 만큼 평소에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수분섭취를 잘 하면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발병하면 좀처럼 완치되기 어려운 병이기도 하다.
영양상태 좋으면 생겨…환자 대부분이 40대이후 남성
퓨린 분해과정서 요산 뾰족하게 결정체 이루면서 통증
고등어·멸치·오징어젓갈·잡곡밥 등은 최대한 피해야
발병하면 완치 어려워…식생활 습관이 예방에 중요
◆잘 먹어 생긴 병
통풍은 ‘왕의 병’이라고 불린다.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 잘 먹어 영양 상태가 좋은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통증은 ‘병의 왕’이라 할 만큼 극심하다.
통풍은 식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통풍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퓨린 성분의 대부분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을 통해 체내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퓨린은 핵산의 구성성분으로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요산을 만든다. 요산은 혈액 내에 존재하며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요산이 비정상으로 많이 생성되거나, 콩팥의 요산 배출 능력이 떨어지면 체내에 요산이 쌓이게 된다. 보통 혈액의 요산이 6.8㎎/dl 이상일 경우 ‘고요산혈증’이라 부른다. 위험한 수준이다.
체내에 요산이 계속 쌓이면 관절 안에 뾰족한 요산 결정이 생긴다. 이것이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통풍이다.
◆통증은 손발 끝부터 시작
통풍은 주로 손발의 끝에서 생긴다. 손과 발은 신체 말단부다. 몸의 중심보다 혈액의 온도가 낮기 때문에 요산이 녹지 않고 결정을 이루기 쉽다. 관절 부위가 붓고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특히 엄지발가락의 통증이 대표적이다. 전체 통풍환자의 절반 정도가 엄지발가락 통증으로 증상이 시작된다. 그 외에도 발목이나 무릎 관절, 손가락과 손목 관절 등의 통증이 많다.
환자의 대부분은 40대 이후 남성이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판명되지 않고 있다. 여성은 폐경기 이후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 증상이 발생한 후 일주일 이내에 저절로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당수 환자들이 통증을 무시하고 생활하는 경향 또한 많다. 그러나 몇주 혹은 몇달 뒤에 심한 증상으로 되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모른 척 넘길 일은 아니다.
◆규칙적 식습관, 예방 관건
통풍은 잦은 폭식과 과음 등으로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통풍은 충분히 예방과 증상 완화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해줘야 한다. 특히 통풍을 앓고 있는 경우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통풍 환자가 먹어도 좋은 음식으로는 두부, 달걀, 저지방 유제품, 우유, 채소를 꼽을 수 있다. 육류와 생선(등푸른 생선 제외), 시금치, 버섯, 콩은 통풍이 회복된 후에야 섭취가 가능하다. 반면에 건강식으로 알려진 고등어, 멸치, 잡곡밥을 비롯해 청어, 오징어젓갈, 쇠고기 뭇국 등은 퓨린 함량이 높아 통풍 환자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어류, 육류 등 대부분의 음식에는 퓨린이 함유돼 있으므로, 음식을 조리할 때 재료를 데치거나 삶게 되면 퓨린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국이나 탕의 국물을 다 섭취하지 않고 건더기만 먹는 것도 퓨린 섭취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또 만성적인 통풍으로 진행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혈중 요산의 양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요산을 빨리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약물, 혹은 요산이 덜 생기게 하는 약물을 치료에 이용한다.
요산의 배설을 촉진하는 약물로는 프로베네시드나 설핀피라존이 있다. 콩팥의 기능에 이상이 없고 결석이 없는 경우에만 처방이 가능하며 하루에 물을 1.5ℓ 이상 마셔 소변량을 유지해야 한다. 요산이 덜 생기게 하는 약물로는 알로퓨리놀이 있는데, 신부전이나 결석이 있어도 사용 가능한 약물이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김상현 계명대 동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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