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에 빠진 진보당…하루 새 1천여명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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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7-28   |  발행일 2012-07-28 제4면   |  수정 2012-07-28
■‘제명안’부결 거센 후폭풍
‘멘붕’ 에 빠진 진보당…하루 새 1천여명 탈당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이석기ㆍ김재연 의원 제명안 처리 부결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허리를 깊이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진보당이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당내 신·구 당권파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고,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도 불투명해진 데다 부결 결정에 실망한 당원들이 속속 탈당하겠다는 글을 당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특히 강기갑 대표 등 신당권파 지도부가 제명을 공언했던 대(對) 국민약속도 결국 허언(虛言)이 돼 공당으로서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다. 

  고개숙인 지도부
“국민과 당원들에 또다시 죄 지었다”

강기갑 대표는 27일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통합진보당은 혁신과 통합의 어떤 수단도 찾기가 난망한 상황에 이르렀다. ‘죄송합니다’이 말씀 외에는 당장 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도 앓고, 또 찾을 수도 없다”며 참담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무효표 던진 김제남
“두 의원 제명한다면  화합은 불가능한 일”

‘멘붕’ 에 빠진 진보당…하루 새 1천여명 탈당
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 표결에서 무효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무효표를 던진 배경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정치가 갈 길을 잃었다. 성찰과 반성을 기대했던 국민과 당원에게 또다시 죄를 짓고 말았다”며 “중단 없는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야권연대로 정권교체를 실현하자는 국민과 당원의 뜻이 꺾이고 말았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석고대죄로도 국민의 떠나는 마음을 잡을 수 없다”며 “지금의 상황에서 진보와 혁신이 어떻게 가능한지, 국민과 당원의 뜻을 따를 방법은 무엇인지 길을 묻고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심상정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을 통해 “어제 결정은 더디고 느린 과정을 참고 견디면서도 기대감을 놓지 않은 국민이 통합진보당이 혁신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제3당으로서 위상을 제대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회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심 원내대표는 전날 두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된 뒤 원내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 지도부는 잇따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7일 하루에만 1천명 이상의 당원이 탈당 의사를 표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당의 존립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표결에서 무효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석기 의원에게 ‘승리’를 안겨준 게 아니라 강기갑 대표 체제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노역형’을 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두 의원을 제명한다면 화합은 불가능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구당권파, 신당권파라는 말을 없애고 야권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참된 진보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들은 전날 밤 OBS 토론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과 관련한 향후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정세균 후보는 야권연대의 원칙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통합진보당의 쇄신이 전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김영환 후보는 “통합진보당이 상당한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두서너 달 후에 공동정부를 구성하거나 당을 통합하는 일은 현재로선 무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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